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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신화의 탄생 - 하늘의 뜻과 백성의 마음을 같게 보다

by Ajan Master_Choi 2014. 8. 26.

 

 

관심과 화제의 중심 명량을 보았다.

너무 큰 기대가 탈이었다.

한국영화사상 모든 기록을 경신한다는 눈부신 소문 때문에 아무리 기대치를 낮추려 해도 그리 되지 않았다.

그만큼 실망이 따랐다.

 

 

군도의 그 화려한 캐스팅에 비해 명량은 오직 최민식의 최민식을 위한 원탑 영화였다.

물론 구루지마(류승룡)나 와카자키(조진웅)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한다.

그들은 웬만하면 자신의 역할을 120%하는 훌륭한 연기자들이니까.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들의 역할은 제약이 매우 많은 것 같았다.

지나치게 나쁜 놈 코스프레를 하다 보니 류승룡은 자기가 쓴 투구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힘이 온 몸에 들어가 있고 조진웅도 마찬가지였다.

딱딱하게 굳은 거대한 무쇠 인형 같았다.

그래도 그 매력이 어디 가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다.

도도(김명곤)도 마찬가지다.

관록의 김명곤은 역시 노련했다.

뜻밖에 구루지마의 저격수 하루(노민우)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외모부터 독보적으로 돋보였다.

 

 

그런데 막상 주인공 이순신편으로 오면 기억에 남는 캐스팅이 별로 없다.

오직 탐망꾼 임준영(진구)과 그의 아내 정씨 여인(이정현)dl 매우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120%이상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들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기엔 그들의 비중이 너무 부족했다.

다른 인물들은 그저 아쉽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굳이 기억에 남는 부하는 맡은 역할 때문인지 거제 현감 안위(이승준)정도였다.

그리고는 모든 공을 이순신 혼자 차게 하였다.

그 아들 회(권율)가 가끔 회심의 질문을 하는 중요한 역할이고 비교적 그 역에 충실했지만 최민식의 카리스마에 맞서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거침없이 최민식과 맞장 뜨던 곽도원이 그리웠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그 심각하고 절절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살짝 졸기도 하였다.

태반의 시간을 공들여 찍은 해전신은 만일 음악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얼마나 지루했을까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은 장면의 반복이 계속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는 무엇보다 음악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감정을 고조시키기도 하고 긴장을 몰아가기도 했다.

 

 

이순신 장군의 해석은 감독의 재량에 맡기겠다.

지금까지 우리가 배우고 듣고 알던 이순신과는 상당히 달랐다.

신출귀몰하고 매사에 의연하고 속세에 초연하셨던 장군이 아니다.

고문의 후유증으로 지치시고 병들었으며 피로에 찌든 모습이었다.

육신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그 마음마저 멍들고 여기 저기 갈라진 틈이 보이고 망설이며 고뇌하셨다.

심지어 악몽으로 고통을 당하시기도 하셨다.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장군을 보다 인간적으로 그리려한 감독의 통찰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장군을 대하는 백성들과 부하들의 태도는 아무래도 낯설고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이미 한산대첩을 비롯하여 임진란 때 장군의 신묘한 능력을 보고 듣고 심지어 함께 했을 병사나 백성들도 적잖았을 텐데 하나 같이 겁에 질려 장군을 그렇게 외롭게 했는지는 조금 의문이다.

설사 대부분의 인간들이 그럴지라도 그렇지 않은 부하들도 조금은 있을 텐데 영화에서는 오직 탐망꾼 임준영과 용감한 어린 아이 하나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영화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다.

최민식에게 정말 축하하고 싶다.

마땅히 그럴 영예를 가장 먼저 누릴 배우였음에도 이 영화가 그가 최초로 1000만을 돌파한 영화라고 한다.

이미 천만 관객이 찾았을 뿐 아니라 앞으로 그 기록이 어디서 멈출지 가늠할 수 없는 영화가 될 것 같다.

 

무엇이 이 같은 기적을 만들게 했을까?

아무래도 이순신, 그 이름을 들지 않을 수 없겠다.

오늘날 같은 첨단의 시대에 겨우 1척의 배가 침몰했는데 국가가 단 1명도 구조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그러면서도 아무도 책임지는 지도자가 없는 시점에 가장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우리들의 지도자이자 영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영웅을 가장 선명하고 단순하게 그려냄으로 누구나 쉽게 함께 공감할 수 있게 만든 감독의 탁월한 전략이 주효 했으리라.

어떤 갈등도 서사도 생략해버리고 다만 장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의리인데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쫓아야 하고 그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고 정리한 것이다.

신화의 탄생이고 영화 명량 신드롬의 핵심인 것이다.

거기에 보너스로 다음과 같은 첨언이 덧붙여졌다.

전쟁이 끝난 후 아들 회에게 하신 말이다.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천행이었다. 백성들이 와서 목숨을 걸고 구해주지 않았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하늘의 뜻과 백성의 마음을 같이 보신 장군의 모습!

이것이 바로 이 영화 성공의 진정한 신의 한 수이다.

물론 이를 제대로 표현한 최민식과 그것을 기획한 김한민 감독에게 거듭 엄지를 치켜들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