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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세상이야기

악인을 골라내는 감별법 10가지

by Ajan Master_Choi 2017. 5. 8.

9일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 간의 상호 비방과 흑색선전이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경쟁 후보의 지지를 깎아내리기 위해 허위 정보를 만들어내 유포하는 부도덕한 과열까지 빚어지면서 과연 이 국정농단사태 이후 거대한 민심이 움직여서 일궈낸 의미있고 값진 장미대선에 임하는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상대방을 향한 손가락질도 거칠어졌다.

다른 후보를 거침없이 악인으로 규정하고 자신이 아니면 나라가 결딴날 듯한 엄포를 놓고 있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과연 무엇이 악인이며 국민은 어떻게 '나쁜 사람'에 대한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지식인들과 학자들, 심리 전문가들이 내놓은 견해들을 한번 들여다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 절대적인 악당은 존재하는가

 

선악이라는 것이 사회를 만든 인간의 관념조작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관념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에 반하는 행위나 정신을 악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는 절대적인 선악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견해가 깔려 있다.

선악은 흔히 도덕에 기반한 잣대이다.

도덕은 타고난 것일까?

만들어진 것일까?

 

▶ 공자의 성선설은 체제 유지 기획?

 

도덕은 사회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축적된 것이라는 생각을 깬 것은 공자였다.

공자는 4단이라는 근본적인 감정이 있다고 주장한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

사양하는 마음,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마음이 원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보고 깜짝 놀라며 그를 건지려고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학습된 것이 아니라 본능이다.

공자의 4단은 인간이 원천적으로 지닌 선이 있다는 주장을 함으로써 선악이 후천적으로 육성된 것이라는 견해에 쐐기를 박아놓았다.

그러나 4단의 마음들이 모두 본능에 속한 것인지 검증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만 하더라도 우물에 빠지면 죽는다는 사실이 학습되어 있어야 하고 그를 건지는 것도 아이에 대한 측은지심 때문이 아니라 죽음을 회피하는 본능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공자의 주장들은 선악이 본질적으로 존재한다는 가설 위에 서 있다.

우리가 그 가설을 기꺼이 채택해온 까닭은 그것이 사회적인 질서 유지나 체제 관리에 유익하기 때문이었다.

강제적 규율(법)이나 폭력으로 제어해야하는데 드는 노력과 비용을 도덕은 획기적으로 감소시켜줄 수 있었다.

이것이 권선징악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이유의 핵심을 이룬다.

이 필요 때문에 공자의 가설에 대한 비판적인 검증은 유예되거나 무시되었다.

 

▶ 조물주는 선하지 않다?

 

인간에게는 원래 선도 없고 악도 없으며 세상 또한 원천적으로 선악의 기준을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다고 말한 이가 있었다.

노자다.

노장(노자와 장자)은 자연상태의 비정과 무심을 통찰했지만 이것은 권력자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폐기되었을 것이다.

하늘이 권장하는 가치가 없고 모든 것이 인위가 만들어낸 조작에 불과하다면 왕들은 대중을 다스리기가 몹시 피로해지기 때문이다.

선악이 인간에게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선악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말과는 다르다.

선악은 오히려 매우 유용한 분류이며 매우 강력한 가치체계의 원천소스이다.

선악의 판단이 이뤄지는 것은 인간의 관점에서 비롯된다.

모든 선악은 관젼들의 합의 시스템이다.

 

▶ 관점이 바뀌면 선악이 바뀔 수 있다?

 

어떤 것이 선하다는 것은 어떤 관점에 속한 사람들이 그 행위나 정신을 칭찬하고 권장하려는 마음의 태도를 내보이는 말이다.

어떤 것이 악하다는 것은 그 관점에 속한 사람들이 그 행위나 정신을 비판하고 만류하려는 마음의 태도를 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관점이 바뀌면 선악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 이 가치체계의 치명적인 문제이자 약점이다.

선악은 어떤 집단의 사회적 신념이나 공리나 목표 혹은 공동체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사회에 바람직한 일이면 선에 해당하고 그렇지 않으면 악이다.

부분적인 예외가 있을 수는 있어도 대체적으로는 그렇다.

 

선악은 기록자의 권력에 따라 정해진다?

 

선악의 상당 부분은 선악을 기술하는 기록자들에 의해 매겨지기도 한다.

기록자들의 생각과 이익 여부를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선악이 관점이라는 말은 이 문제가 상대적일 수 밖에 없으며 그 집단의 신념에 동의하지 않거나 이익을 공유하지 않거나 소속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매우 폭력적일 수도 있다.

선악이 상대적이라고 해서 선과 악에 관한 보편적 견해들이 생겨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그룹의 사람들에게 선인 것이 많은 그룹의 사람들에게 선일 수 있다.

 

▶ 살인 중에도 '악'이 아닌 것이 있다

 

살인이 악이라는 것은 살인이 사회적으로 불편한 행동이라는 것에 공감하는 모든 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가치규범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고의 진리는 아니다.

사형도 살인이며 전쟁에서의 애국적인 임무 수행도 살인이다.

역모는 왕조시대의 더할 나위 없는 악으로 동서양의 공통적인 견해를 이루고 있었으나 현재의 야당은 역모를 시스템화해서 진행하고 있는 그룹이지만 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선인과 악인은 그 사회가 권장하거나 불편해했던 사람에 대한 리포트를 포함하고 있다.

그것이 영원한 선인이나 악인일 수도 없지만 어느 집단에서나 모두 선인이나 악인일 수도 없다.

악인은 대개 치열한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사람에게 붙이는 불량한 혐의나 욕설들로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선인은 후세에 대해 발언권을 지니게된 권력자들이 자신과 자신의 행위를 미화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으로 구성되기가 쉽다

 

권력에 대한 아첨으로 선악 구별이 강화?

