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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삶 이야기

'입대냐 연기냐' 고민하는 파이터들

by Ajan Master_Choi 2010. 2. 5.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부분 완수해야 할 국방의 의무.

'군대를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며 옛 어른들은 병역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군 입대는 운동선수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한창 왕성히 활동할 시기에 2년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운동에 전념할 수 없기에 대부분의 선수들은 커다란 장벽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그나마 올림픽, 아시안게임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대중적인 스포츠의 경우 활약에 따라 면제받을 수 있고 국군체육부대에서 복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스포츠로 자리 잡지 못한 격투기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에서 태어난 이상 파이터로서 전성기를 보내고 있더라도 군복을 입고 총을 잡아야 하는 현실을 피하긴 어렵다. 따라서 선수들에겐 군 복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중요시 되고 있다.

'입대냐 연기냐' 고민하는 파이터들

UFC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동현처럼 군 복무 후 격투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파이터도 있지만 국내에는 입대 전부터 활동하는 파이터들이 대부분이다.

현재에도 국내 내로라하는 많은 파이들이 입대를 미루고 군대의 짐을 어깨에 짊어진 채 운동을 하고 있다.
선수들이 입대를 미루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해외 무대에서 활동하는 상당수의 국내 파이터들은 누구나 꿈꾸는 메이저대회에 대부분 출전한 경험이 있고 앞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선수로서 절정에 올랐을 때 승부를 보겠다는 공통된 생각을 갖고 있다.
입대를 하면 2년간 제대로 운동을 할 수 없기에 제대 후 정상적인 기량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고, 자신의 인지도 역시 떨어질 수 있다. 이들보다 인지도가 적은 선수들은 적정 나이에 대부분 입대를 한다. 군 복무를 계기로 은퇴 하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마음속의 짐을 털어내고, 더욱 운동에 전념해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

공익근무-방위산업체, 운동의 비상구?

일부 선수들의 경우 공익근무나 방위산업체에서 군 복무를 대신하기도 한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강인한 신체를 가진 파이터들이 현역으로 입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공익근무나 방위산업체에서 복무를 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운동하면서 생긴 부상으로 4급 판정을 받은 경우다.

즉 이들은 신체적인 장애를 무릅쓰고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선수들의 경우 일과 후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격투기의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수련한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역 판정을 받고도 병역특례업체에서 근무를 하며 운동을 하는 선수도 있다.

이 경우 격투기를 계속 수련할 수 있고 경제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긴 복무기간으로 오히려 현역 입대만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군대, 정말 '독'으로만 작용할까?

군대가 선수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군대를 가면 복무하는 동안 운동을 할 수 없어 실력이 저하된다.

반면 운동을 계속 하는 경쟁 선수들은 실력이 성장하기 때문에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군대를 다녀온다고 해서 선수 생활이 무조건 위태로워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K-1에서 활약하고 있는 임치빈, 노재길도 예비역 파이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전역 후 왕성히 활동하는 파이터들은 많다. 또한 군대 특성상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전역 후 국제무대에서 연승을 거두고 있는 김창현은 "운동만 해서는 채워질 수 없는 내적인 면이 성장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제대 후 훌륭한 선수로 복귀하느냐, 은퇴하느냐는 선수 개인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군 생활을 하는 중에도 목표를 잃지 않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역 후 병역의무를 마친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강한 마음을 가지고 운동을 한다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슬기롭게 대처해야

군대라는 곳이 나이가 들수록 가기 싫어지는 것은 당연해지기 마련이다.

입대를 너무 미루다가 시기를 놓친 선수도 있고, 게중에는 진작 입대를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선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선수 본인의 판단이다.

현재 자신의 상황과 실력을 냉정히 진단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너무 작은 희망만 바라보고 입대를 미루는 것도 현명하지 않고 선수로서 좋은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고집스럽게 입대를 선택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격언이 있다.

운동선수들에겐 장애물로 여겨지는 군대지만 할 수 있다는 강한 마음만 있으면 그 장애물을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