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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세상이야기

프로복싱 Jr페더급 챔피언 역사

by Ajan Master_Choi 2008. 2. 27.

다른 주니어체급과 함께 1920년 뉴욕주에 의해 탄생한 한계체중 122파운드의 주니어페더급은 단 한번의 세계타이틀전도 없이 소멸된 주니어플라이급, 주니어밴텀급과 달리 당시 세상의 빛을 본 경량급의 주니어체급이다.

1922년 9월 21일 클리블랜드 출신의 <잭 키드 울프>가 전 세계밴텀급 챔피언이었던 조 린치에게 15R판정승을 거두고 초대챔피언으로 발표됐지만 워낙 재미없는 시합내용 때문에 뉴욕주 체육위원회로부터 공인받지 못한데다가 1년 뒤 <칼 두앤>과의 첫 방어전에서 양자가 모두 한계체중을 넘어서는 바람에 두앤의 12R판정승에도 불구하고 이 체급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그대로 잊혀져 갔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과 중남미 일부국가에서 먼저 인정해 온 이 체급은 1976년 2월 14일 <WBC>의 호세 술레이만 회장이 슈퍼밴텀급 신설을 공식 결정함에 따라 비로소 세계챔피언의 역사가 열리게 되었다.

첫 세계타이틀전은 1976년 4월 3일 파나마시티에서 파나마의 <리고베르토 리아스코>와 일본에서 활동중인 케냐출신의 와루잉게 나카야마 간에 거행되었는데 홈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은 리아스코가 와루잉게를 일방적으로 요리하며 9RTKO승을 거두고 초대챔피언에 등극했다.

176cm의 장신인 리아스코는 중남미선수 특유의 강인한 체력과 긴 리치를 활용한 아웃복싱을 구사했는데 든든하지 못한 턱이 최대의 약점이었다.
리비오 노라스코와의 첫 방어전을 가뿐하게 넘어선 리아스코의 두 번째 도전자는 지명도전자인 우리나라의 염동균이었는데 빗속의 혈투끝에 홈링의 염동균이 우세한 경기를 이끌어 타이틀을 쟁취하는 듯 했지만 며칠 뒤 판정번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속에 리아스코의 승리가 인정돼 불명예스럽게 왕좌를 지켰다.


그러나 60여일 뒤 일본으로 날아가 <로얄 고바야시>에게 뾰족한 턱을 난타당하며 8R만에 무너져 이 체급의 초대챔피언은 여러가지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다부진 체격에 좌욱훅이 묵직한 강타자였던 고바야시는 국가대표출신으로 뮌헨올림픽에도 참가할만큼 실력을 갖추었으나 페더급시절 WBA 챔피언 알렉시스 아르게요에게 5RKO패한 뒤 한 체급을 내려 소원을 이루었다.
그러나 힘에 의존한 단조로운 공격패턴으로는 장수할 수가 없어서 첫 방어전에서 세계타이틀 재도전에 나선 <염동균>에게 1R에 레프트훅을 맞고 가볍게 다운을 허용한 것이 화근이 되어 46일만에 왕좌에서 물러나며 초단명에 그쳤다.

댄싱을 연상케 할 만큼 화려한 아웃복싱으로 고바야시를 추락시킨 염동균은 50전이 넘는 많은 캐리어를 바탕으로 자기만의 복싱을 완성시킨 아웃복싱의 귀재로서 초기에는 독특한 크라우칭스타일을 바탕으로 한 인파이팅에도 아주 능했다.
세계챔피언에 올라선 뒤 발을 최대한 활용하여 거리를 띄우고 사이드스텝으로 돌아서며 주무기인 레프트훅을 폭발시키는 작전을 구사한 염동균은 지명도전자인 호세 세르반테스를 넘어선 뒤 푸에르토리코 원정에 나서 희대의 KO왕 <윌프레도 고메스>에게 1R에 다운을 빼앗는 전과(?)에도 불구하고 12R에 무참한 KO패를 당해 역시 단명에 머물렀다.

세계타이틀 최다 연속KO방어 「17」의 금자탑을 세운 고메스는 푸에르토리코가 낳은 최고의 인파이터로서 이 체급의 절대지존으로 군림하며 5년넘게 독재에 가까운 왕좌를 지켜냈다.
새로 생긴 체급이어서 선수층이 얇은 탓도 있었지만 당시 그가 보여준 가공할 공격력과 집중력은 가히 인파이터의 교과서로 불릴만큼 명실상부한 최강이었다.
기록과 달리 인파이팅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리드미컬한 아웃복싱에도 일가견이 있어 상대에 따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만능파이터였던 고메스는 라이트와 레프트를 균형있게 사용하는 하드히터로서 초반에 신중한 탐색전이 끝나면 한치의 오차없이 폭발적인 바주카포를 집중시켜 상대를 쓰러뜨리는 비정한 승부사이기도 했다.
특히, 상대를 코너로 모는 인스텝이 일품이었는데 일단 고메스의 사자몰이에 걸려들면 누구든지 힘을 잃은 초식동물신세가 되기 일쑤였다.

5차방어에 성공한 뒤 최악의 컨디션으로 이 체급을 침공한 밴텀급 KO아티스트 카를로스 사라테를 5R만에 요절내며 세계적인 명성을 끌어 모았고, 이후 13차방어전까지는 그야말로 무풍지대를 달렸다.
1981년 8월 월장을 시도했다가 WBC 페더급 챔피언 살바도르 산체스에게 8RTKO패를 당한 뒤부터 공격과 방어의 밸런스가 무너지기 시작했지만 돌아온 고메스는 여전히 공포스러운 좌우훅을 휘두르며 사라테의 후계자 루페 핀토르를 마지막  제물로 17차례에 걸친 디펜딩을 전KO승으로 마무리했다.
사실상 핀토르전을 끝으로 복싱생명이 거의 끊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산체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기어이 WBC 페더급 왕좌에 올랐고, 더 나아가 WBA Jr.라이트급 마저 정복해 트리플크라운 대열에 합류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선제를 빼앗긴 <WBA>도 1977년 4월에 이르자 주니어 페더급 신설을 공식 결정하고 4강전을 지시했는데 동양에서는 전 WBA밴텀급 챔피언인 우리나라의 <홍수환>이 일본의 다나카 후따로를 판정으로 물리쳤고, 중남미에서는 파나마의 신예 엑토르 카라스키야가 베네수엘라의 헤수스 에스파라고사에게 3R TKO승을 거두어 같은 해 11월 26일 파나마시티에서 양자 간의 챔피언결정전이 거행되었다.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던 홍수환이 2R에서 네 번의 다운을 당해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3R에서 라이트스트레이트를 시작으로 폭풍같은 연타를 퍼부어 기적같은 역전KO승을 거두고 4전5기의 신화를 창조하며 초대챔피언으로 등극했다.
뚜렷한 개성과 타고난 끼를 발휘하며 드라마틱한 승리를 통해 2체급을 석권한 홍수환은 당시 우리나라의 국민복서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첫 방어전에서 일본에서 밀었던 가사하라 유를 도쿄 한복판에서 다섯 번이나 쓰러뜨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기질을 이어갔으나 2차방어전을 앞두고 각종 스캔들과 내홍에 시달리며 콜롬비아의 <리카르도 카르도나>에게 1R부터 버팅을 당해 유혈극을 벌인 끝에 허무하게 패퇴해 급락했다.

데뷔초 베네수엘라에서 활동해 온 카르도나는 긴 리치를 활용해 끊임없이 뻗는 레프트잽과 원투스트레이트가 강점으로 접근전에서 터지는 라이트어퍼도 꽤나 위력이 있었다.
또한 뛰어난 유연성과 순발력에 기초한 세련된 움직임은 상대에게 쉽게 거리를 내주지 않았다.
챔피언 초기에는 정순현과의 두차례 방어전에서 간신히 타이틀을 지켰지만 후일 챔피언에 오르게 되는 세르히오 팔마에게 여유있는 승리를 거두어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쌓았다.
6차방어전에서 만난 미국의 신예 <레오 랜돌프>에게 15R에 TKO로 쓰러진 뒤 승패를 반복하는 반타작복서로 전락했다.

아마추어에서 골든글러브는 물론 몬트리올 올림픽까지 석권했던 랜돌프는 프로에 전향하여 빠른 스피드와 탁월한 순발력을 발휘하며 연승가도를 달린 끝에 예상했던대로 2년여만에 초고속으로 세계정상을 정복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러나 첫 방어전에서 아르헨티나의 노장 <세르히오 팔마>에게 안면 커버링의 약점을 드러내며 첫 회부터 레프트훅을 턱에 맞고 두차례나 다운을 당하는 굴욕을 당하더니 5R에서 팔마의 좌우연타에 덧없이 무릎을 꿇어 짧았던 캐리어를 접었다.
펀치력이 없는데다가 슬로우스타트까지 겸비했지만 아르헨티나선수 특유의 저돌적인 공격력을 갖춘 팔마는 격렬한 타격전을 선호하는 집념의 파이터로 유명했다.

