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2일 태국에서 19번째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이래 한달째 되가고 있다.
군사 쿠데타에 깜짝 놀란 한국을 포함한 세계 45개국 이상이 태국에 대한 각기 다른 단계의 `여행주의보'를 내린 뒤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다.
그러나 쿠데타를 바라보는 혹은 실제로 느끼는 태국 안과 밖의 온도 차이는 매우 크다.
태국인들은 정치 난맥을 해결하는 한 방법으로 사용되어온 쿠데타를 좀 과장하면 `일상의 이벤트' 쯤으로 여기는 반면 외국에선 전쟁이나 난 것 처럼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실제로 태국의 이번 군사 쿠데타는 `감행'이 아닌 `선언'이란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탱크조차 한대 동원되지 않은 무혈 쿠데타였다.
군사 쿠데타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져온 태국의 갈등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순간에 정리됐다.
장기 농성을 펼치던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시위대가 모두 집으로 돌아갔고, 반정부 시위대의 리더는 쿠데타 후 측근들과 태연히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군대라는 우산이 받혀주는 그늘 밑에서 일상을 되찾았다.
그러나 외국의 시선은 여전히 불편하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반쿠데타 정서였다.
그리고 실제 SNS를 통해 그 움직임이 거세질 기미를 보였으며, 쿠데타 이후 거리 곳곳에서 기습적인 반 쿠데타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갔다.
쿠데타가 일어나면 군대에 맞서기 위한 무장 세력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고, 실제로 여러 곳에서 무기가 압수되기도 했다.
또 해외에 반쿠데타 망명정부를 세웠다는 이야기도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그 뿐이다.
현재 군부 정권에 타격을 가하거나 위협할 만한 수준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군부 중심의 `태국 평화질서 유지위원회'가 모든 상황을 완벽히, 스무드하게 컨트롤하고 있는 것이다.
쿠데타를 많이 일으켜본 노하우 때문일까?
태국 군부는 민심과 반 쿠데타세력이란 두 축을 절묘하게 어르며 달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최근 10여 년 간 태국 정치의 한 축인 탁신 전 총리와 그 세력에 대한 효과적 통제다.
탁신에게는 `가만히 있으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넣는 한편 그 추종자에 대해서도 예리하게 세웠던 날을 누그러 뜨렸다.
실제로 몇몇 강경 레드셔츠 지도자들이 은퇴 선언을 하기도 했다.
태국 군부는 또 한편으로 민심 달래기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른바 `국민에게 행복을 돌려준다'는 모토로 각종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전국에 내려졌던 야간 계엄령을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부터 순차적으로 해제하더니 정정의 중심지인 방콕에서도 완전 해제했다.
그 뿐만 아니다.
군복 차림의 계엄군과 시민이 함께 거리콘서트를 열고, 월드컵 독점방송권을 지닌 엔터테인먼트사를 설득(압력?)해 전국민이 공중파로 월드컵을 보게 했다.
한 일요일 오전에는 애국심을 그린 태국 사극영화를 전국의 영화관에서 무료 관람토록 해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리고 항상 이런 말을 덧붙였다.
`국민에게 행복을 돌려 주겠다!'
가장 강력한 탁신 지지자들인 농민들을 대상으로는 쿠데타 후 가장 먼저 밀린 쌀값을 해결하도록 했다.
공기업 수장들을 차례로 물러나게 해 경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타이항공 등 국영기업들 임원들의 공짜 비행기표 혜택을 폐지하면서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
불법 외국 노동자 퇴출 등의 정책을 흘리면서 자국민 보호의 이미지도 심고 있다.
캄보디아인 수십만 명이 돌아갔지만 이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은 당장 일손 딸리게 된 공장 주인이나 사장, 거시경제 지표를 갖고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태국인들은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쿠데타 한달여 만에 태국 군부는 이른바 포퓰리즘을 앞세운 민심달래기 정책이 과녁 한가운데 적중하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최근 태국 최고의 여론조사 기관 두 곳 발표에선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이 쿠데타 후 사회가 안정됐으며, 6개월 안에 경제마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치를 반영한 결과를 발표했다.
태국의 한 대표적 일간지는 지난 6월 17일 보도에서 `용비어천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군부의 현 정책을 극찬했다.
이 곳의 중견언론인은 반쿠데타 글을 썼다가 군부에게 체포됐고, 이 신문은 한동안 `석방하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하루걸러 촉구했던 곳이었다.
현대사회에서 쿠데타는 가장 바람직한 정치체재로 인정되어 가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후진적 행태다.
