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풍경이 바뀌었다.
어제만 해도 넘실대던 벚꽃 물결이 온데간데없다.
잠결에도 봄비답지 않게 비바람이 제법 매섭다 했다.
나무 아래는 떨어진 꽃잎으로 온통 연분홍 빛이다.
사나흘은 더 버틸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슴에 품었던 분홍빛 추억들이 푸르게 바래졌소"
란 유재하의 노래 가사처럼
벚꽃 진 풍경이 쓸쓸하다.
올해는 유난히 벚꽃이 빨리 피었다.
밤새 내린 비로 낙화는 더 빨랐다.
평년 같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꽃봉오리를 터뜨릴 때다.
꽃들은 피었다가 가야 할 때를 알고 떠난다.
슬프게도 어제 내린 봄비가 그 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꽃들이 피고 지는 모습이 제 각각이다.
그런 모습 속에서 우리는 우리들의 삶과 죽음을 볼 수 있다.
꽃은 피었으면 진다.
순리이다.
낙화가 없으면 녹음도 없고,
녹음이 없으면 열매도 씨도 그리하여
그 이듬해의 꽃도 없다.
그러니 우리도.
너무 현재를 붙잡으려 하며 추해지지 말아야 한다.
우리도 때가 되면 결별할 줄 알아야 한다.
오티움은 다른 여가 활동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된다.
오티움은 배움과 난이도가 있는 여가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때 어떤 분야이든지 실력 향상을 보이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확장 시키려고 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것은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다.
깊은 고민과 자발적 문제제기를 통해 스스로 깊어지고자 한다.
이들은 향상심이 뚜렷하다.
이는 경쟁심과는 다르다.
향상심은 기본적으로
외부와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의 경쟁에 가깝다.
어제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어제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향상심을 미켈란젤로 동기라 부른다.
미켈란젤로가 바티칸 시스타 성당의 천장 벽화를 그릴 때 나온 일화이다.
그가 사다리 위에 올라가
천장 구석의 인물 하나를 그려 넣고 있을 때
친구가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정성 들여 그리면서 무슨 생고생이냐? 누가 알겠냐"
고 물었다.
그때 미켈란젤로는
"내가 알지"
라고 대꾸했다 한다.
이런 내적 동기부여를
우리는 미켈란젤로 동기라 부른다.
칭찬, 이익, 출세 등 겉으로 드러난 보상이 아니라,
성취감 같은 수수한 내면의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동기부여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향상심이 높은 사람들은 자기 기준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들은 실력이 바로 늘지 않더라도 꾸준히 연습을 하고,
누가 보거나 보지 않거나 일정한 오티움 활동의 루틴을 유지한다.
그리고 거기다 자신의 활동을 관찰하고 점검하여야 한다.
그냥 습관적 활동이 아니라,
의식적 활동이 되게 하려는 것이다.
진정한 오티움은 깨어 있는 여가 활동이기 때문이다.
점진적 과부하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훈련을 할 때 중요한 원칙 중에 하나로
훈련의 효과를 기대하려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점진적인 과부하를 주어야 한다.
운동 강도와 시간을 늘림으로써
몸에 가해지는 긴장을 점진적으로 늘려야만
몸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자신이 감당하기 편한 정도로만
매일 운동을 한다면 운동 효과는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스 전설에 의하면,
기원전 6세기 경에 밀로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는 집에서 키우던 소가 송아지를 낳자
날마다 송아지를 어깨에 메고 다녔다.
송아지는 점점 자라서 소가 되었지만
그는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소를 들쳐 메었다.
그것이 비결이었다.
그의 힘은 갈수록 세져
기원전 550년경에 열린 고대
올림픽 레슬링 종목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가 들고 다녔던 송아지는
네 살짜리 황소가 되었지만
그는 이 황소를 메고 경기장에 출전했다.
그가 황소를 메고 등장하는 모습만으로도 모두 기가 죽었다.
힘에 있어 그와 견줄 자는 없었다.
그는 여섯 번이나 고대 올림픽 레슬링 챔피언이 되었다.
점차 늘어나는 소의 무게만큼 자신의 능력도 꾸준히 커진 결과였다.
이 점진적 과부하는
모든 운동 뿐만 아니라
오티움 활동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말이다.
예를 들어 독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이나 읽기 쉬운 책만 본다고 해서 공부의 깊이가 늘지 않는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 서적이나 원서와 함께 인접 분야의 책도 볼 필요가 있다.
어려움이 사라지면 기쁨도 사라진다.
오티움이 과거의 행복이 아니라 오늘의 행복이 되려면 깊어져야 한다.
실력이 늘어야 한다.
실력 향상이란 자신의 능력을 조금씩 웃도는 자극과 도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점진적 과부하를 주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지 활동 시간을 늘리는 게 아니라, 활동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단순 반복식의 습관적인 활동이 아니라 내적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점진적 과부하를 가하는 훈련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때 또 중요한 것이
과도한 과부를 부과하지 않는 거다.
작은 성취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오티움 활동도 실력 향상에 따라
다음과 같이 5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실력이라는 말은
추상적 개념 같지만
매우 실체적인 개념이다.
실력 향상은 뇌의 변화이다.
다시 말하면 뇌 신경회로의 확장과 새로운 형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이나 기타 연주를 익힐수록
왼손의 손가락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가
다른 사람에 비해 월등한 차이를 보인다는 거다.
1단계: 초보자-하고 싶은 여가 활동을 이제 막 시작한 상태이다.
2단계: 중급자-기본적인 기술과 지식을 익힌 상태로 실력이 늘어나는 것을 느끼며 재미를 느끼고 몰입이 잘 이루어진다.
3단계: 상급자-해당 분야의 수준 높은 기술과 지식이 체화된 상태이다.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창의성이다.
4단계: 전문가-많은 상급자들이 자신의 실력에 만족하며 훈련을 멈추지만, 전문가는 한 단계 더 올라선 이들이다.
5단계: 지도자-해당 분야에서 넘 볼 수 없는 실력을 갖추고, 독창적인 이론과 기술을 완성시킨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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