동시대의 WBC챔피언 고메스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나 2차방어전에서 강적 레오 크루스를 대차의 스코어로 제압한 뒤 구원의 숙적 카르도나를 12R에 격추시킨 데 이어 2관왕을 노리던 호르헤 루한마저 군말없이 돌려세워 일취월장의 기세를 이어 나갔다.
홈링을 떠난 6차방어전에서 리매치에 나선 도미니카의 <레오 크루스>의 카운터전법에 말려들어 이번에는 명백한 판정패를 당하고 왕좌에서 물러났다.

체급 신설 초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체급은 윌프레도 고메스라는 불세출의 슈퍼스타를 배출한 덕분에 빠르게 정착했고, 우리나라도 두 명이나 세계챔피언을 등극시켜 초창기 7년여의 짧은 기간동안 긴 호흡을 쉬게 만들어 주었다.

워낙 임팩트가 강한 초창기를 지나온 탓에 1983년으로 접어든 이 체급은 뚜렷한 강자를 찾기 어려워 팬들의 시선에서 다소 멀어졌으나 전임 윌프레도 고메스를 능가하는 하드펀처로 기대를 모아 온 미국의 <하이메 가르사>가 필리핀의 보비 베르나를 2RKO로 꺽고 <WBC>타이틀을 획득해 또 다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고메스 재임시절 오랫동안 넘버원을 지키면서도 도무지 기회를 잡지 못했던 가르사는 대니 로페스를 키웠던 베니 조지노를 만나 치명적인 펀치력과 함께 날카로운 레프트훅을 중심으로 한 컴비네이션을 연마해 연전 연KO승을 거두었다.
상대를 향한 스텝인이 빠르고 스냅을 활용한 날카로운 컴비블로우로 초전부터 상대를 몰아붙여 번개같은 KO를 이끌어 냈는데 좌우스텝 부족과 유연하지 못한 상체는 단점이었다.

챔피언에 오른 뒤 너무 강하다는 소문때문에 도전자가 없어 본의 아니게 1년 가까이 방어전을 치루지 못하다가 WBC의 종용을 받은 톱랭커 펠리페 오로스코와 첫 방어전에 나서 빠른 발을 가진 상대에게 레프트보디블로우를 먹여 3R KO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미국의 <후안 메자>와의 2차방어전에서 1R 두 번의 선제다운에도 불구하고 수비불안의 허점을 드러내며 2R에 레프트훅을 턱에 맞고 넉아웃돼 기대와 달리 조로하고 말았다.

과거 고메스에게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었던 메자는 정교하지는 않지만 일발파워를 바탕으로 한 저돌적이고 근성있는 복싱을 구사했다.
첫 방어전에서 난적 마이크 아얄라를 가볍게 넘어섰으나 전 WBC 밴텀급 챔피언 <루페 핀토르>의 파상공세를 견디지 못해 두차례나 다운을 빼앗긴 끝에 무관이 되었다.
재도전에서 2관왕이 된 핀토르는 논타이틀전에서도 패할만큼 이미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었는데 태국 원정으로 벌어진 첫 방어전에서 체중조절마저 실패해버려 도전자 <사마트 파야카룬>에게 5R KO패를 당하고 은퇴로 내몰렸다.

무에타이 시절 잘 생긴 외모와 함께 네차례나 룸피니 무에타이 챔피언에 오르는 대활약을 펼쳐 태국인들의 우상이 되었던 파야카룬은 발을 쓸줄 아는 영리한 사우스포로서 강렬한 레프트스트레이트를 장착한 기교파였다.
첫 방어전은 전임 메자를 최종회에 스톱시켜 고개를 끄덕이게 했으나 2차방어전에서는 감량고를 겪은 탓에 최악의 컨디션으로 링에 올라 <제프 페네크>의 육탄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IBF 밴텀급 타이틀을 버리고 메이저 타이틀을 쟁취한 인간풍차 페네크의 등장으로 이 체급은 모처럼 활기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발빠른 도전자 그렉 리차드슨과 전설적인 노병 카를로스 사라테를 제압한 페네크가 또 다시 월장에 나서면서 침제를 벗어나지 못했다.

<WBA>챔피언 <레오 크루스>는 1960년대말 세계 라이트급 챔피언을 지냈던 카를로스 크루스의 동생으로 수수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테크닉면에서는 1급 기술자였다.
오랜 링캐리어를 통해 인파이팅과 아웃복싱을 자유자재로 구사했고 레프트훅과 어퍼컷은 불가사의한 마력을 갖고 있어서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미 고메스를 13R까지 끌고 가는 저력을 과시했고, 세르히오 팔마와의 첫 대결에서도 홈디시젼에 울었을만큼 실력파로 평가받아 왔다.

세 번의 방어전에서는 모두 압승을 거두었으나 이미 황혼이 깃든 터라 이탈리아의 신성 <로리스 스테카>에게 12RTKO로 무릎을 꿇었다.
아마추어시절부터 페더급으로 뛰었던 스테카는 크루스전이 이 체급 최초의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감량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레프트 리드잽이 매우 좋고 펀치스피드나 움직임이 상당히 빠른데다가 터프니스까지 갖추었지만 늘 서두르는 듯한 공격적인 성향은 장점이자 단점이 되었다.
석달 뒤 갖은 첫 방어전에서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지명도전자 <빅토르 카예하스>를 맞아 적지에서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으나 7R 로우블로우를 당해 움직임이 둔화된 상태에서 8R 들어 상대의 맹렬한 좌우훅을 맞고 생애 첫 패배를 당했다.

과분하게도 제2의 고메스로 불리운 카예하스는 신인시절 허약했으나 명트레이너 엔리케 카리온을 만나면서 부쩍 힘을 기르게 되었고 선천적인 펀치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볼품없는 기술에 비해 주무기인 레프트훅의 파괴력은 경량급에서 가공할만한 수준이었다.
지명도전자였던 이승훈을 뜻밖에도 발을 써서 제압한 뒤 타이틀 탈환에 나선 스테카를 환상적인 레프트훅으로 쓰러뜨려 하드펀처로서의 위용을 자랑했다.
훈련중 부상과 체중문제가 겹치면서 방어전에 나서지 못해 결국 1년만에 타이틀을 박탈당한 뒤 페더급에 진출해 WBC 타이틀을 놓고 페네크와 맞서 봤지만 상대가 되지 못했다.

공석이 된 타이틀은 미국의 강타자 <루이 에스피노사>의 차지가 되었는데 챔피언결정전에서 한주먹했던 도미니카의 토미 밸로이를 4RTKO로 물리쳤다.
깡마른 체구에 콧수염까지 길러 흡사 알렉시스 아르게요를 연상케 했던 에스피노사는 애리조나 출신 최초의 세계챔피언으로 다소 뻣뻣해 보이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레프트로부터 시작되는 좌우컴비네이션으로 집요하게 상대를 공격해 허물어뜨리는 스타일이었다.
두 번의 방어전을 모두 KO로 마무리해 롱런을 점쳤으나 3차방어전에서 도미니카의 복병 <훌리오 게르바시오>에게 근소한 차로 패해 왕좌에서 밀려났다.
2년 후 WBO 페더급 초대챔피언 마우리치오 스테카를 7R에 쓰러뜨리고 2관왕에 올랐다.

<IBF> 최초의 세계타이틀전은 바로 이 체급에서 펼쳐졌는데 1983년 12월 4일 <보비 베르나>가 홈링의 서성인을 9R TKO로 물리치고 초대챔피언이 되었다.
그러나 이 날 베르나의 승리는 서성인의 눈부상 때문에 중단되어 판정유보라는 해프닝속에 무려 25일이 지난 뒤에 결정된 것이어서 IBF는 첫 세계타이틀전부터 망신살이 뻗쳤다.
강타자 가르사에게 다운을 빼앗아 이름을 알린 베르나는 사우스포로서 받아치기에 능하고 파괴력도 제법이었으나 그만큼 수비에 결함을 갖고 있어서 아무래도 세계적인 클래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넉달 뒤 <서성인>과의 재대결에서 여전히 개운치 않은 범전끝에 감량에 실패한 베르나가 10R에 갑자기 경기를 포기해버려 IBF 타이틀에 대한 의구심을 부채질했다.
전성기시절 홍수환의 재래로 불리웠던 서성인은 디펜스가 좋고 수준급의 무브먼트를 갖춘 까다로운 스타일의 테크니션이었다.
공・수・주의 균형이 잘 잡힌 리드미컬한 복싱을 구사하며 선제공격에도 능했지만 승부근성이 부족해 처음으로 동국인 간에 열린 세계타이틀전에서 <김지원>에게 벨트를 풀어주고 2차방어전에서 낙마했다.

