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다."
자유와 저항을 노래했던 음유시인 빅토르 최(Виктор Цой, Victor choi)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다. 말 그대로 불꽃 같이 살다간 청년이었다. 그에게는 조선의 피가 흐른다. 1962년 그가 태어난 나라는 카자흐스탄 공화국. 아버지는 고려인 2세며, 어머니는 우크라이나 사람이다. 강제이주 70년 고려인의 삶을 더듬던 나에게 이 젊은 요절가수는 마지막 비상구와 같은 존재다.
▲ 옛소련의 전설적인 록가수, 빅토르 최
까레이스키 3세, 그는 옛소련의 전설적인 록가수다. 영화에도 출연했다. 러시아의 젊은이들은 그를 가리켜 '마지막 영웅'(Last Hero)이라 부른다. 이러한 믿음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언제나 그리워하고 지금도 빅토르 최가 남긴 흔적을 태양의 흑점으로 여기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바뀐 것이라면 빅토르 최는 죽었고 추모의 주인공이 됐다는 사실 뿐이다.
빅토르 최의 신화는 모스크바 예술의 거리 아르바트에 있는 추모의 벽(일명 '통곡의 벽')과 제단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조국공연을 앞두고 의문의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의 영혼은 이 세상에 머물고 있다.
낡은 벽 앞에서 언제나 울려 퍼지는 노래 끄루빠 끄로위(혈액형), 그의 뱃지를 단 젊은이들이 어깨 걸고 부르는 생전의 그의 노래들, 그를 기리는 빽빽한 추모글들, 이곳 그의 제단과 페테르부르크 보코슬로 스코야 클라드비세 묘지를 지키는 마르지 않는 조화들, 그의 이름으로 러시아 곳곳에서 만들어지는 거리들.
그랬다. 그는 1993년 모스크바 콘서트홀 앞 명예가수의 전당에 장군의 아들이면서 '민중의 양심'으로 불렸던 옛소련의 영원한 인민가수 블라디미르 브소츠키(1938~1980) 다음으로 헌액(獻額)되는 영광을 누렸다. 소련 역사를 움직인 13명의 위인 가운데 한 명으로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생전의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고난이 있었고, 가난을 벗지 못했다. 그 역시 세상의 슬픔과 희망을 안고 살아갔던 고려인이었다. 월급 50루블을 받는 청년노동자의 삶,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에 내몰린 서러운 조선인의 후예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의 음악혈관에는 이렇듯 고려인의 애환과 꿈이 뒤엉켜 있었다. 낡은 아파트의 보일러실 화부로 일하며 노랫말을 짓고 곡을 만들며 노래를 불렀다. 지금 그 곳은 빅토르 최를 추모하는 또 하나의 성지가 되고 있다.
음악은 빅토르 최를 이 세상에 발을 딛게 한 힘이었다. 그는 음악에 관한 그 어떠한 교육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천부적인 음악재능에 더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는지도 모른다.
짧다면 짧은 음악활동 10년, 화구의 불꽃과 함께 그의 노래는 점화되기 시작했다. 옛소련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그룹 KINO는 그의 삶에 날개를 달아줬다. 1984년, 핵무기가 없는 땅에서 살고 싶다고 노래한 '나는 선언한다'로 러시아 국제평화재단이 주는 반전가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대표적인 노래로 혈액형(группа крови), 변화를 원해(хочу перемен), 마지막 영웅(последний Герой), 전설(легенда), 별(звезда) 등이 있다. 지금 흐르고 있는 노래는 <혈액형>이다.
빅토르 최의 음악은 러시아 펑크록의 대명사다. 그의 노래를 이끄는 선율은 저항과 자유의 음표로 가득차 있다. 펑크록 답게 노랫말도 살아있다. 목소리는 낮고 음울하지만 뿌리를 휘감는 힘이 있다.
▲ 추모의 벽. 이곳에는 "그는 살았고, 살고 있고, 살 것이다", "빅토르! 너는 영원히 우리의 심장에 함께 있다",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 없을지는 몰라도, 빅토르 최는 우리를 바꿨다"라는 문구가 있다. 아침이면 꽃과 그리고 향을 대신한 담배가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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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실패한 개혁'으로 보고 있지만, 옛소련의 해체를 가져왔던 페레스트로이카 전선에 그의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고르바초프는 페레스트로이카와 인민을 위해 빅토르 최에게 '당신의 힘'을 빌려달라고 했다. 위기에 직면한 소련공산당이 그를 좋아할 리 없었다.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그의 죽음에 '암살설'이 뒤따르는 것도 이해가 된다. 페레스트로이카를 노래한 곡으로 <변화를 원해>가 유명하다. 이 노래가 상징하듯 그는 러시아인들이 열망하는 시대의 요구를 거부하지 않는 아이콘이 되었다.
