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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삶 이야기

"가족이란 무엇인가?"

by Ajan Master_Choi 2018. 3. 31.

가족이라면서,,,

필요할때만 찾는 관계라면,,,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뻔뻔하고 의존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건 아닌지 모른다.

가끔은 가족에 대한 나의 이해를 의심해보고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보통 우리는 인간관계를 유지할 때 나름의 원칙같은 걸 세우며 다소 긴장하기 마련이다.

 

때론 이게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기도 하지만 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니기에 이러한 불편은 오히려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시키는 나름의 정치적 역할을 한다.

그런데 가족에겐 이게 없는 경우가 보통이다.

 

별 생각없이 말을 내뱉기도 하고 밑도 끝도 없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부모니까 자식이니까 형제니까, 보통의 상식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쉽게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염치없을 때가 있다.

 

가족관계는 이성보다는 감정으로, 보편적 객관보다는 특수한 주관이 개입되는 관계이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는 말은 지극한 모성애로 들리지만 한편으로 가족관계에는 세상의 잣대, 우리가 보통 상식이라 부르는 가치기준들을 초월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것이 좋은 것인지 안 좋은 것인지는 나중 문제고 어쨌든 가정은 비이성적인 사회공간임에 틀림없다.

 

가족주의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족이란 '따뜻함, 어머니, 고향' 같은 매우 감성적이고 긍적적인 키워드를 환기시키면서 누구나 추구하는 올바르고 바람직한 무엇쯤으로 여겨진다.

 

아무리 눈 씻고 봐도 가족의 긍정적 기능을 주로 강조하고 혹은 그걸 위해 자신의 의무를 다하라는 내용 위주일 뿐, 가족에 대한 객관적•비판적 시각을 갖게하는 기회는 많지 않다.

이는 위험하다.

 

회사에서 김과장의 주관은 뭇사람들에 의해 견제를 받지만 퇴근후 집에서 김과장의 주관은 법이요 문화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밥상머리를 포함한 사소한 소통공간에서 김과장의 주관, 간혹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없는 가치나 행위까지 보편적이고 평범한 일상처럼 벌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수한 주관은 언제고 갈등을 예고한다.

김과장의 아이가 교육을 받고 세상의 객관에 익숙해질무렵부터 크고 작은 마찰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 지붕에서 함께 생활을 하지 않는 가족의 경우 친구나 회사동료보다 못한 공감대에 위치한다.

명절이나 기념일에 잠깐 만나 '우리는 가족이다'를 확인하는, 자칫 명목적이고 표피적인 인간관계로 흘러갈 수도 있다.

 

실제 서로의 생활은 잘 모르면서 감정적 연대만 높은 기이한 관계가 되는 것이다.

이런 관계에서는 생기는 갈등은 곧잘 서운함, 섭섭함을 낳게 되고 때론 다른 인간관계에서 받은 것보다 더 깊게 오래 남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외판사원으로 일한 대가는 바로 바로 돈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돈다발을 테이블 위에 놓으면 가족들은 매우 놀라면서 기뻐하였다. 그때가 좋은 시절이었다. 그때 이후로 그레고르는 계속 돈을 벌어 온 식구의 낭비를 감당하였으나 가족들은 이미 익숙해져버렸고 더 이상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다. 아버지는 찬장 위에 있는 과일 접시에서 사과를 집어 주머니에 잔뜩 집어넣더니 사과를 연달아 던졌다. 사과 하나가 그레고르의 등에 박혔다. 저는 이런 괴물을 오빠라 부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저것을 없애버려야 해요.”

-카프카, 변신 중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중 일부이다.

 

가족에게 헌신하던 아들이 흉한 벌레가 되었다는 사실을 가족들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들이 꼭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가족들은 그레고르의 헌신을 가족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겼지, 갚아야 할 은혜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아버지의 노동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자주 잊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실직을 해 가난하게 된다면 그동안 그가 우리를 위해 애썼던 사실보다는 지금 가난하다는 거, 지금 아버지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오히려 원망스러울 것이다.

아버지지니까.

가족이니까.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뻔뻔하고 의존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건 아닌지 모른다.

가끔은 가족에 대한 나의 이해를 의심해보고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