아마추어시절부터 정상급 복서로 정평이 나있었던 김지원은 프로에 들어와서도 왼손잡이로서 탄탄한 기본기와 타고난 복싱감각을 바탕으로 상대의 허점을 찾으면 재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치밀한 복싱을 구사했다.
동양챔피언이 되면서 파워가 붙기 시작해 괄목상대했고 세계챔피언이 되어서는 변칙적인 리듬과 정확한 타이밍까지 겸비 해 더욱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후일 WBO 페더급 챔피언에 오르는 루벤 파라시오스를 해치운 뒤 전임 베르나를 멋진 레프트카운터블로우로 가라앉혔고 3차방어전에서는 무리한 감량으로 기진맥진했던 서성인을 66초만에 셧아웃시켜 파란을 일으켰다.

초창기 IBF 챔피언치고는 순도높은 방어행진을 거듭했으나 4차방어전을 마친 뒤 연예계 진출을 위해 타이틀을 반납하고 명예롭게 무패인 채로 은퇴했다.
김지원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무관의 제왕 <이승훈>이었다.
이미 3체급에 걸친 세계도전에서 번번히 실패를 경험했던 이승훈은 데뷔초 어느정도 기본기와 근성은 갖추었지만 유연성과 연타능력이 부족한데다가 솜방망이 같은 주먹 때문에 늘 답답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이 체급으로 올라온 뒤로는 그동안 강자들과 주먹을 섞은 경험을 바탕으로 스트레이트, 훅, 어퍼컷을 고루 사용하는 매끄러운 공격패턴과 함께 스피드를 동반한 연타와 이상적인 무브먼트를 선보이며 깔끔하고 수준높은 복싱을 구사해 동양의 진주로 거듭났다.
비록 IBF 챔피언벨트를 허리에 감긴했지만 마음만은 늘 메이저타이틀에 향해 있어서 세번의 방어전에 성공한 후 페네크의 뒤를 이은 WBC 챔피언 다니엘 사라고사와 홈링에서 일전을 펼쳤으나 여전히 힘과 파워에 대한 아쉬움속에 무승부 판정에 울어 끝내 메이저타이틀을 정복하지 못한 채 링을 떠났다.

고메스의 월장과 함께 이 체급은 그에게 가로 막혔던 레오 크루스와 후안 메자, 그리고 루페 핀토르가 차례대로 권좌를 오르내릴만큼 한단계 수준이 떨어졌고, 1990년대 초반까지 팬들의 외면속에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며 부침을 이어갔다.

제프 페네크가 3체급 석권을 위해 떠나 버린 <WBC> 왕좌에는 멕시코의 <다니엘 사라고사>가 동국의 선배 카를로스 사라테를 10RTKO로 제압하고 새 챔피언에 등극했다.
밴텀급시절 WBC 챔피언에 올랐다가 첫 방어전에서 낙마한 뒤 제프 페네크에게도 연이어 판정패를 당해 일찍 저무는줄 알았으나 이 체급에서 북미챔피언을 발판으로 재기에 성공하여 2체급 석권에 성공했다.
기교의 사우스포로서 라이트잽에 이은 원투컴비블로우가 빠르고 정확한 사라고사는 히트앤런이 부드럽고 찬스시 연타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물러서지 않는 근성의 파이터이긴 하나 일발파워가 없는데다가 접근전에서 쇼트블로우에 능하지 못하고 후반에 스태미나가 떨어져 고전하는 경우가 많아 위태로운 왕좌를 지켜야 했다.

IBF 챔피언 출신의 이승훈이나 전 WBA 밴텀급 챔피언 박찬영에게 악전고투를 경험했고, 나중에 리벤지를 당하는 폴 뱅키에게도 다운을 빼앗기며 운좋게 살아 남았다.
6차방어전에서 <폴 뱅키>와 다시 맞서 중반 이후 난타전을 벌였으나 지겹게 쏟아지는 뱅키의 좌우연타를 맞고 9R에 처참한 KO패를 당했다.
아마추어에서 올림픽 출전을 노리며 170전이 넘는 캐리어를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뛰어난 기술없이 단지 주먹을 많이 내서 상대를 제압해 왔던 뱅키는 불꽃같은 투지와 근성이 최대의 무기였다.

첫 방어전에서 이기준에게 혼쭐이 난 뒤 2차방어전에서 아르헨티나의 강타자 <페드로 데시마>에게 힘과 파워에서 밀리며 4R에서 세 번이나 캔버스를 허우적거리다 TKO패했다.
전형적인 들소타입의 하드펀처였던 데시마는 아마추어시절 올림픽에 출전할만큼 기본기가 충실하고 난타전에도 능한 편이었으나 외형상 강인한 인상과 달리 맷집이 약한게 흠이었다.
첫 방어전을 위해 일본으로 날아가 <하다나카 기요시>와 다운을 주고받는 치열한 난타전 속에 도합 6차례의 다운을 당하며 불과 89일만에 추락해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슈퍼플라이급시절 쭉빠진 몸매와 긴 리치 그리고 빠른 스피드에 고감도 펀치력까지 겸비해 일본판 엑토르 카마초로 불리운 하다나카는 당시 WBC 챔피언 힐베르토 로만에게 밑천이 털린 적이 있지만 체급을 올리면서 한결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첫 방어전에서 퇴물인 줄 알고 불러들인 전임 <다니엘 사라고사>의 영리한 히트앤사이드전법에 말려들어 혈투 끝에 근소한 차의 판정패를 당했고 그 뒤 눈근육마비 증세로 인하여 24살의 한창 나이에 은퇴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오뚜기처럼 되살아난 사라고사는 한층 노련해진 경기운영으로 이번에도 적지를 마다않고 원정방어에 나서 허준에게 압승을 거둔데 이어 뱅키와의 러버매치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었지만 프랑스로 날아간 3차방어전에서는 홈링의 <티에리 자콥>에게 10R에 다운을 빼앗기며 완패해 9달만에 왕좌에서 물러났다.
아마추어시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자콥은 전형적인 업라이트스타일의 사우스포로서 좌우훅에 파워가 실려 있어 경계의 대상이 되었으나 맷집이 약하고 스태미나가 부족한 것이 늘 걱정이었다.
첫 방어전에서 미국의 <트레이시 패터슨>에게 1R 말미에 라이트훅을 맞고 나가 떨어져 손한번 써보지 못하고 흠씬 두들겨 맞은 채 2RKO패를 당해 3개월의 짧은 영화를 마감했다.

전 세계 헤비급 챔피언 플로이드 패터슨의 양아들로 알려진 패터슨은 탄력있는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인파이팅을 선호했는데 레프트에 이은 좌우컴비블로우가 인상적이고 특히 언제 날아들지 모르는 라이트펀치는 인화성이 강했다.
신장의 열세를 뛰어난 스태미나와 위력적인 보디샷으로 커버했고 디펜스 능력 또한 수준급이어서 모처럼 장래가 유망한 챔피언이 등장했다.

첫 방어전에서 관록의 전챔피언 사라고사에게 1R에 다운을 빼앗기며 아찔한 승부를 펼쳤지만 실력파로 평가받던 전 IBF챔피언 제시 베나비데스를 격파한 뒤 재도전해 온 사라고사를 일방적으로 유린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5차방어전에서 도미니카에서 날아온 <엑토르 아세로 산체스>의 영리한 움직임과 짧은 펀치에 포인트를 잃어 근소한 차의 판정패로 실족했다.
1년 후 두체급 위인 IBF Jr.라이트급을 정복해 2관왕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지만 한창 떠오르던 아투로 가티의 벽에 막혀 점차 잊혀져 갔다.

도미니카출신이지만 어릴적부터 푸에르토리코에서 살았던 <WBA>챔피언 <훌리오 게르바시오>는 시합때마다 양국의 국기를 들고 올라오는 이색적인 챔피언이었다.
슬러거타입으로 장기인 레프트잽에 이은 라이트훅으로 KO율이 높았지만 톱클래스에게는 통하지 않아 석달만에 밴텀급에서 올라온 베네수엘라의 <베르나르도 피냥고>에게 석패했다.
약물복용혐의로 말썽을 일으켜 왕좌복귀의 빛이 바랬던 피냥고는 감량고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활약을 기대했으나 여전히 계체량에 실패하며 멕시코의 <후안 호세 에스트라다>에게 기를 펴지 못해 역시 석달만에 물러났다.

챔피언이 되기전까지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에스트라다는 다부진 체격에 막강파워를 보유한 강타자로 레프트훅의 위력이 뛰어났다.
링경험이 쌓이면서 인파이팅위주의 단순한 복싱을 벗어나 발을 쓰는 아웃복싱을 겸비했고 서두르지 않는 침착함마저 갖춘 대기만성의 전형이 되었다.
첫 방어전은 일본으로 날아와 2관왕을 노리던 무구루마 다쿠야를 곤죽으로 만들었고 탁월한 기술자 헤수스 폴마저 역전KO로 눕혀 당대의 WBC챔피언인 동국의 사라고사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아냈다.

4차방어전에서 필리핀 출신의 하와이언 펀처 <헤수스 살루드>에게 6R 다운을 빼앗기며 전세를 압도당하자 신경질적인 로우블로우를 남발하다가 9R 실격패를 당하는 불명예속에 퇴진했다.
왜소하면서도 옹골찬 체격에 레프트훅이 주무기인 인파이터로 펀치력도 갖고 있으나 세기가 부족하고 시합에 따라 기복이 심한 것이 살루드의 단점이었다.

