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허네.
임자를 두고
내가 먼저 간다는 게..
내가 자네만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네... “
평생 옆에 있겠다더니
저승 북쪽에 걸쳐진 멍에만 남기고
먼저 가버린 영감...
말 썩어가며
마주 앉아 숟가락질할
남편의 빈자리가
가슴에 큰바람 구멍이 되어버린
춘삼월 봄날에
이별을 쓸어 담은 빈 어깨로
자식들 짝지어 다보내고
덩그러니 시골 빈집을 혼자 지키시는 엄마...
한평생 고생을 낙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
버틸 수 있었던 건 자식들 때문이라 말합니다.
자신의 아픔보다
가족의 행복이 먼저인 엄마이기에
ㄱ자로 굽은 허리로
평생을 걸어왔는데도
인생의 무게가 좀처럼 줄지 않습니다.
기댈 곳 없는 현실에
고스란히 삶의 무게가
엄마의 몫이 되어버린 아픔을
고무신에 눌러 담으며 견디어 온 세월...
그 세월 어딘가에 파묻혀 버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은 허기진 마음을 채우려
하루는 늘 일로 채워야만 했습니다.
모진 일이 낙이 되어버린 이유는
엄마에게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린
먼저 간 아들 때문입니다.
10년이 흘렀어도
뒷산에 아들의 유골이 뿌려진 곳에
가보지 못했든 엄마
눈물의 시간을 표류하다
큰딸의 손을 잡고
엄마는 아들이 있는 곳에 다다릅니다.
“우리 아들이 엄마 몰래 여기 있었네”
보고 싶어도 보지 못했던..
오고 싶어도 오지 못했던...
내 아들의 마지막 자리...
갇힌 바람이 울 듯
입술 끝이 시려오는 엄마는
잡초뿐인 땅바닥을 이리저리 매만지는 게
꼭 아들을 다시 만나듯 합니다.
엄마에게 자식은
평생 놓을 수 없는 질긴 끈이기에
달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하지 않는 날이 온데도
잊힐 날은 없다 말합니다.
죽어야 잊지...
엄만데....
... 엄마라서..... 더 미안하다며....
잠결에 듣는 바람소리가
아들의 울음 같아
온 생애가 흔들거리는 엄마의 마음은
성냥불에 타다만 글자들처럼
까만 그을음만 남았습니다.
“영철아!
하루하루 잘살거레이
엄마 갈게.. "
이제야 찾아온 미안함 때문에
아들의 마지막 자리에
풀잎 하나를 붙들고선
좀처럼 일어서지 못하는 엄마...
멀리 있어 그리운 이름은
가슴에 화석이 되듯
오늘 또다시 사랑하는 아들을
마음속 깊이 묻어봅니다.
저린 뼈로 울고 있는
엄마에게도 이 계절이 지나면
따뜻한 봄날이 찾아올는지...
꽃이 들녘에 내려앉은 한가한 오후
부질없는 날들이 걸린 밭에서
그 조그만 몸으로
하루 종일 움직입니다.
한 박자 쉬어가는 법을 알기도 하것만
일이 습관이 되어버린 엄마...
일하는 순간만큼은
아픔을 잊어버리기에
잊기 위해 더 많이 일한다는 엄마...
서울 가서 같이 살자는 자식들 말에
그래도 너희 아버지 숨소리 들으며
너희들하고 부대끼며 정든 이 집이 좋다며
흐린 기억을 더듬어 허허 벌판 뿐인
시간의 건널목을 살고 계십니다.
오늘은
앞집 도암댁네 자식들과 손주들이
아버지 생신이라 다 모였습니다.
동네 회관에서 마을 사람 들도 모여
한바탕 잔치가 벌어집니다.
"지석아...
서울서 잘 지내는감.. "
"네 ..영철 엄니도 잘 계셨어요 "
아쉬움 썩인 아련함으로
인사를 건네는 엄마의 마음은
편칠 않습니다
"살았다면
우리 아들과
한동갑인데... "
저물녘 길 잃은 나그네처럼
그저 사람들 앞에선
"이제는 잊을 수 있다는 척.. "
"아프지 않은 척.... "
늘 웃고만 있는 엄마...
