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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세상이야기

금강산 전설들

by Ajan Master_Choi 2009. 12. 4.

옥절구 찧던 토끼도 옥황상제에게 금강산구경을 간청하여 승낙받는다.

보름달이 되기 전에 꼭 돌아오라는 분부를 받고 토끼는 금강산으로 내려와서 세존봉줄기를 타고 오르다가 금강문언저리에 와서 못박히고 말았다.
앞에 솟은 천화대는 하늘에 핀 꽃같고 구슬같이 흐르는 옥류동의 폭포는 무늬박힌 비단필을 늘여놓은 듯하여 경치가 너무나 장관이였던 것이다.

하늘세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치에 눈이 휘둥그래진 토끼의 걸음이 거부기걸음처럼 점점 떠지더니 차츰 제자리에 서버렸던 것이다.
날자가 흘러가는 것도 모르고 꿈 속 같이 황홀경을 헤매던 토끼는 보름달이 휘영청 걸려서야 부지런히 되돌아가려 하였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노한 옥황상제는 예전에 달리기에서도 룡궁의 거부기에게 지더니 오늘 또 거부기보다 느리게 움직였으니 거부기로 행세해야 마땅하리라고 령을 내린다.

그래서 토끼의 몸뚱이는 거부기로 되여 봉우리 말기에 굳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금강산 세존봉 중턱에 맨머리로 앉아있는 사람모양의 바위는 《옥황상제바위》라고 한다.

임금의 상징인 관을 벗고 앉아있다니 관광객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하늘세계의 옥황상제도 소문에 들리는 금강산구경을 하려고 마음 먹고 여기로 내려왔다.
그는 비로봉에 와서 내외금강을 굽어보고 다시 장군봉을 비롯하여 일출봉, 월출봉, 차일봉, 영랑봉, 옥녀봉, 채하봉 등 금강산 1만2천봉우리를 차례로 보고 나서 세존봉 구룡연가에 왔다.

계곡따라 흘러내리는 물이 어찌도 맑고 시원해 보이던지 옥황상제는 제꺽 관을 벗어 바위에 올려놓은 다음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소에 뛰여들었다.
이때 금강산을 지키는 산신이 나타나 금강산의 벽계수가 천만종의 약초를 씻고 흘러내리는 신령약수여서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데 여기서 목욕을 하다니 부끄럽지 않은가고 질책하며 관을 들고 가버린다.
금강신의 엄한 꾸중을 듣고 담소에서 나와 옷을 입고 보니 관이 없어 하늘로 올라갈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맨머리로 한숨을 푹 쉬며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예의도덕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말라"는 교훈을 말해주곤 하더니 끝내 관을 벗은 옥황상제로 굳어졌다고 한다.

이런 류형의 전설들은 이 밖에도 한늬 우물 안에서만 살다가 금강산구경을 떠났는데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바위로 굳어졌다는 구룡연계곡의 《개구리바위》전설,

문주담 맑은 물 속에 깔린 조약돌들을 도토리로 잘못 보고 뛰여내리다가 절벽중턱에 걸려 돌로 굳어졌다는 중관음봉의 《곰바위》전설,

룡궁의 거부기가 금강산구경을 하다가 돌아가려고 본래 나왔던 구멍으로 대가리를 틀어박았으나 그새 뚱뚱해진 몸뚱이 때문에 못들어갔다는 만폭동 구담의 《거북바위》전설,
만물상에서 살던 범이 금강산경치에 감탄하여 훌륭한 시를 읊고 있는 사람을 보고 그에 감동되여 쭈그리고 앉았다는 문주봉 중턱의 《범바위》전설,
세 아이가 초불을 켜놓고 밤낮으로 글 읽는 모습을 보고 부러움에 차서 지켜보던 망아지와 그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자기 새끼를 재촉하며 앞서 달아났다는 《동자바위》, 《초대바위》, 《어미말바위》, 《망아지바위》전설,

경상도 범어사 고상준이란 로장중이 평생소원이던 금강산구경을 왔다가 하관음봉 중턱에 앉아 바위로 굳어졌다는 《로장바위》전설 등이 있다.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대한 전설에는 또한 수려한 계곡에서 퐁퐁 솟구치는 샘물이나 약수, 치료에 효과적인 감탕 등이 알려지게 된 사연을 전하는 전설도 있다.

내금강의 백운대에 가보면 그 아래에 《만병통치》로 소문난 금강약수가 있다.

얼음같이 차고 향기로운 이 약수는 옛날에 백운학이라는 사람이 속탈로 하도 고생하다가 약수를 찾아 떠났는데

백운대 부근에서 죽지 부러졌던 백학이 기운차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발견하였다는 전설을 담고 있다.

만물상 안심대에서 망양대로 가는 바위에서 솟아나오는 망장천에도

이 골 안에 살던 쇠바위와 옥분이라는 늙은 부부가 약초를 캐다가 이 샘물을 마시고 한참 잤더니

굽었던 허리가 쭉 펴져 그만 지팽이를 잊어버리고 돌아왔다는 전설이 담겨져 있다.

