코로나19는 세상을 많이 바꿔놓았습니다.
감염으로 고통 받는 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삶을 송두리채 흔들었습니다.
이제 타인과의 대면 접촉을 줄인다는 뜻이 담긴 ''언택트(untact)''는 국내외에서 일상이자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레 닥친 언택트한 세상은 그저 모든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진흙탕에도 연꽃이 피어나듯 또 다른 방식이 영글고 있으니까요.
형식적이었거나 그다지 필요하지 않던 사이와 관계는 자연스레 정리되고 함께사는 가족과 가까운 친구 등 소수의 친밀한 관계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딥택트(deep+contact)''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해마다 4000~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국민의 마음 상태를 연구해온 최인철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장(심리학과 교수)은 7월 서울 강남구 최종현 학술원에서 개최한 코로나19 관련 세미나에서
"가족, 친구와 같은 소수 사람들과 접촉하는 '딥 콘택트'가 크게 늘고 있다"
고 진단했습니다.
최교수에 따르면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2017년과 2020년의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을 비교해본 결과 실제로 친밀한 사람들과 있을 때 그것이 행복에 미치는 효과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 교수는
"코로나를 계기로 행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접촉은 줄어들고 사람들의 행복에 진짜 도움이 되는 친밀한 관계에 대해 돌아볼 시간이 생긴 것"
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직접 접촉하지 않는
"온라인 딥택트"도 활발
딥택트는 단순히 가족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물론 친하더라도 만남을 자제하고 있지만 온라인 세상에선 또 다른 딥택트 문화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뤄졌던 단순한 관계가 좀 더 깊은 속내를 공유하는 사이로 바뀌고 있습니다.
온라인 독서모임을 운영해온 Y씨(32세)는 코로나19 사태로 주변이 뒤숭숭해지면서 모임을 이어주던 끈이 갈수록 열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1년 넘게 생각을 공유했던 이들을 잃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Y씨는 모임 회원 7명에게 색다른 제안을 했습니다.
책을 읽고 나누던 방식을 업그레이드해서 팟캐스트(인터넷 방송)콘텐츠를 제작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반응과 효과는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팟캐스트 제작이 코로나19로 답답했던 일상에 활력소가 되어줬습니다.
Y씨는 뭔가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한층 더 깊은 관계 맺기를 추구했더니 그간 매너리즘에 빠졌던 모양이 확 탈바꿈했습니다.
회원들도 서로가 놀랄 정도로 가까워졌다고 기뻐했습니다.
"딥택트!! 코로나 극복하는 심리적 동력이 될수도"
물론 딥택트 문화에 마냥 찬사를 보내긴 어렵습니다.
깊은 관계라는 게 마음처럼 쉬운 일도 아니며 오히려 나쁘지 않던 관계를 망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대에 딥택트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이후 내원하는 환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비대면 중심으로 사회가 재편되며 고립감이 커졌기 때문"
이라며
"그럴 때일수록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들과 교류하는 '딥택트'는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실제로 환자들 상당수가 가족과 친구로부터 커다란 심리적 위안을 얻어 병을 치유해나가는 경우가 많다"
고 했습니다.
심민영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장도
"감염병 환경에서는 자연스럽게 낯선 이들에 대한 거부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관계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딥택트 관계에서 오는 안정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
고 말했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너무 딥택트에 안주해선 안 됩니다.
코로나를 극복해나가듯 인간관계의 접촉의 폭도 조금씩 늘려나가야 합니다.
심단장은
"너무 딥택트를 추구하다 보면 자칫 관계의 선을 그어버리는 편협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딥택트 또한 어디까지나 기존의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첫 단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고 강조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란 복병으로 인해 우리 모두는 시련과 역경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정부, 기업, 자영업자, 가계, 경제의 3주체 모두가 고통과 고난의 연속입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사태를 극복해가며 평상시의 일상들이 얼마나 귀중하며 소중한 감사였었는가 라는 깨달음으로 다가옵니다.
불과 몇 달 전에 있었던 그 일상의 나날들이 얼마나 귀중한 행복이었는지 이제야 깨닫게 됩니다.
견뎌내고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며 사투를 벌이며 고군분투 하시는 모든 분들께 힘내시라고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보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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