활활 타오르는 도시에 그늘이 내린다.
우리의 가슴은 변화를 요구한다.
우리의 눈은 변화를 요구한다.
우리의 웃음에,
우리의 눈물에,
그리고 우리의 맥박에, 변화!
우리는 변화를 기다린다.
- 빅토르 최의 노래, <변화를 원해>에서
1990년 8월 15일, 빅토르 최는 죽었다. "아무도 믿지 않는다, 아니 믿고 싶어하지 않는다." 옛소련의 진보적 신문들이 그의 죽음을 알렸고, 명복을 빌었다.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5명의 소련 여성이 목숨을 끊어 그의 저승길에 동행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그가 가는 마지막 길을 배웅했고, 그의 주검 앞에 눈물을 뿌린 장미꽃을 헌화했다.
빅토르 최가 죽자 이 '영웅'을 독차지하려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사이에서 국적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적은 러시아로 하되, 출생지는 카자흐스탄으로 '반드시 표기'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지만, 지금도 카자흐스탄인들에게 빅토르 최는 영원한 카자흐스탄인이다. 하지만 나라가 없는 슬픈 조선유랑민들에게는 그 역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운명을 살다가 간 영원한 고려인이었다.
그의 죽음과 함께 분신이었던 록그룹 KINO는 해체됐다. 그러나 그의 노래는 여전히 영혼의 날개를 달고 세상을 향해 비상 중이다. 이 젊은 영혼이 갈망했던 꿈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일까. 여전히 궁금하다. 시대가 그에게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굴렁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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Группа крови
Теплое место, но улицы ждут
Отпечатков наших ног.
Звездная пыль - на сапогах.
Мягкое кресло, клетчатый плед,
Не нажатый вовремя курок.
Солнечный день - в ослепительных снах.
Группа крови - на рукаве,
Мой порядковый номер - на рукаве,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в бою, пожелай мне:
Не остаться в этой траве,
Не остаться в этой траве.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И есть чем платить, но я не хочу
Победы любой ценой.
Я никому не хочу ставить ногу на грудь.
Я хотел бы остаться с тобой,
Просто остаться с тобой,
Но высокая в небе звезда зовет меня в путь.
Группа крови - на рукаве,
Мой порядковый номер - на рукаве,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в бою, пожелай мне:
Не остаться в этой траве,
Не остаться в этой траве.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Они говорят: им нельзя рисковать,
Потому что у них есть дом, в доме горит свет.
И я не знаю точно, кто из нас прав,
Меня ждет на улице дождь, их ждет дома обед.
Закрой за мной дверь. Я ухожу.
Закрой за мной дверь. Я ухожу.
И если тебе вдруг наскучит твой ласковый свет,
Тебе найдется место у нас, дождя хватит на всех.
Посмотри на часы, Посмотри на портрет на стене,
Прислушайся - там, за окном, ты услышишь наш смех.
Закрой за мной дверь. Я ухожу.
Закрой за мной дверь. Я ухожу...
혈액형
우리의 발자국을 기다리는 따뜻한 곳.
군화에 내려앉은 별빛 먼지.
푹신한 의자, 바둑 무늬의 담요,
제 때 당기지 못한 방아쇠.
눈부시게 빛나는 꿈 속의 햇살어린 하루.
소매에 쓰여진 혈액형,
소매에 쓰여진 나의 군번,
내가 전투에서 살아남기를 기원해다오.기원해다오.
홀로 숲 속에 남지 않도록,
홀로 숲 속에 남지 않도록,
건투를 빌어다오. 빌어다오.
이길수 있다 해도 나는 온갖 희생을 치르고 얻는
승리를 원치 않아요.
나는 그 누구의 가슴에도 군화발을 내리치고 싶지 않아요.
나는 너와 함께 살아남기를 원해요.
너와 함께 살아남기만을 바랄 뿐이예요.
하지만 하늘의 별이 나를 전쟁터로 이끌고 있어요.
소매에 쓰여진 혈액형,
소매에 쓰여진 나의 군번,
내가 전투에서 살아남기를 기원해다오. 기원해다오.
홀로 숲 속에 남지 않도록,
홀로 숲 속에 남지 않도록,
건투를 빌어다오. 빌어다오.
※부분 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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