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오장육부 중 쌍으로 존재하는 장기인 신장.
그래서 하나쯤은 남에게 주거나 기증받기 쉽다.
혹여 두 개 모두 병들어도 몇 년 이상 역할을 대신해 주는 인공 장기(투석)도 있다.
간이나 심장처럼 한 개뿐인 장기가 망가진 환자 입장에선 여간 부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걸러주는 신장 역시 방심하면 병이 들고 만성화함으로써 생명을 위협한다.
◆급증하는 만성 신부전 환자
의료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말기 신부전 환자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이사장 서울대 의대 김성권 교수)가 2006년 말 현재 전국의 투석 의료기관 50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말기 신부전 환자는 4만6730명.(혈액 투석 62.1%, 신장 이식 20.8%, 복막 투석 17.1%) 20년 전 2500여 명에 비해 약 18배 증가한 수치다. <그래프 참조>
주범은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실제 원인 질환 1위는 당뇨병으로 42.3%를 차지했고, 고혈압(16.9%)이 뒤를 잇고 있다.
과거에 많던 만성 사구체신염은 13%에 불과했다.
비만 인구와 고령화도 이를 부추긴다.
신부전 환자는 혈액 투석 시작 5년 뒤 남자 58%, 여자 62%의 생존율을 보인다.
하지만 당뇨병이 원인일 땐 47.4%로 줄어든다.
망가진 신장을 대신하는 혈액 투석 역시 궁극적인 해법은 아니며 결국엔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말기까지 증상 없어
흔히 신장이 병들면 노폐물을 거르지 못해 얼굴이 푸석푸석하고 몸이 부으면서 소변이 제대로 안 나오는 상태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신장이 병들기 시작한 지 10년 이상 지나 말기 신부전이 돼야 나타난다.
대학 때 우연히 실시한 소변검사에서 단백뇨가 있다는 말을 들었던 S씨(35).
그는 단백뇨의 의미도 모른 채 하루 24시간이 짧다고 앞만 보며 달려왔다.
밤샘 공부 덕에 우등생으로 졸업,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취직했고 승진도 남달리 빨랐다.
입사 5년쯤 지났을 때 야근을 하면 이전보다 피로감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 의사는 만성 신장병 상태란 말과 더불어 휴식과 건강관리에 유념하고 정기검진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일 욕심에 야근과 밤샘 회식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후 3년쯤 지났을 때 주변에서 안색이 안 좋다는 말을 자주 했다.
식욕도 없고 몸이 붓는 증상도 나타났다.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내려진 진단은 말기 신부전.
사구체 신염으로 시작한 신장병이 관리소홀로 급속히 진행돼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받아야 생명을 이어갈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노폐물과 독소를 제거하고 전해질·수분·혈압을 조절하는 신장이지만 90% 이상 망가질 때까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없다.
소변량 감소·부종·고혈압·빈혈·영양 부족 등은 그야말로 남은 신장 기능이 10% 정도에 불과할 때 나타난다.
흔히 몸이 부으면 신장이 나쁠 거라며 병원을 찾는데 이 경우엔 특발성 부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기검진으로 초기 관리 필요
신장병은 일단 한 번 발병하면 뿌리 뽑는 치료법이 없다.
신장에 해로운 방법을 피해 만성화를 늦추고, 말기엔 신대체요법(혈액 투석·복막 투석·신장 이식) 을 제공받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기검진으로 초기에 발견했을 때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소변에서 단백뇨가 나오거나 혈액 검사상 신장 기능 이상이 의심될 땐 원인을 밝힌 뒤 적극 관리해야 한다.
위험 요인인 당뇨병과 고혈압을 초기부터 철저히 관리해 정상 혈당과 정상 혈압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국내에선 성분 미상의 약제를 몸에 좋다고 복용한 뒤 콩팥에 큰 부담을 줘 신장이 망가지는 경우가 가장 심각한 문제다.
섭취한 모든 물질이 신장을 통해 배설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장이 나쁜 사람은 물론 일반인도 전문의가 꼭 필요하다고 처방한 약 이외엔 복용하지 않는 게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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