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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삶 이야기

홀로 키우는 아들을 때리고만 아빠

by Ajan Master_Choi 2016. 2. 12.

 

아내가 어이없이 우리 곁을 떠난 지 4년...

지금도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어느 날 출장으로 아이에게 아침도 챙겨주지 못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날 저녁 아이와 인사를 나눈 뒤 양복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침대에 벌렁 누워 버렸습니다.

그 순간, 뭔가 느껴졌습니다.

빨간 양념국과 손가락만한 라면이 이불에 퍼질러진 게 아니겠습니까?

컵라면이 이불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는 뒷전으로 하고 자기 방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를 붙잡아 장딴지며 엉덩이며 마구 때렸습니다.

 

"왜 아빠를 자꾸 속상하게 해? "

 

하며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을 때 아들 녀석의 울음 섞인 몇 마디가 제 손을 멈추게 하고 말았습니다.

아빠가 가스레인지 불을 함부로 켜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보일러 온도를 높여서 데어진 물을 컵라면에 부어서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아빠 드리려고 식을까봐 이불속에 넣어둔 것이라고.....

가슴이 갑자기 메어왔습니다.

일 년 전에 그 일이 있고 난 후 저 나름대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아이는 이제 7살.

내년이면 학교 갈 나이죠.

얼마 전 아이에게 또 매를 들었습니다.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회사로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나오지 않았다고...

너무 다급해진 마음에 회사에서 조퇴를 맞고 집으로 왔습니다.

동네를 이 잡듯 뒤지면서 아이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놈이 혼자 놀이터에서 놀고 있더군요.

집으로 데리고 와서 화가 나서 마구 때렸습니다.

하지만 단 한 차례의 변명도 하지 않고 잘못했다고만 빌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은 부모님을 불러놓고 재롱잔치를 한 날이라고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아이는 유치원에서 글자를 배웠다며 하루 종일 자기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고 아이는 학교에 진학했죠.

 

그런데 또 한 차례 사고를 쳤습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 이브 날로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우리 동네 우체국 출장소였는데 우리 아이가 주소도 쓰지 않고 우표도 부치지 않은 채 편지를 300 여 통을 넣는 바람에 연말 우체국 업무에 지장이 많이 된다며 온 전화였습니다.

아이가 또 일 저질렀다는 생각에 아들을 불러서 또 매를 들었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맞는데도 한 마디 변명도 하지 않은 채 잘못했다는 말만 하더군요.

그리고 우체국 가서 편지를 받아온 후 아이를 불러놓고 왜 이런 나쁜 짓을 했냐고 물어보니 아이는 훌쩍 훌쩍 울먹이며 저 멀리 먼 나라에 계신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쓴 편지라고...

그 순간, 울컥하며 나의 눈시울이 빨개졌습니다.

아이에게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그럼 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편지를 보냈냐고....

그러자 아이는 그동안 키가 닿지 않아 써오기만 했는데 오늘 가보니깐 손이 닿아서 엄마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다는 기쁨에 다시 돌아와 다 들고 갔다고...

아들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잠시 생각했습니다.

아내의 빈자리를 제가 채울 순 없는 걸까요?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우리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났는데 엄마 사랑을 못 받아 마음이 아픕니다.

정말이지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진수야 내 아들아.

아빠가 우리 진수한테 정말 미안하구나!

아빠는 그런 것도 하나도 모르고 엄마의 빈자리는 아빠가 다 채워줄 수는 없는 거니?

남자끼린 통한다고 하잖아.

진수야..

너 요즘에도 엄마한테 편지 쓰지?

아빠가 너 하늘로 편지 보내는 거 많이 봤다.

엄마가 하늘에서 그 편지 받으면 즐거워하고 때론 슬퍼서 울기도 하겠지.

진수야.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어.

엄마 없다고 너무 슬퍼해지마.

그걸 잊지마.

아빠가 널 때린다고,,,

엄마가 현수를 놔두고 갔다고 너무 섭섭해 하지마.....알겠지?

끝으로 사랑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아.

아빠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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