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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건강 이야기

눈이 피로하면 심신이 피로해진다

by Ajan Master_Choi 2015. 7. 28.

 

산다는 것은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삶을 마치는 것을 ‘눈을 감는다’고 하는 것이다.

사실 살면서 ‘보는 것’만큼 즐겁고, 또 확실한 것도 없을 것이다.

볼 수 있음으로 해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우리는 삶의 현장을 확인하고, 하루의 생활에 눈을 맞춘다.

그런데, 아침이 되었는데도 차마 눈을 뜨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하룻밤 푹 자고나면 어제의 피로가 가시는게 보통인데, 눈에 피로감이 여전히 남아있다면 우리몸의 최전선 감각기관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는 눈이 왜 피로해지는가를 알기전에 먼저 눈의 현주소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눈은 우리몸의 외부로 향한 기관 가운데 가장 위에 있는 기관이다. 한의학에서는 위에 있는 것을 ‘양(陽)’이라고 한다.

양은 강한 활동성을 나타내는데, 눈이 하루의 일을 끝내고 잠들기 직전까지 쉴새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활동량이 많으면 열이 나게 마련이고, 이 열을 식혀주기 위해 물(중)이 필요해진다.

또 에너지를 충당하려면 충분한 영양분(음)이 공급되어야 한다.

 

만약 눈(양)에 수분(중)과 영양분(음)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음중양의 조화가 깨어져 양이 제 역활을 할수가 없게 되고 만다.

그 원인은 중과 음의 부족이거나, 눈의 무리한 활동이다.

눈이 피로해지게 되는 허실의 매카니즘이다.

 

중이 부족하면 눈물분비가 잘 안돼 안구건조증으로 눈이 뻑뻑하고, 양과 음이 서로 충돌하면서 각막이나 결막에 상채기를 남겨 충혈과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와중에서 눈이 피로하여 흐릿해지며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이마 언저리에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안삽(眼澁) 이리고도 표현한다.

 

눈은 양의 장기이지만, 이처럼 중과 음의 전폭적인 도움이 있어야 제대로 기능을 할 수 가 있는 것이다.

이 중과 음은 항상 올라가는 성질이 있는 음기에 의해 공급되고 있다.

‘양’은 이 ‘음기’가 아래로부터 올라옴으로서 음중양의 조화를 이루게 된다.

음기는 간경락과 신장경락을 타고 올라가 머리에 머물게 된다.

음기가 머리에 충만하게 될때 머리는 쿨(Cool)한 상태가 되어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머리카락은 우리 몸에서 가장 음기가 왕성함을 자랑하고 있다.

그 풍요로운 머리 숱을 보라.

보통 사람의 머리숱은 8만~10만개 정도이며, 머리카락은 하루 평균 0.35mm(윗머리 0.44mm, 옆머리 0.39mm) 정도로, 한 달에 약 1cm 정도가 자란다.

우리몸에서 이만큼 빨리 자라는 기관은 머리카락이 유일하다.

음기의 올라가고 성장하는 힘을 머리카락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머리카락의 강한 음기운은 그래서 양기운의 수신처가 된다.

여기서 말하는 양기운이란 하늘에서 내려오는 태양의 기운 즉, 햇빛이다. 8만-10만개의 안테나가 양기운을 빨아들여 양기운은 머리속에서 들어왔지만, 머리속은 양기운이 머물 곳이 못된다.

왜냐하면 머리는 양이고 양과 양기운은 서로 밀어내는 성질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양기운은 음이 기다리고 있는 다리쪽으로 자석처럼 끌려 내려가고, 음기운은 양이 부르는 머리쪽으로 올라가면서 우리 몸안의 기순환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한의학의 음기승양기강(陰氣昇陽氣降)이론이다.

 

이 기생리(氣生理)를 주도하고 있는 기관이 폐, 비장, 간장, 그리고 신장이다.

폐와 비장은 기를 생산하고, 간장은 그 기가 온몸에 고르게 펴지게 하며, 신장은 기가 특히 몸 아래까지 도달하도록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몸통에 들어있는 이들 장기에 문제가 생기면 기의 순환에 장애가 생기게 되어 음기승-양기강이 잘 안되게 된다.

 

음기와 양기는 서로 자리바꿈을 하면서 우리의 몸을 생리적으로 순환시키고 있는 셈인데, 음기가 머리로 올라오는 양이 적으면, 양기도 아래로 내려가는 일이 곤란해질수 밖에 없게 된다.

내려가다가 길이 막혀 되돌아오는 양기운이 머리 속에 늘어나고 쌓이면서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머리 속이 더워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열은 빠르게 움직이고, 수분을 말린다.

 

양과 양기운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기관인 눈이다.

눈은 외부와 직접 연결되고 있으면서 늘 물에 젖어있어야 하는데,열이 높아지면 안구가 건조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신장이 약하면 렌즈역할을 하는 동공에도 정수(精水)조달에도 문제가 생기고, 간장이 약해지면 렌즈를 조정해주는 홍채의 기능도 떨어져 눈은 이래저래 피곤해지는 것이다.

 

이 병증에 걸린 환자들은 흔히 조금만 눈을 사용하여도 눈이 부시거나 아프다고 호소한다.

또, 물체를 오랫동안 바라보지 못하며, 심하면 두통이나 어지럼증, 위장장애 까지 수반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심신이 피로하고 심계항진, 이명, 수면장애 등 전신적인 증상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이같은 증상의 대부분은 간장과 신장의 기운이 허약해져 있거나 심기가 허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따라서 안정피로는 한의학적으로 볼때 단순한 눈의 피로 현상에 그치기 보다는 신체가 전체적으로 피로한 상태를 반영하는 증상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