괜스레 루이스 멘도사와의 지명방어전을 거부하고 논타이틀에서 제시 베나비데스에게 판정패를 당해 타이틀을 박탈당했다.
후일 다섯차례에 걸쳐 줄기차게 왕좌 부활을 노렸으나 다시는 꿈을 이루지 못해 후회막급이었다.

공석이 된 타이틀은 <루이스 멘도사>가 동국의 루벤 파라시오스와 두 번에 걸친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차지했다.
링캐리어에 비해 노련한 복싱을 구사했던 멘도사는 전후좌우 푸트웍이 좋고 공수전환이 빠른 기교파에 속했다.
날카로운 레프트잽에 이은 라이트스트레이트가 주무기이지만 2차방어전에서 노리 조키짐을 혼절시킬만큼 레프트어퍼컷의 위력도 만만치 않아 접근전에서 늘 조심해야 했다.
적지를 넘나들며 빠른 속도로 방어전을 전개해 8개월만에 4차방어에 성공했으나 밴텀급에서 롱런한 <라울 페레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장신으로 인해 늘 감량고에 시달렸던 페레스는 이 체급에서도 체중조절이 쉽지 않은 탓에 첫 방어전에서 푸에르토리코의 <윌프레도 바스케스>의 강타 앞에 3R만에 무릎을 꿇어 2체급 석권에 만족해야 했다.

페레스에 이어 역시 2관왕에 오른 바스케스는 32살의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 체급에서 바야흐르 전성기를 맞이하며 과거에 비해 한층 견고해진 수비력과 강력한 좌우훅을 앞세운 하드펀치를 자랑했다.
첫 방어전에서 지명도전자인 난적 프레디 크루스를 물리친 뒤 프랑스 원정경기에서 전 WBC 챔피언 티에리 자콥과 전임 멘도사를 잇달아 잡아내면서 힘을 과시했다.

적지에서 일본의 자객을 연거푸 해치운 바스케스는 2관왕을 노리던 미제 전차 올란도 카니잘레스의 도전마저 뿌리쳐 모처럼 이 체급에서 강력한 아성을 구축한 챔피언이 되었다.
비록 10차방어전에서 베네수엘라의 <안토니오 세르메뇨>에게 아쉽게 판정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이 체급에서 윌프레도 고메스 이후 최강의 챔피언으로 평가받았으며, 만년에 WBA 페더급 정상정복을 이루며 3관왕을 달성해 무시하지 못할 족적을 남겼다.

서성인-김지원-이승훈으로 이어지는 코리안 트로이카에서 벗어난 <IBF>챔피언벨트는 태평양을 건너서 베네수엘라의 <호세 사나브리아>의 허리에 감겼다.
이미 전임 이승훈에게 적지에서 석패한 바 있는 사나브리아는 왼손훅이 뛰어난 인파이터였는데 그다지 익사이팅한 파이팅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오가며 세차례의 방어에 성공한 뒤 4차방어전에서 프랑스의 <파브리스 베니초>와 재대결에서 판정패를 당해 저니맨신세로 전락했다.

과감한 공격력과 풍부한 링캐리어로 자국에서 인기가 높았던 베니초는 파워 자체가 약하고 경기스타일도 지저분해 애초부터 세계챔피언감은 아니었다.
약체를 상대로 두 번의 방어에 성공한 뒤 3차방어전에서 제대로 된 임자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웰컴 은시타>의 날렵한 복싱에 벨트를 풀었다.
빠른 발을 가진 포인트위주의 아웃복서였던 은시타는 왕좌에 오른 뒤부터 주먹에 불이 붙어 아예 인파이터로 전향해버렸다.

긴 리치를 살린 스트레이트 연타와 속공을 앞세워 매경기 다운을 빼앗아내며 슈거 로하스나 허리 스니드같은 테크니션을 압도했고 전 WBA챔피언 헤수스 살루드마저 제압해 이 체급의 물건임을 입증했다.
7차방어전에서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미국의 <케네디 맥키니>와 치열한 난타전을 벌이며 우세한 경기를 이끌던 중 11R 선제다운을 빼앗고도 통렬한 라이트훅을 턱에 맞고 실신해버려 아쉬움을 주었다.

미국의 링지로부터 1992년 최고의 넉아웃으로 선정될만큼 환상적인 대역전극을 펼치고 챔피언에 오른 맥키니는 프로데뷔초 코카인 소지와 유괴미수 혐의로 구속되어 기대를 받지 못했으나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뒤부터 마음을 가다듬고 운동에 전념하여 전승가도를 달렸다.

순간적인 레프트잽과 원투스트레이트가 예리하고 좌우훅을 이용해 연타를 집중적으로 구사하는 것이 장기였다.
리차드 듀란과 살루드같은 톱클래스의 도전자를 상대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며 방어행진을 거듭해 메이저챔피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6차방어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날아가 은시타의 복수를 벼르고 있었던 <부야니 붕구>에게 예상밖의 봉변을 당해 역시 링지로부터 1994년 최고의 업셋에 선정되는데 희생양이 되었다.

1989년 4월 29일 <WBO>도 이 체급의 초대챔피언 결정전을 갖었는데 무명의 <케니 미첼>이 WBO가 옹립하려 했던 전 WBA챔피언 훌리오 게르바시오를 물리치는 수훈을 세웠다.
아마추어를 거쳐 프로에 데뷔한 미첼은 비교적 단신으로 솜방망이같은 펀치력때문에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였으나 전 WBA 밴텀급 챔피언 가비 카니잘레스를 잡고 수직상승했다.

2차방어전에서 이탈리아의 <발레리오 나티>에게 심하게 머리를 들이대다가 4R에서 실격 처리되어 왕좌에서 전락했다.
1년전 WBC 챔피언 사라고사에게 도전했다가 5RTKO패를 당한 나티는 세계무대와 거리가 있는 실력이었지만 그래도 유럽에서 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강타자였다.
행운의 챔피언임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첫 방어전에서 푸에르토리코의 무명인 <올란도 페르난데스>에게 일방적으로 난타를 당한 끝에 10RTKO패해 은퇴로 내몰렸다.
오른손 단발펀치가 무거운 페르난데스는 지나치게 큰 스윙과 거친 움직임으로 인해 기술적으로는 별볼일이 없었다.

1년만에 나선 첫 방어전에서 미국의 <제시 베나비데스>의 화려한 공격에 두손을 들었다.
당대 크롱크짐의 화이트호프였던 베나비데스는 300전이 넘는 풍부한 아마추어 경험을 바탕으로 서두르지 않고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빈곳을 정확히 노려치는 스마트한 복서였다.
이미 그렉 리차드슨이나 헤수스 살루드같은 챔피언클래스를 상대해 여러차례 승리한 바 있어 롱런이 기대되었으나 불과 2차방어전에서 영국의 <듀크 맥켄지>에게 판정으로 패해 예상밖으로 단명했다.

WBO 밴텀급 타이틀을 잃은지 5개월만에 기어코 트리풀크라운을 달성한 맥켄지의 복싱은 10년이 넘는 링경력에서 묻어나는 완성도 높은 기술적 수준을 보여줬지만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어서 첫 방어전에서 푸에르토리코의 영건 <다니엘 히메네스>에게 종반에 한차례 다운을 허용하며 역전패하고 말았다.
프로데뷔초 부진한 성적에서 벗어나 챔피언에 오른 히메네스는 강한 맷집을 바탕으로 힘과 파워를 앞세운 끈질긴 접근전으로 적지에서 순조로운 방어행진을 펼쳤으나 5차방어전에서 멕시코의 자객 <마르코 안토니오 바레라>에게 걸려 들어 밴텀급으로 쫓겨 갔다.
밴텀급 전향 7개월만에 WBO 챔피언에 올라 바레라만 아니었더라면 좀 더 갈 수 있었음을 보여줬다.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예전과 같은 무서운 KO펀처도 없고 화려한 테크니션도 없었던 이 체급은 너나할 것없이 정상에 오르기 위한 각축전을 펼치며 빈번한 챔피언 교체를 가져 왔고, 이로 인해 세계챔피언의 가치를 동네북 신세로 전락시키며 희소성을 잃어 갔다.
다행히 1992년초 WBA 챔피언에 등극한 윌프레도 바스케스가 롱런에 성공하며 입지를 강화했으나 그나마 동국의 선배 윌프레도 고메스가 쌓은 금자탑에는 한참 못미치는 실적이어서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1990년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이 체급은 뜻밖에도 후발주자인 IBF와 WBO쪽에서 먼저 스타급 챔피언을 탄생시키며 기존의 메이저기구를 위협하게 된다.