 

권력에 아부하여 이익을 얻고자 하는 무리들의 책략이 뒤섞이면서 선악을 확고한 사회의 흐름처럼 보이게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아첨자들은 집단이나 권력이 선인으로 지목한 사람에 대해 더욱 큰 상찬을 베풀면서 그 위대성을 키운다.

반대로 악인에 대해서는 권력보다 더 격렬한 방법으로 비웃고 능멸하면서 그 악행을 비판한다.

사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권력에 대한 아첨자의 성향을 지니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안전하고 그럴 듯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견해에 반하여 그의 선이나 악을 벗겨내려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고 대부분 그 당면상황 속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선과 악은 상당 부분 다양한 힘의 질서나 위압적 공기나 집단 최면에 의해 결정되어 있으며 다채로운 동기들이 합류해 두터운 지지층과 비판층을 만들어내고 있으므로 견고하며 상식적이며 권위적이다.

그러나 이 모든 설명들의 내면에는 견해가 바뀌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선과 악의 취약한 기반과 가변성이 엿보이는 것이다.

 

악인은 맹수와 같은 존재인가?

 

악인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뜻밖에 중요한 이 문제를 대개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오래 전 '살인자란 인생에서 5분을 살인한 사람이다'라는 명제에 사로잡혀 있던 때가 있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살인자라 낙인을 찍어 그를 호명하면서 분노와 경계심을 보탠다.

그런데 그가 100년 인생에서 단 5분을 살인에 쓴 사람에 불과하다는 이 지적은 인정하기 어려울 만큼 냉정한 이성을 작동시킨다.

살인자를 흥분의 숨소리를 거두고 바라보게 한다.

'냉혈한(인 콜드 블러드)'이란 범죄 심리 소설로 유명해진 트루먼 카포티를 다룬 영화 '카포티'는 살인자를 무방비 상태에서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때 살인자는 맹수와 다름없이 느껴진다.

'5분 살인자'라는 개념이 충격적인 것은 나쁜 인생을 사는 나쁜 사람이 존재한다는 고전적인 절대 선악론을 의심없이 받아들였던 생각을 깨는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절대적인 악인은 없다는 저 의견은 우리가 어떤 자를 악인으로 규정하고자 할 때 늘 상기하고 염두에 둬야 하는 말일 것이다.

 

'처음부터 악인'은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악인은 있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나쁜 짓들과 악당들은 그러면 무엇이란 말인가?

뉘우침 없는 악과 반복되는 악행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5분 살인자는 그 이후 완전하게 인간 본연의 선한 상태로 리셋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개연성에 무게를 둔다면 저 명제는 지나치게 낭만적인 것이다.

나쁘다는 판단이나 개념 정의 혹은 악이라는 구분과 분별은 때로 주관적이고 상대적일 수 있고 또 편파적일 수 있다.

정치적인 용어일 수도 있다.

진영의 저쪽 편을 가리키는 적개심의 표현인 경우도 많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나쁜 것은 사회적으로 권장되는 행위와 칭찬받는 행위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다.

경전이나 도덕책에 적힌 미덕들을 뒤집어놓은 어떤 '짓'들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행하는 인간과 그 악과의 관계에 대해서 설득력있는 연관성을 제시하는 경우를 만나는 건 쉽지 않다.

 

악한 인간이 아니라 악에 대한 해석과 신념이 다른 사람이다

 

악을 저지르는 인간은 악한 인간이 아니라 그 악에 대한 해석과 관점과 신념이 다른 사람이다.

악을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그 마음과 태도 혹은 악의 문제를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그 마음과 태도가 악을 발생시키며 지속시킨다.

악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악을 상습적으로 저지를 수 있는 지속적인 태도는 존재한다.

악을 저지르는 인간을 '약한 인간'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약점에 대한 보상심리이거나 분노표출이라고 보는 것이다.

혹은 유혹에 대해 약하거나 문제의 인식 체계나 가치 기준이 잘못되어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제 가족을 챙기는 악인은 무엇인가?

 

어떤 영화는 바깥에서 악을 저지르는 인간이 자신의 가족들을 끔찍히 아끼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의 내면은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 것일까?

'악'이 삶의 체계로 자리잡을 때 그 문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여기에 '악'의 상대성과 '악'의 사이즈의 차이 악이 빚어내는 결과의 모호함과 시차 따위가 악행의 문제점에 대해 둔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소한 나쁜 짓들과 너무 커서 잘 보이지 않는 나쁜 짓들이 많은 사회적 유력자에 의해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점들도 악인을 북돋운다.

인간은 저마다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악행이 주는 '잠정적인 이익'을 누리며 악에 넘나드는 존재라고도 할 수 있다.

 

악은 모호하며 악인 또한 구분하기 어렵다

 

악당은 현저하여 구분할 수 있는 나쁜 놈이 아니다.

모호한 악이 안개처럼 둘러쳐진 삶은 어쩌면 인간 보편의 환경일지 모른다.

그 속에서 악을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나 그 악이 나쁘거나 말거나 그것을 활용하여 삶의 문제들을 개선하고자 하는 충동들을 지니고 움직이는 인간 모두가 잠정적인 악당이다.

자기 편의 이익이나 전략을 위하여 반대 편의 존재를 압살하려 하는 모든 가해적 충동 또한 악의 한 원형이다.

악당은 없지만 악행은 있다.

5분 살인자는 생애의 5분 동안만 살인한 사람이지만 살인에 대해 다른 사람과는 다른 견해와 충동과 습관적 태도를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살인은 미워도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얘기가 나왔을 것이다.

뒤집으면 인간은 미워할 수 없지만 살인에 이른 그 '행동의 프레임'은 철저히 문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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