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업다이크(1932~ )는 장편소설·단편소설·시를 썼으며 세심한 장인 기질과 '미국 메사추세츠와 펜실베이니아 동부 연안 소도시의 개신교 중산층 생활을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하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달려라 토끼(Rabbit, Run, 1960)는 1950년대를 반영하면서 추악한 현실에서 끝없이 도피하는 전직 농구선수 ‘래빗(토끼)’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토끼시리즈 4부작 중 그 첫번 째 편이다.
1960년에 발표하였고 그 후 10년마다 '돌아온 토끼', '토끼는 부자다', '토끼 잠들다'를 발표했다.
'토끼는 부자다'와 '토끼 잠들다'는 각각 퓰리처 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3인칭 현재 시제로 진행되는 당시로서는 독특하고 혁명적인 서술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후 업다이크는 이 서술 방식의 대가로 손꼽히게 되었다.
소설은 미국의 평범한 소시민 남성인 ‘토끼’의 획일적이고 희망 없는 삶을 통해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허무감을 통렬하게 그려내고 있다.
자신의 중요한 문학적 주제를 ‘예술, 섹스, 종교’라고 말한 바 있는 업다이크는 통속적인 줄거리와 노골적인 성 묘사를 통해 ‘속된 것들의 거룩함’을 느끼게 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소설을 포함해 ‘토끼 4부작’은 평범한 중산층들의 방황과 고독을 그림으로써 현대사회의 물질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래빗(토끼)’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해리 앵스트롬은 고교 시절 이름을 날리던 농구 선수였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작은 지방 도시에서 취사도구를 팔러 다니는 세일즈맨으로 일하고 있다.
두 살 난 아들 넬슨과 임신한 아내 재니스와의 생활에서 권태를 느끼던 그는 어느 날 저녁 충동적으로 차를 달리기 시작한다.
래빗은 그날 집에 돌아가지 않고 고등학교 시절의 농구 감독 토세로를 찾아가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토세로는 래빗에게 루스라는 여자를 소개해 주고, 래빗은 그길로 루스와 동거를 시작한다.
몇 달이 흘러 루스와의 관계도 위태로워질 즈음, 아내가 진통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래빗은 다시 재니스에게 돌아와 출산을 지켜본다.
래빗은 재니스와의 관계를 다시 시작하려고도 해보지만, 감정의 골을 극복하기 어려움을 느낀다.
이에 절망한 재니스는 술에 취한 채 갓 태어난 딸을 물에 빠뜨려 아기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한편, 래빗은 루스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루스는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할 생각이 아니면 관계를 끝내자고 말한다.
거리로 나온 래빗은 그들의 미래도 아내 제니스와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하고 그곳을 벗어나 또 어디론가 달린다.
어디로 달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래빗은 어디에서 도 만족을 얻을 수 없다.
문제는 바로 관계의 한 축을 이루는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래빗이 달리고 달린다고 하더라도 과거에 품었던 꿈과 희망, 열렬한 사랑은 시간이 갈수록 상실되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종국에는 별볼일 없이 세월의 흔적만 남은 자신과 대면하는 일만이 남아 있게 된다.
바로 "방황"의 심리이다.
래빗의 심리적 방황에 대한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아내가 술에 쩔어 있고, 학창시절 잘 나갔던 농구선수 시설을 잊지 못한 것일수도 있으나 겉으로 표출된 원인일 뿐 명확하지는 않다.
이러한 방황의 심리는 일반적으로 20세기 중반 미국 중산층의 불안함이라고 한다.
현대인의 불안감은 타인과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을 때 나타난다.
래빗은 가출을 통해 재니스와의 관계회복 가능성을 철저히 회피하지만 그대신 그는 재니스에게서 받은 공허감을 타인과의 관계맺기를 통해 보상 받고자 한다.
그는 섹스에 몰두 함으로써 혹은 골프나 잔디깍기를 빙자한 대화에 열중함으로써 끊임없는 소통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모습은 재니스와 관계에서 결핍된 것을 타인과의 관계에서 찾으려 애쓰는 것이지만 본질을 회피한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
래빗이 느끼는 불안과 강박의 원천은 공허함에서 나온다.
업다이크는 래빗이라는 인물을 통해 현대인이 가지는 불안의 정체를 조심스럽게 탐색해냈을 뿐 아니라 인간의 실존에 대한 깊은 생각의 무게를 가지게 한다.
나는 어떤 삶을 즐기며 살고 있을까
무엇에 만족하며, 누구와 있을 때 나의 존재를 느끼는가
지금의 나는 행복한가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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