1995년에 접어들면서 이 체급은 서서히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시작했는데 먼저 <WBO>챔피언에 등극한 멕시코의 <마르코 안토니오 바레라>가 그 주역이 되었다.
유복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나 아마추어를 거쳐 15살에 프로데뷔한 바레라는 저돌적인 인파이팅을 앞세운 전형적인 멕시칸기질의 승부사로 뛰어난 체력과 다부진 공격력을 앞세워 언제나 박력있는 정공법으로 상대를 돌파했고, 찬스를 잡았을 때 터지는 정확하고 날카로운 컴비네이션이 일품이었다.
빠른 스피드를 갖지는 않았지만 안정된 스탠스와 타고난 순발력으로 공수의 균형이 잘 잡혀있었고 단단한 가드와 상대의 접근을 차단하는 레프트더블훅은 그의 전매특허였다.

5차방어전에서 전 IBF 챔피언 케네디 맥키니를 타격전 끝에 마지막라운드에서 분쇄한 뒤 전임 챔피언인 제시 베나비데스와 올란도 페르난데스를 잇달아 쓰러뜨려 순도높은 방어실적을 쌓으며 이 체급의 스타로 부상했다.
그러나 9차방어전에서 상대성이 좋지 않았던 <주니어 존스>에게 사실상 KO패나 다름없는 충격적인 실격패를 당해 내일을 기약해야만 했다.
체급을 바꿔 2년6개월만에 왕좌복귀를 이룬 존스는 여전히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며 과거에 비해 한층 강화된 공격력으로 무장해 있었다.

첫 방어전에서 바레라를 다시 한번 판정으로 잡아내 천적임을 과시했으나 2차방어전에서 <케네디 맥키니>를 맞아 선제다운을 빼앗으며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다 라이트카운터블로우에 걸려 주춤거리더니 통렬한 레프트훅을 턱에 맞고 꿈길을 헤매이고 말았다.
짜릿한 역전승으로 부활한 맥키니는 체중고를 감안해 단 한차례의 방어전도 없이 월장을 시도했다가 WBC 페더급 챔피언 루이시토 에스피노사에게 2RTKO패를 당해 그길로 내리막을 걸었다.

공석이 된 왕좌는 또 다시 <마르코 안토니오 바레라>의 차지가 되었는데 챔피언결정전에서 영국의 리치 웬튼을 가볍게 일축했다.
두 번의 방어에 성공한 바레라는 그동안 팽팽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왔던 동국의 라이벌 WBC 챔피언 <에릭 모랄레스>와 통합타이틀전에 나서게 되었는데 이들의 대결은 당시 ‘Z-보이스의 재래’라고 불리울 만큼 전세계 복싱팬들의 많은 관심을 끌어 모았다.
경기전 예상은 모랄레스가 바레라의 천적인 존스를 간단히 요리한데다가 연전 연KO승으로 한참 물이 올라있었기 때문에 탑독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양선수는 톱클래스답게 군더더기 없는 타격전을 통해 엄청난 백병전을 전개하며 가히 명승부다운 경기를 연출해 팬들을 환호하게 했다.
모랄레스가 최종회에서 슬립성의 다운을 빼앗기긴 했지만 승부 자체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어려운 글자그대로 박빙이었고 결국 모랄레스가 2-1의 판정승을 거두어 WBC WBO 타이틀을 통일했다.
이들의 경기는 미국의 링지가 선정한 2000년 최고의 경기에 선정되었고 치열한 싸움을 전개했던 5R는 최고의 라운드로 선정되어 한동안 비인기체급으로 전락해 왔던 이 체급의 수준을 한단계 올려 놓는 성과를 이루었다.

그러나 경기 직후 모랄레스가 타이틀을 반납한 채 페더급으로 월장을 선언하고, WBO는 그동안 기구를 대표해 왔던 <마르코 안토니오 바레라>의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며 타이틀을 재수여하는 해프닝을 벌여 뒷맛이 그리 개운치는 않았다.
이후 세차례의 방어전을 더한 바레라 역시 통산 13차방어의 위업을 뒤로 한 채 모랄레스를 따라 페더급으로 월장해 이 체급은 다시 소강상태로 들어갔다.
바레라가 떠나자 과거 그에게 가로막혔던 도미니카의 노장 <아가피토 산체스>가 후임으로 등장했는데 162cm의 단신임에도 스위치복싱을 구사하며 절묘한 타이밍의 잽과 스트레이트를 앞세웠다.

그동안 정상급 선수들과 자주 시합을 벌이며 힘을 키워왔던 산체스는 첫 방어전부터 IBF 챔피언 매니 파퀴아오와 통합타이틀전에 나섰으나 중반이후 고의적인 버팅과 로우블로우로 일관한 더티플레이속에 6R부상무승부를 기록해 팬들의 야유를 들어야 했다.
그 후 망막이상으로 더 이상 방어전을 갖지 못해 타이틀을 박탈당했고 4년 뒤 술집에서 군인과 시비를 벌이다 총상으로 사망하는 비운을 맞이했다.

동국의 호프 웰컴 은시타의 뒤를 이어 <IBF>챔피언에 오른 <부야니 붕구> 역시 바레라와 시대를 같이 했던 롱런챔피언으로서 챔피언에 오르기전까지는 국제적으로 거의 무명에 가까웠다.
전형적인 아웃복서는 아니었지만 굳건한 가드와 잘 잡힌 밸런스를 바탕으로 한 안정된 수비력에 송곳처럼 날카로운 컴비블로우를 갖추었다.
특히, 레프트잽으로 견제한 뒤 빠른 몸놀림으로 빈 곳을 향해 빠르게 끊어치는 펀치는 붕구만의 주무기로서 경기내내 꾸준하게 상대를 괴롭히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4년이 넘는 긴 재위기간동안 13차방어의 위업을 달성했고 챌린저리스트가 돋보이진 않았어도 헤수스 살루드와 대니 로메로같은 톱클래스도 끼어 있어 결코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실적이었다.
네임밸류 자체가 낮고 대부분 판정승으로 타이틀을 지켜내 저평가 되었지만 한때 메이저기구 챔피언은 물론 바레라까지 제치며 링지 랭킹의 정상을 차지해 IBF 챔피언의 위상을 한껏 드높였다.
타이틀을 반납하고 WBO 페더급 타이틀에 도전했다가 챔피언 나심 하메드에게 철통같은 가드가 뚫려 4R만에 가라앉은 뒤 KO패의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몰락해버려 아쉬움을 주었다.

붕구가 반납한 IBF 타이틀은 다시 동국의 <레로호놀로 레드와바>에게 인계되었는데 챔피언결정전에서 전 WBA 밴텀급 챔피언 존 마이클 존스에게 압승을 거두었다.
자국에서 돌주먹으로 소문날만큼 스피드를 동반한 좌우컴비블로우의 위력이 상당했고 하드히터치고는 레프트잽의 활용이나 상체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했다.
4연속 KO방어를 기록하며 이 체급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강세를 이어갔으나 6차방어전에서 플라이급으로부터 월장해 온 필리핀의 <매니 파퀴아오>에게 6R만에 무릎을 꿇어 2년만에 퇴위했다.

롱런이 예상됐던 트레이시 패터슨에게 예상밖의 승리를 거두고 <WBC>챔피언에 오른 멕시코의 <엑토르 아세로 산체스>는 화려한 푸트웍을 자랑하는 아웃복서로 상체의 움직임이 워낙 빨라서 상대에게 타점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지만 핸드스피드 외에 펀치력이나 적중도가 높은 편이 아니어서 큰 기대를 받지는 못했다.
2차방어전에서 전임 <다니엘 사라고사>의 집요한 공격에 곤욕을 치룬 뒤 재전에서 2-1의 판정으로 물러나 희미한 존재로 전락했다.
통산 네 번째 챔피언에 오르는 무서운 저력을 발휘한 사라고사는 불혹을 앞둔 선수라고는 믿기 어려울만큼 과거와 다름없는 왕성한 전투력과 프로다운 근성을 과시했다.

일본 원정으로 벌인 두 번의 방어전에서 젊은 도전자들을 모조리 KO로 제압한 뒤 2관왕이 무난해 보였던 강적 웨인 맥컬로우의 추격마저 뿌리쳐 상상을 초월한 노장의 투혼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어서 5차방어전에서 18세 연하인 동국의 톱도전자 <에릭 모랄레스>의 젊음과 패기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11RKO로 무너져 이제는 물러나야 할때가 왔음을 느껴야 했다.
사라고사의 부활은 WBC 본부가 있는 멕시코의 정치력이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이 체급의 쓰리타임 챔피언으로서 전세계의 도전자를 상대로 언제 어디서나 꾸준하게 디펜딩에 나서며 통산 11차례의 방어에 성공했던 사실은 프로복서로서 그의 집념과 끈기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를 보여주는 업적이었다.