《몽천암》전설은 삼일포에 절을 지으려던 로승이 물이 없어 걱정하다가

백발로인이 나타나 어느 바위 밑을 파보면 샘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하여 파보니

정말로 샘이 터져나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람들이 건강치료에 특효인 시중호감탕이 알려지게 된 전설도 매우 흥미있다.

 

옛날 시중호 근방의 어느 마을에 정갑이라는 마음씨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나무를 해다 팔며 근근히 연명해가고 있었다.
그가 나무를 해가지고 내려올 때면 시중호못가에서 지게를 내려놓고 한숨 쉬고 가군 하였는데 하루는 큰 게 한마리와 왜가리가 싸움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어미게가 힘이 진하여 끌려가려는 찰나에 새끼게들에 대한 동정에 북받친 정갑이가 게를 구원해준다.
그 후 정갑은 뼈마디가 쑤시고 팔다리가 저려 오는 병이 생겼으나 집안형편이 딱해 계속 나무해다 팔다가 하루는 그만 못가에서 정신잃고 쓰러진다.
한참만에 아픔이 멎어 정신을 차리고 사위를 둘러보니 숱한 게들이 그의 몸에 감탕칠을 해주어 그의 은혜에 갚음하였다는 것이다.

그 때부터 신경통에 특효인 시중호감탕의 신기한 사실이 알려졌다고 한다.

해금강 금란굴의 불로초는 옛날 보로국왕이 외동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 해동국의 신산ㅡ금강산의 불로초를 얻으려고 해적떼를 보냈다가 실패하였다는 전설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 때 불로초를 캐려고 해적들이 굴입구로 다가가 사다리를 놓고 금방 따려는 순간에 천지가 시꺼멓게 흐리더니 소낙비가 쏟아지고 사나운 태풍이 몰아쳐 도적무리들을 말끔히 쓸어버렸는데 지금 금란굴입구 바다 밑에 엎어져있는 배모양의 바위가 그때 침몰된 도적배라는 것이다.

금강산의 절경을 반영한 전설에는 또한 불정대전설처럼 16세기의 생존인물인 서경덕이 불정대에서의 해맞이 광경을 실감나게 설명해주어 고성군수를 놀래웠다는 전설이나 먼 옛날 어떤 왕이 하루 동안 놀려고 왔다가 경치가 하도 좋아 사흘 동안 놀고 갔다는 삼일포전설,

타무왕이라는 남쪽 나라 왕의 금강산려행에 대한 전설을 비롯하여 특색있는 전설도 있다.

 

만년대개의 글발을 보고 몇 걸음 더 옮기면 금강문휴식장에 이르게 된다.
금강문휴식터에 마주 바라보이는 세존봉절벽은 마치 힘장수가 정교롭게 포개여 쌓아놓은 옛돌성을 방불케 하므로 《성벽암》이라고 부른다.
이 자연돌성 우에는 마치 대가리는 토끼같고 몸뚱이는 거부기잔등같이 생긴 기묘한 바위가 놓여 있다.
이 바위를 《토끼바위》 혹은 《거부기바위》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금강산구경을 내려왔던 달나라의 토끼가 보름달이 되기 전에 돌아오라는 옥황상제의 명을 어기여 처벌 받아 돌로 굳어졌다는 전설이 깃들어있다

관갑천잔도(관갑의 사다리길)라고도 하는 이 길은

조선시대 주요 도로 중 하나였던 영남대로 옛길 중 가장 험난한 길로 알려져 있다.

고려태조 왕건이 남쪽으로 진군 시 이곳에 이르러 길이 없어졌는데 마침 토끼가 벼랑을 따라 달아나면서 길을 열어주어 ‘토천’이라 부른데서 유래한다고 전한다.

비리란 벼루의 사투리로 강이나 바닷가의 위험한 낭떠러지를 말하며,

이곳 토끼비리는 문경 가은에서 내려오는 영강이 문경새재에서 내려오는 조령천과 합류하는 곳에서부터 산간 협곡을 S자 모양으로 파고 흐르면서 동쪽 산지를 침식하여 만든 벼랑에 형성된 길이다.
돌벼랑을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파서 만든 구불구불한 길이 6, 7리 나있는데 겨우 한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고 험하다.
토끼비리는 길에서 내려다보이는 영강과 절벽부, 맞은 편 마을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망 경관을 형성하고 있으며,

옛길의 중간중간에 주막거리와 성황당, 2그루의 당나무 등이 남아 있어 다양한 옛길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문경 토끼비리』는 석현성 진남문에서 오정산과 영강으로 이어지는 산 경사면에 개설된 천도(하천변의 절벽을 파내고 건설한 길)로 영남대로 옛길 중 가장 험난한 길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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