그 웃음 뒤에
눈물이 빤히 보이는데 말이죠.
입빠른 해남댁 할머니가
“자네 딸들은
추석 때 오곤
안 오는가...”
“무신 소리여
전화통이 밤이면 불나네,,
큰사위 작은 사위 큰딸 작은딸
손주들 전화에 귀청이 따가워.. “
허망한 거짓말로
자식들 위신을 세워보는 엄마...
마냥 부럽기만 한 속내를
보이기 싫은 까닭이겠죠.
햇살이 돌아 누우니
달님이 창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엄마는 티브는 켜둔 채
슬쩍슬쩍 전화기만 내려다봅니다.
그저 늙었다는 하나만으로도
외롭고 고단한 삶...
벙어리 같은 전화기만 밤새 원망하다
초저녁 잠이 드는 엄마...
온갖 고생길 끊일 날 없어도
"사람답게 큰소리 치고 살라고 ......"
"무지렁이 엄마처럼 살지 말라고.. .."
자식들은
서울에 있는 학교에
보내야 된다며....
자식 앞에 많은걸 포기하는 게
엄마라지만
생손 앓이 사랑일지라도....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는 가슴일지라도...
자식을 생각하는 것만큼은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
그 사람이 엄마니깐요...
저무는 하루를
머리맡에 걸어두고
초저녁 잠 깬 엄마는
삼시세끼 늘 혼자 먹는 찬이 없는
밥상을 물린 뒤
캄캄한 밤 홀로 누워계십니다.
엄마의 손바닥에 주름을 닮은
삐뚤 빼 둘하게 달력에 적어놓은
자식들 이름과 전화번호를
햇볕 잘 드는 토담을 바라보듯
흐뭇한 느낌표 하나로 바라봅니다.
즐거우나 슬프거나
문득문득 자식들 생각이 난다는 엄마...
어릴 땐 엄마가 전부였는데
크면서 엄마 생각을 안 하고
사는 게 자식 이라더니만...
엄마는 항상 자식 생각밖에 안 하는데 말이죠...
긴긴 새벽녘에 홀로 앉아
긴 밤 지새우며 방문 위에 걸려있는
사진들을 올려다봅니다.
그래도
자식들 키우며
뽁딱 걸릴 때가 행복했다며
한줄기 눈물짓는 엄마...
5촉짜리 백열등 하나에 의지한 채
밭일하다 해어진 옷 기우고 덪댄게 걸레가 되어가도
자식들 사준 옷은 아까워 입어보지도 못하고
“나 저승 갈 때 입고 갈란다”
며 웃어 보이는 엄마 ...
그 흔한 화장품 하나
사서 바르지 못하고
자식 바라기로 살아온
엄마에게 남은 건...
80이라는 나이만 남았습니다.
몸빼 바지에 구멍 난 깜장 고무신 신고
온 동네를 다니시며 속옷까지 구멍이 난 것을
입고서도 자식 갈 땐 손에다
꼭 품앗이 해 벌은 돈 이삼만원 꼬불쳐주며
버스가 멀어져 점이 되어서야
표백된 허망한 가슴을 지팡이 삼아 터덜터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듯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신 엄마 ...
엄마는
자식이 좋아하는걸 다 아는데
자식들은 엄마가
좋아하는걸 왜 몰랐을까 ...
새털구름 하나라도
자식 머리 위에 걸어 두고픈게
엄마인데 말이죠..
이쁜 내 새끼들
곁에 두고 만지고 싶고
토담 토담 옛날 얘기하며
온밤을 꼴딱 새우고 싶은데....
벽에다 자식들 올 날을
금을 그으며
다시 볼 날을 기약하니
돌아보면 엄마의 일생은 겨우 한나절 같습니다.
이게 삶이었나 봐 ...
이게 세상 인가 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당신은
“엄마입니다....”
우리 제왕인들은...
부모님께 잘 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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