1997년 9월 자신의 우상이었던 사라고사를 격침시키고 새로운 스타탄생을 알렸던 모랄레스는 동국의 라이벌 마르코 안토니오 바레라와 달리 빈민가출신의 헝그리복서로 16살의 어린나이에 프로데뷔했지만 이미 100전이 넘는 아마추어 경력을 통해 갈고 닦은 스피드와 테크닉이 수준급이었고 테러블이라는 별명답게 칼날같은 좌우스트레이트를 장착하고 있었다.
푸트웍을 활용해 이리저리 중심을 옮겨가며 레프트 잽으로 상대를 견제하고 냉정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빠르고 집중력있게 터트리는 감각적인 타격은 클러치 히터의 전형으로서 고급스러워 보일 정도였다.

첫 방어전부터 탁월한 연타능력을 발휘하며 브레이크 없는 KO가도를 달리기 시작해 7명의 도전자를 차례대로 링위에 쓰러뜨렸고, 두 번째 도전에 나선 웨인 맥컬로우와는 일생일대의 난타전을 벌인 끝에 8차방어에 성공했다.
뉴밀레니엄에 들어서면서 모랄레스는 자신보다 2년 앞서 WBO챔피언에 올라 벌써 투타임 챔피언으로 활약하고 있었던 바레라를 판정으로 물리친 뒤 타이틀을 반납하고 다체급 석권을 위한 장도에 올랐다.

모랄레스의 뒤를 이은 새챔피언은 미국의 <윌리 호린>이었는데 적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에서 영국의 마이클 브로디를 제압했다.
비교적 단신이었지만 상대적으로 긴 리치를 활용한 빠르고 정확한 공격모드가 인상적이었던 호린은 보기와 달리 교묘한 테크니션에 속했다.
그러나 방어전마다 후반에 부실한 마무리로 인해 혹독한 시련을 겪으며 스태미나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부상으로 공백을 갖은 사이 잠정챔피언에 올라 있던 멕시코의 <오스카 라리오스>와의 리매치에서 1R 중반 레프트를 던지며 들어가다 라이트어퍼컷을 맞고 다운을 내준 뒤 폭풍같은 연타속에 허물어져 3차방어전에서 타이틀을 상실했다.

모처럼 나타난 롱런챔피언 윌프레도 바스케스를 무너뜨리고 <WBA>챔피언에 오른 베네수엘라의 <안토니오 세르메뇨>는 레프트잽과 푸트웍이 좋은 아웃복싱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으나 긴리치에서 터지는 강렬한 스트레이트와 접근전에서 날리는 쇼트훅과 어퍼컷은 슬러거를 연상케 할만큼 위력이 있었다.
공수전환이 빠르고 중남미 출신답게 클린치와 홀딩에도 능해 상대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데 능숙했다.

첫 방어전에서 노장 헤수스 살루드에게 완승을 거둔 이래 7차방어전까지 이렇다할 어려움없이 무난하게 방어행진을 펼친 뒤 페더급으로 월장해 2관왕에 올랐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예상을 깨고 2관왕을 노리던 라파엘 델 바레를 꺽어 왕좌에 오른 멕시코의 <엔리케 산체스>는 사우스포의 강타자로서 아마추어시절 바레라에게 패전을 안겼을 만큼 기본을 갖춘 테크니션이었다.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라이트잽의 활용이 좋고 이어지는 라이트스트레이트와 인화성 강한 연타를 장착해 비교적 KO율이 높았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잠정챔피언을 허용하더니 열달만에 나선 첫 방어전에서 동국의 하드펀처 <네스토 가르사>와 다운을 주고 받는 혈투끝에 타이틀을 잃었다.

힘이 좋은 단신의 인파이터였던 가르사는 좌우훅은 물론 스트레이트의 위력도 상당했으나 그에 걸맞는 수비력을 갖추지 못해 불안한 왕좌를 이어갔다.
잠정챔피언 카를로스 바레토를 해치운 뒤 적지에서 이시이 고조를 최종회에 TKO로 물리쳤으나 미국의 <클라렌스 아담스>에게는 열세를 드러내며 두차례나 다운을 빼앗겨 완패했다.
아마추어를 거쳐 15살에 프로에 데뷔해 일찍부터 재목으로 인정받았던 아담스는 한때 올란도 카니잘레스에게 막혀 밴텀급 정상정복에 실패한 뒤 잦은 어깨탈구로 은퇴까지 고려했으나 불굴의 투지로 재기에 성공해 끝내 이 체급에서 왕좌에 올랐다.
백인치고 좌우로 움직이는 공격이 빠르고 리드미컬한 복싱을 구사했는데 펀치도 예리해서 상대의 얼굴에 상처를 내기 일쑤였다.

두차례의 방어에 성공한 후 지명방어전에 불응한 채 WBA의 사전 승인없이 마이너기구 챔피언 폴리 아얄라에게 도전했다가 경기에서도 지고 타이틀까지 박탈당해 역시 단명하고 말았다.
공석이 된 타이틀은 잠정챔피언에 올라 있던 베네수엘라의 <요버 오르테가>가 챔피언결정전에서 동국의 호세 로하스를 4RKO로 물리치고 차지했다.
과거 세르메뇨의 벽에 두차례나 울었던 오르테가는 슬러거를 지향하는 왼손잡이 강타자였으나 펀치의 궤적이 크고 스피드가 떨어지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해 태국에서 벌인 첫 방어전에서 <요담롱 시트요통>의 빠른 풋워크에 희롱당하며 석달만에 무관이 되었다.

절대지존이었던 윌프레도 고메스가 사라진 뒤 사실상 침체일로에 있었던 이 체급은 1990년대 중반들어 후발주자인 WBO와 IBF가 먼저 롱런챔피언을 배출하며 메이저기구인 WBC와 WBA를 능가하기 시작했고, WBO 챔피언 바레라와 WBC 챔피언 모랄레스의 명승부덕분에 모처럼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WBA쪽은 한둘을 제외하고 고만고만한 챔피언들이 위태로운 왕좌를 이어가며 아예 관심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특기할만한 사실은 이 시기에 있었던 바레라와 모랄레스의 충돌이 후일 매니 파퀴아오와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가 합류한 2000년대 중(中)량급 4인방 간에 펼쳐진 치열한 전투의 서막이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더욱 깊었다.

화끈한 대관식을 치루고 왕좌에 오른 <WBC>챔피언 <오스카 라리오스>는 마치 라이트급을 방불케하는 큰 키에 어깨가 넓은 체형으로서 Jr.페더급 선수치고는 비교적 큰 몸집을 소유했다.
겉으로 보이는 체구와 달리 언제나 싸움닭처럼 선제공격을 가하는 호전적인 멕시칸 스타일로 경기를 장악하는 힘이 있었고, 긴 팔로 휘어치는 각도 좋은 스트레이트와 아래로부터 올려치는 보디공격이 매우 위협적이었다.

아시아의 톱클래스를 상대로 방어행진을 펼친 뒤 지명도전자 네달 후세인을 셧아웃시켰고 난적인 웨인 맥컬로우마저 연파해 당분간 적수가 없을 것처럼 보였지만 8차방어전에서 구원의 숙적인 동국의 IBF 챔피언 <이스라엘 바스케스>에게 1R부터 안면을 털리며 다운을 당하더니 계속된 공격을 받고 왼쪽눈자위가 커트돼 3R만에 TKO로 물러났다.
3년 뒤 WBC 페더급 챔피언으로 잠시 부활해 2관왕에 이름을 올렸다.

씩씩하고 용감한 경기운영이 장기였던 바스케스는 일찍부터 주목받아 온 난타전의 명수로 냉정하고 끈질긴 공격력과 강력한 펀치력을 앞세워 늘 박진감 넘치는 파이팅을 보여주었다.
비록 잦은 눈부상과 안면 내구력은 떨어졌지만 안정된 밸런스를 바탕으로 빠르고 다양한 펀치를 쉴새없이 쏟아내는 바스케스의 모습은 1970년대 밴텀급의 멕시칸시리즈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2차방어전에서 동국의 강타자 조니 곤살레스에게 두차례나 다운을 빼앗겼지만 특유의 정신력으로 역전KO승을 거둔 뒤 밴텀급에서 월장한 <라파엘 마르케스>에게 선제다운을 빼앗고도 뜻하지 않은 코부상으로 호흡곤란이 생겨 7R에 경기를 포기했다.
밴텀급 시절부터 파이팅머신으로 이름난 마르케스는 더욱 강력해진 포스로 2체급 석권을 이루어냈지만 <이스라엘 바스케스>와의 리매치에서 유혈이 낭자한 대혈투 끝에 6R에서 바스케스의 무자비한 펀치세례속에 레퍼리스톱을 당해 불과 다섯달만에 왕좌에서 물러났다.
당시 이들의 물러설 줄 모르는 파이팅은 2007년 링지로부터 최고의 경기에 선정될만큼 명승부로 손꼽혔다.

재임에 성공한 바스케스는 6개월 뒤 마르케스와 러버매치에 나서 예상대로 초반부터 처절한 난타전을 펼치며 소위 슬러그페스트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바스케스가 4R에 선제다운을 빼앗겼지만 12R종료 직전 통렬한 다운을 빼앗아 2-1의 판정승을 거두고 3연전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2008년에도 링지로부터 최고의 경기에 선정된 이 경기의 승자 바스케스의 주가는 엄청나게 폭등했지만 호사다마처럼 다가온 망막박리증세가 심각해져 장기간 방어전에 나설 수 없게 되었고, 결국 2008년 12월 WBC로부터 타이틀을 박탈당했다.