그럼에도 과거 태국 정치변화와 통계, 최근 한달여 간 태국과 태국인을 연계해 살펴보면 태국에선 역시 태국만의 `타이 스타일'이 존재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난 2006년 태국에선 군사 쿠데타로 탁신 정권을 물러난 뒤 해마다 대형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한결 같은 게 있었다.
어지간한 일로는 해외 관광객이 줄지 않으며,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그 많은 변고 속에서 최근 5년간 딱 한번 그것도 2.9% 관광객이 준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지난 2008년 반정부 시위로 국제공항이 장기간 폐쇄됐을 때였다.
외국으로 들어오는 관문이 모두 패쇄됐는데도 그 후폭풍도 눈녹듯 사라지고 겨우(?) 2.9% 줄어든 것이었다!!
그 후 2010년엔 방콕 한복판에서 시위대와 정부군이 충돌해 백화점 등 시내곳곳이 불타고 90명이 사망했으며, 1천800명이 다쳤지만 그 해 12.6%의 외국관광객이 늘었다.
1년 뒤인 2011년 가을엔 국토의 60% 이상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가 났고, 홍수로 3개월여 간이나 긴장하며 살았지만 그 해는 20.6%, 그 다음해는 16.2%나 증가한 2천200만 명의 외국관광객이 태국을 찾았다.
정치갈등으로 어수선했던 지난해는 2673만 명이었다.
1년 전에 비해 무려 19.6%나 늘었다.
태국에 오는 한국관광객은 어떨까?
이런 태국의 변란(?) 속에서 한국관광객은 2009년 60만 명, 2010년 79만 명, 2011년 99만 명, 2012년 116만 명, 2013년 129만 명이 태국을 찾았다.
2006~2007년 2년 연속 100만 명을 넘기다 공항폐쇄 사건 전후로 줄어들긴 했지만 그 것 외에는 한국 사람이 준 적이 없다.
지난 2013년 129만 명은 중국 470만 명, 말레시아 299만 명, 러시아 173만 명, 일본 153만 명에 이어 5번째로 많다.
그런데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태국을 찾은 외국관광객은 4.9%가 줄었다고 한다.
한국인도 10% 정도 줄었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태국의 호텔 점유율도 20~30%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국 관광당국에선 올해 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은 2800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콕의 공항을 통해 들어올 외국인만 1698만 명으로 내다본다.
매년 갖은 악재가 그치지 않는 태국에 외국 관광객이 넘치는 이유가 있다.
가격대비 세계 최고의 호텔시설, 외국인에 대한 호의적인 태국인의 태도, 또 경비와 수준에 따라 얼마든지 선택이 가능한 여행, 해변, 산, 도시, 음식, 독특한 전통 등. 태국에 와보고 싶어하는 요인이 정말로 수두룩한 것이다.
이는 한국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이 덕에 태국의 관광산업은 전체 GDP의 10%에 이르고 있다.
이를 본다면 정정불안으로 답보 또는 연기했던 태국여행들이 태국 군부의 유화정책의 결과로 태국이 안정화되면서 봇물 터지듯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한국과 태국을 오가는 항공편은 6월 17일 취항한 에어아시아 포함 월 30만 석이나 된다.
인천-방콕을 운항하는 항공사만 8개고, 이를 모두 합치면 연 350만석이다.
몇몇 연휴에는 여전히 항공편이 없는 날도 있겠지만 여행자들은 다양한 가격대, 시간대, 항공사를 선택하게 됐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 태국은 주말을 이용해서도 오기 쉬우며 정보가 인터넷에 넘치고 넘쳐 금세 여행가방을 꾸릴 수도 있고 혼자서도 또는 가족끼리의 개별여행도 어렵지 않다.
한국을 비롯한 외국들은 아직 태국에 대한 여행주의를 해제하지 않고 있다.
혹시나 사태가 중동처럼 번질까 우려하는 생각이 있는 듯 하고 아직까지도 계엄령 하에 있다는 이유를 든다.
그러나 태국을 조금만 잘 들여다 보면 이는 `탁상조치'임을 알 수 있다.
해마다 대형사건으로 전세계를 주목시키면서, 그 한편으론 즐기고, 먹고, 지내기 좋은 곳이 태국보다 나은 곳이 없다는 이미지를 강하게 오버랩시키는 효과가 반복되기 때문일까?
어떤 이변이 또 있을지는 몰라도 곧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관광객이 태국에 넘칠 확률은 120%!!
태국에 오래 살아도 이유를 모르거나 딱히 대답하기 어려울 때 쓰기 좋은 말이 있다.
"어메이징 타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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