비어있던 왕좌는 석달 전 잠정챔피언에 올라 있던 일본의 <니시오카 도시아키>가 인계받았는데 그는 밴텀급시절 네 번의 세계도전실패와 아킬레스건 파열 등의 고난을 극복하고 늦깍이로 세계왕좌에 오른 집념의 화신이었다.
강인한 이미지는 아니었으나 스피드가 좋은 사우스포로서 레프트 스트레이트의 위력이 남달랐고 보디샷에도 일가견을 갖고 있었다.
멕시코 원정에 나선 2차방어전에서 조니 곤살레스를 3R 역전KO로 괴멸시키면서 본고장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더니 한층 농익은 기량으로 연속KO가도를 달렸다.

7차방어전에서 왕좌복귀를 노리던 전임 라파엘 마르케스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충돌하여 치열한 난타전 끝에 3-0의 판정승을 거두고 일본 복서로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열린 세계타이틀전에서 승리해 월드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이미 36살이었던 니시오카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은퇴를 시사했고 WBC는 재빨리 그를 명예챔피언으로 추대한 후 노장 에릭 모렐을 물리친 전 IBF 밴텀급 챔피언 멕시코의 <아브너 마레스>를 새 챔피언으로 인정했다.

은퇴를 앞둔 니시오카는 이 체급의 넘버원인 WBO 챔피언 노니토 도나이레와의 마지막 결투에서 역부족을 드러내며 패하긴 했지만 과거 안방장군으로 유명했던 일본 프로복싱에 대한 본고장의 평가를 한단계 격상시키는 데 공헌했다.
이 체급에서 비교적 단신에 속하는 마레스는 밴텀급시절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압박과 저돌적인 공격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는데 첫 방어전에서 WBA 밴텀급 롱런챔피언 안셀모 모레노에게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을 거둔 뒤 페더급으로 전향해 3관왕에 올랐다.

공석이 된 왕좌에는 멕시코의 <빅토르 테라사스>가 동국의 노장 크리스티안 미하레스를 따돌리고 등극했는데 페르난도 몬티엘의 재기를 가로막을 정도로 힘이 좋은 인파이터이기는 하나 빈틈도 많아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태국의 낙무아이 출신답지 않게 푸트웍을 이용해 <WBA>챔피언에 등극한 <요담롱 시트요통>은 잽의 활용을 극대화할 줄 알았고 기술적으로도 눈여겨 볼만했지만 일본 원정 방어전에서 <사토 오사무>의 강력한 보디블로우를 맞고 쓰러져 석달도 못돼 벨트를 풀었다.
슬로우 스타터이긴 하나 한번 불이 붙으면 맹렬한 기세로 러싱했던 사토는 발빠른 주자에게 약점을 보여 첫 방어전에서 프랑스의 <살림 메드쿠네>에게 왕좌를 함락당했다.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앞세워 아웃복싱에 능했던 메드쿠네는 접근전에서 터지는 좌우컴비블로우에 힘이 실려 있었으나 역시 2차 방어전에서 이란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해 온 <마야르 몬시포울>에게 복부를 맞고 최종회에 산화해 기억속에서 멀어졌다.
강펀치를 앞세워 매경기 호쾌한 타격전을 즐겨했던 몬시포울은 특히 보디공격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 주며 매방어전마다 화끈한 KO승을 이끌어내 유럽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5차방어 후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장기간 공백을 갖더니 태국의 <솜삭 시트차차왈>과 처절한 백병전을 벌인 끝에 10R에서 무너져 실망을 안겼다.

2006년 링지로부터 최고의 경기에 선정되며 왕좌에 등극한 시트차차왈은 움직임이 뻣뻣한 편이지만 발을 이용하거나 손을 많이 내서 상대의 접근을 차단한 뒤 자신의 거리에서 좌우훅과 어퍼컷으로 상대를 요리하는 영리한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파나마에서 날아온 잠정챔피언 <셀레스티노 카바에로>의 긴 죽창에 찔려 3R에서 세차례나 캔버스를 구르며 단명에 그치고 말았다.

180cm의 장신과 긴 리치를 바탕으로 상대에 따라 인파이팅과 아웃복싱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던 카바에로는 유연성을 갖춘 전형적인 중남미 복서로서 오른손의 파워가 유난히 강했다.
5차방어전까지 순탄한 방어행진을 펼친 뒤 IBF 챔피언 스티브 몰리터를 4R에 라이트어퍼컷으로 간단히 제압하고 WBA IBF 통합챔피언까지 올랐다.
챌린저리스트가 화려하진 않았으나 3년간 통산 8차방어에 성공하며 화려한 롱런챔피언으로 명성을 쌓은 뒤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페더급으로 월장해 2관왕을 달성했다.

카바에로의 슈퍼챔피언 격상으로 정규챔피언 자리는 잠정챔피언에 올라 있었던 파나마의 <리카르도 코르도바>가 승계했는데 밴텀급시절에 라이벌인 전임 카바에로에게 완승을 거두고 블라디미르 시도렌코에게 도전해 두 번이나 무승부를 기록할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세계 정상과는 인연이 없어서 뒤늦게 왕좌에 올랐다.
장신의 슬러거로서 특히 안정된 밸런스와 함께 긴 리치를 활용한 좌우훅과 스트레이트의 파괴력이 일품이었데 첫 방어전에서 아일랜드 출신의 <버나드 던>과 다운을 주고받으며 난장에 가까운 육박전을 전개하다가 11R TKO패를 당해 소중한 타이틀을 잃고 말았다.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거두고 왕좌에 오른 던은 유럽에서 아마추어때부터 절대강자의 면모를 과시했던 강타자로서 다이나믹한 러싱파이팅을 통해 자국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지나친 공격일변도로 수비가 허술해진 탓에 첫 방어전에서 태국의 잠정챔피언 <푼사왓 크라팅댕짐>에게 참담한 3RKO패를 당했다.
밴텀급시절 전임 코르도바를 꺽고 잠정챔피언에 오를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던 푼사왓은 무에타이 선수 출신의 하드펀처로서 강력한 내구력을 바탕으로 한 전진속공과 다양한 컴비블로우가 돋보였다.

일본의 도전자 둘을 해치운 뒤 3차방어전에서 재일교포 3세인 <이열리>와 접전을 벌였으나 유효타에서 열세를 보이며 분루를 삼켰다.
예상밖의 선전을 통해 타이틀을 쟁취한 우리나라 국적의 이열리는 일본에서 활동했던 김창룡 트레이너의 애제자이기도 했는데 뛰어난 정신력을 소유한 근성의 챔피언으로 발도 빠르고 눈이 좋아 맞지 않는 복싱을 구사했다.
그러나 첫 방어전의 상대인 사우스포 <시모다 아키후미>에게는 시종 거북한 모습을 드러내며 세차례의 다운을 빼앗겨 6개월만에 무관으로 전락했다.

경쾌한 스텝과 날카로운 잽을 앞세운 시모다는 레프트훅을 잘 치고 보디공격에 강점을 갖고 있었지만 엉성한 스타일로 불안감을 주더니 본고장에서 벌인 첫 방어전에서 미국의 신예 <리코 라모스>에게 7R에서 레프트훅 한방을 맞고 실신해 버려 왕좌교대극의 희생양이 되었다.
130전이 넘는 아마추어 경력에도 불구하고 다소 정리가 덜 된 느낌을 주는 런앤히트 스타일의 라모스는 쿠바출신의 잠정챔피언인 <기예르모 리곤도>의 현란한 공수앞에 기가 눌린 채 6R에 레프트보디블로우를 맞고 카운트아웃돼 역시나 첫 방어전을 넘기지 못했다.
투타임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로서 9전만에 정상 정복에 성공한 리곤도는 2009년 망명과 동시에 프로에 데뷔했고 감각적이고 화려한 테크닉은 물론 고감도 펀치력까지 겸비하고 있어서 일찍부터 세계챔피언 후보 0순위로 평가받았다.

내구력에 다소 약점을 갖고 있지만 신기에 가까운 디펜스능력을 갖추고 있어 전혀 문제가 없다.
이 체급의 넘버원인 WBO챔피언 노니토 도나이레마저 철저한 아웃복싱으로 농락하고 WBA WBO 통합챔피언에 올라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플라이급에서 무려 3체급을 뛰어 넘어 이 체급의 <IBF> 챔피언에 오른 <매니 파퀴아오>는 첫 방어전으로 치룬 WBO챔피언 아가피토 산체스와의 통합타이틀전에서 상대의 더티플레이로 상처를 입었지만 그 후 세차례의 방어전은 번개같은 원투스트레이트의 파괴력을 앞세워 모조리 초반 KO로 장식해 서서히 미국 복싱관계자들의 군침을 돌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2003년 11월 마침내 거함 마르코 안토니오 바레라를 맞이하여 두둑한 배짱과 냉정한 경기운영으로 격침시키며 메인스트림에 진입한 뒤 타이틀을 반납하고 중량급의 새로운 스타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파퀴아오의 후임으로는 멕시코의 <이스라엘 바스케스>가 등장했는데 그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베네수엘라의 호세 루이스 발부에나를 최종회에 KO로 쓰러뜨렸다.

2차방어에 성공한 뒤 WBC 챔피언 오스카 라리오스와 통합타이틀전에 나섰으나 라리오스가 IBF의 계체에 불참하자 시합을 불허하는 동시에 바스케스의 타이틀을 박탈해 바스케스가 3R TKO승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구를 갈아타는데 만족해야 했다.
주인을 잃은 챔피언 벨트는 캐나다의 <스티브 몰리터>와 영국의 마이클 헌터 간의 챔피언 결정전을 통해 5R KO승을 거둔 몰리터에게 돌아갔다.
캐나다 본토 출신으로 아마추어를 거쳐 프로에 입문한 사우스포로서 푸트웍을 이용한 수비가 좋고 공격시 원투스트레이트와 레프트어퍼컷에 위력이 있었지만 기술적으로 세계 정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챔피언에 오른 뒤 자국에서 인기몰이를 시작하며 5차방어까지는 승승장구했으나 무리하게 WBA 챔피언 <셀레스티노 카바에로>와 통합타이틀전에 나섰다가 동네챔피언의 한계를 드러내며 4RTKO로 패퇴했다.
카바에로는 통합타이틀을 2차례 방어한 뒤 페더급 전향을 앞두고 있던 중 지명방어전을 무시해 타이틀을 박탈당했다.
이로 인해 또 다시 기회를 잡게 된 <스티브 몰리토>는 챔피언결정전에서 한번 이긴 적이 있었던 <타칼라니 은들로부>를 재차 판정으로 물리치고 왕좌복귀에 성공했지만 이전보다 푸트웍이 떨어진 탓에 2차방어전에서 숙적 은돌로부에게 왕좌를 물려 주고 말았다.

삼세번만에 세계 정상에 올라선 은들로부는 유독 이 체급의 IBF에서 강세를 보여온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원래 장신의 파워히터였으나 나이가 들면서 노련미에 의존하는 지능적인 플레이로 일관해 첫 방어전부터 시덥쟎은 도전자에게 다운을 빼앗기며 진땀을 흘리더니 2차방어전에서 동국의 복병 <제프리 마테블라>에게 덜미가 잡혀 단명했다.
3년전 WBA챔피언 셀레스티노 카바에로에게 쓴잔을 들었던 마테블라는 아마추어에서 100전이 넘는 캐리어를 쌓은 장신의 수비형 복서로 순발력이 좋아 카운터블로우에 능하고 긴리치를 활용한 잽과 좌우컴비블로우에 강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파워부족으로 선이 가는 복싱을 구사하는데다가 내구력마저 떨어져 롱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었다.
용감하게도 당대 최강의 WBO챔피언 <노니토 도나이레>의 통합타이틀전 제의를 수락해 나름대로 선전을 펼치긴 했지만 기본적인 실력 차이를 절감한 채 100여일만에 왕좌에서 물러났다.
WBO타이틀에 이어 IBF타이틀 마저 접수한 도나이레는 은퇴를 앞둔 전 WBC 챔피언 니시오카 도시아키에게 기회를 주었는데 IBF측에서 요구한 별도의 계체를 거부한 채 타이틀을 포기해버려 IBF 타이틀은 공석이 되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멕시코의 알레한드로 로페스를 물리치고 새챔피언에 오른 콜롬비아의 <조나단 로메로>는 전형적인 중남미 스타일로 키가 크고 제법 히팅능력도 갖추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상대를 만나보지 못해 그 전력이 미지수이다.

아가피토 산체스가 박탈당한 <WBO>타이틀은 동국의 <호안 구스만>이 아르헨티나의 파비오 올리바를 3RKO로 꺽고 물려 받았다.
아마추어에서 300전이 넘는 캐리어를 쌓으면서 팬암대회를 석권하고 애틀란타 올림픽에도 출전한 바 있었던 구스만은
잘 닦여진 테크닉과 감각적인 푸트웍은 물론 기총소사같은 연타능력을 보유해 물건임을 직감하게 했다.
2차방어에 성공한 뒤 체중고가 있는데다가 열기가 사라진 이 체급에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어 슈퍼페더급으로 월장해 2관왕에 올랐다.


이어 등장한 멕시코의 <다니엘 폰세 데 레온>은 다소 투박한 스타일의 하드펀처로서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는데 한때 셀레스티노 카바에로에게 판정으로 패해 발이 빠른 선수에게 약하다는 수군거림을 들었지만 쇠망치같은 좌우스트레이트와 훅을 장착하고 있는데다가 사우스포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강력한 러싱을 구사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태국의 소드 룩농양토이에게 한차례 다운을 빼앗겼지만 어그레시브한 공격력으로 무난하게 승리했고 리매치에서는 52초만에 실신KO승을 거둔 뒤
필리핀의 노장 제리 페날로사와 유망주 레이 바우티스타를 연이어 제압해 관심의 표적이 되었다.

그러나 7차방어전에서 푸에르토리코의 새로운 강타자 <후안 마누엘 로페스>에게 상대적으로 부실한 내구력을 감추지 못하고 1R KO로 무너져 충격을 주었다.
5년 뒤 조니 곤살레스를 꺽고 WBC 페더급 챔피언에 올라 썩어도 준치임을 증명해 보였다.
아마추어시절부터 뛰어난 기량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중남미를 대표했던 로페스는 프로전향 후 왼손잡이로서 무시무시한 강타를 휘두르며 연승가도를 달렸는데
손을 많이 내고 다양한 컴비블로우의 적중률이 높기도 했지만 펀치력 자체가 워낙 파워풀해서 초반 KO승이 많았다.

1, 2차방어전을 연거푸 1R에 마무리하고 매방어전마다 KO승을 거듭하면서 후안마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며 새로운 스타탄생을 알렸다.
5차방어를 마치고 체중고를 감안해 한체급 위인 페더급으로 월장해 무난하게 2체급을 석권했다.

로페스의 후임에는 동국의 또 다른 강타자 <윌프레도 바스케스 주니어>가 등극했는데 챔피언결정전에서 두체급을 뛰어 넘은 전 WBO Jr.밴텀급 챔피언 마빈 손소나를 상대로 손쉽게 4RKO승을 거두었다.
과거 밴텀급과 슈퍼밴텀급, 페더급을 제패한 윌프레도 바스케스의 아들로서 부자지간이 모두 이 체급에서 세계챔피언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던 바스케스 주니어는 아버지에 물려받은 폭발적인 파워를 과시하며 프로데뷔이래 초반KO승을 거듭했지만 안정적인 공수만큼 선이 굵은 복싱을 구사하지는 못했다.

3차방어전에서 멕시코의 노장 <호르헤 아르세>에게 소나기펀치를 맞고 12R TKO로 아웃돼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지난해 노니토 도나이레에게 패한 뒤로는 급격한 하락세를 타고 있다.
3관왕을 달성한 아르세는 첫 방어전 상대로 Jr.밴텀급 시절 자신에게 패전의 아픔을 주었던 심피웨 농콰이를 선택해 4RㅍTKO로 복수한 뒤 다체급 석권을 위해 밴텀급으로 돌아가서는 기어코 4관왕을 이루었다.

공석이 된 왕좌에는 밴텀급에서 올라온 경량급의 거물 <노니토 도나이레>가 전임 바스케스 주니어를 여유있게 물리치고 3관왕이 되었다.
이 체급에서 더욱 더 기량이 만개한 도나이레는 우선 IBF 챔피언인 제프리 마테블라의 턱을 부수며 왕좌를 통일한 뒤 WBC 명예챔피언으로 밀려난 니시오카 도시아키에 이어 전임 아르세마저 3R만에 격침시켜 2012년 최고의 복서로 선정되며 명실상부한 이 체급 최강이 되었다.
하지만 고급스러운 테크닉과 스피드를 겸비한 WBA챔피언 <기예르모 리곤도>와의 통합타이틀전에서 예상밖의 허점을 드러내며 통산 4차방어전에서 낙마해 그를 아끼는 많은 팬들에게 실망을 주었다.

한동안 뚜렷하게 강한 챔피언도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기세를 탄 도전자가 나타난 것이 아니어서 황무지처럼 버려져 있었던 이 체급은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잇달은 하드히터의 등장으로 인하여 프로복싱다운 명승부가 이어지며 경량급 슈퍼파이트의 주전장으로서 많은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 적지 않은 슈퍼파이터들이 은퇴하거나 페더급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노니토 도나이레를 꺽고 이 체급의 제왕으로 떠오른 기예르모 리곤도가 앞으로 보여줄 행보에 따라 이 체급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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