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을 쌓고 분서갱유를 일으킨 진시황제가 사망한 후, 얼마가지 않아 진나라는 멸망하고 만다.
이어 유방에 의해 한나라가 세워졌지만, 무인이었던 그는 유생의 갓에 오줌을 싸는 등 별의별 짓을 다했고 그의 신하들 역시 유학자들을 무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제7대 황제인 무제에 의해
“어질고 바른 선비를 추천하라.”
는 명령이 내려졌고,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유학자가 바로 동중서이다.
학문에 대한 그의 태도는 너무나 고매하여 서재에서 연구하는 3년 동안 문밖에 있는 꽃밭에마저 나온 적이 없었다고 한다.
강의 역시 서재 안에서 하였기 때문에 스승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제자가 많았다고 한다.
무제에 의해 강도왕의 재상으로 임명된 동중서는 음양오행의 학설을 적용하여 비를 오게도 하고 그치게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남몰래 써두었던『재이기(災異記)』라는 책의 원고가 발각되어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다행히 무제가 그의 업적을 생각하여 특사로 풀어주긴 했지만.
소실된 책의 내용을 알 수는 없으나, 아마 조정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지 않은가 추측된다.
‘군주가 교만하고 음탕하면 위아래의 질서가 문란해져서 요사스런 일이 일어나니, 이것이 곧 재난의 원인이 아니겠는가?’
라는 내용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정에서는 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그의 가르침을 받아오곤 하였다.
그때마다 동중서는 오직 유학 경전에 바탕을 둔 충언을 해주었다.
그리하여 유교가 중국의 국교로까지 자리 잡게 된 바탕을 마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에 의하건대,
하늘과 사람은 본래 그 구조가 같다.
사람은 작은 하늘로서, 우리 몸속에 있는 366개의 작은 뼈들은 1년 365일의 날짜 수와 같고, 12개의 큰 뼈들은 1년 열 두 달과 같으며, 오장(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은 그 작용에 오행이 있는 것과 같고, 사지(두 팔과 두 다리)는 그 임무가 사시(봄, 여름, 가을, 겨울)와 배합되는 것과 같으며, 눈을 한번 뜨고 감는 것은 마치 낮과 밤이 뒤바뀌는 것과 같다.
또 사람의 감정에는 희로애락이 있는데 그것은 봄날의 유쾌함(喜), 가을날의 소슬함(怒), 겨울날의 서글픔(哀), 여름날의 환락(樂)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하늘은 그의 작용으로써 사람을 만들었으며, 그러기에 사람의 활동은 하늘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주가 정치를 할 때에는 하늘의 운행을 모범으로 삼아야 하는 바,
하늘의 숫자가 3(하늘과 땅, 사람. 혹은 해와 달, 별)과 열 둘(1년 열 두 달)인 것처럼 정부에도 반드시 3공(公)을 두고 1공마다 3경(卿)을, 1경마다 3대부(大夫)를, 대부 한 사람마다 그 아래에 3사(士)를 두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 공경대부사는 각 층마다 4계급으로 나누어야 한다.
그러나 하늘이 복과 화를 줄 수는 있으되,
그 원인을 제공하는 쪽은 어디까지나 사람들이다.
가령 군주가 교만하고 음탕하면 제후들이 그를 배반하여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서로 영토를 빼앗느라 혈안이 된다.
이렇게 되면 덕의 가르침이 무색해지고 형벌이 문란해지며, 형벌이 문란해지면 곧 사악한 기운들이 일어나고, 이런 일들이 계속 쌓이면 위아래가 화목하지 못하여 음양이 서로 어긋나고 만다.
이렇게 하여 요사스런 일, 즉 재난과 이상야릇한 일들이 발생하고야 마는 것이다.
이밖에 동중서는 엄청난 부의 격차를 목격한 다음, 계급적 모순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동중서는 기원전 179년에 태어나 기원전 104년에 생을 마감했다.
동중서는 오늘의 하북성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해 배우기에만 전념했다.
그는 학문이 무르익으면서 저술과 교육에도 힘썼다.
그의 교육방법은 매우 독특했다.
"제자가 스승으로부터 직접 배우기보다 상호간에 학문을 전수하는"
방법을 내왔는데 말하자면 제자가 입문하면 스승으로부터 직접 학문을 배우기보다 기존의 학생으로부터 스승의 학문을 전수받는 형태를 취했던 것이다.
이러한 독특한 교육방법으로 말미암아 많은 제자들이 그에게 몰려들었으며 그는 마침내 "전한시기의 공자"라고 불리기에 이르렀다.
진나라에 의해 시작된 중국의 통일과업은 한나라에 의해 완성됐다.
이때 본격적인 통일제국시대를 뒷받침할 사상적 작업을 이룩한 핵심인물은 다름 아닌 동중서였다.
그는 유교의 사상적 폭을 더욱 넓히는 동시에, 유교의 국교화를 추진했다.
결국 "유교문화" 기틀을 그가 마련했던 셈이다.
한나라 기반을 공고히 하고 대외 팽창을 주도했던 한무제가 즉위한 후 전국의 선비를 대상으로 자문을 구했을 때 동중서도 이에 응하여 나름대로의 대안을 내놓았다.
동중서는 "대책(對策)"이란 글에서 학설이 분분하고 정견이 다양한 세태는 통일시대의 대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면서 "백가를 축출하고, 오직 유가만을 섬길 것"을 한무제에게 건의했다.
그러나 동중서가 주장했던 유가의 학술 또는 공자의 가르침이란 결코 공자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역사적 조건에서 공맹사상을 다시 해석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법가 도가 등 다른 학파의 이론을 상당부분 흡수했다.
다시 말해 그에 의해 유학은 다시 태어났던 셈이다.
그의 주장은 결국 무제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유교는 정식으로 국교로 되였고 모든 관리를 유교 교리에 대한 지식정도에 따라 등용하고 승진시켰다.
이러한 적극적인 국가 후원으로 유학을 배우기 위해 국립교육기관에 등록한 학생 수는 한나라 말까지 무려 3만 명에 이르렀다.
이로써 한나라는 물론, 이후 2천년 이상 유교는 중국에서 정통사상의 위치를 누렸다.
더욱이 유교는 중국문화의 전파와 함께 한국 일본 베트남 등에 의해서 지배사상으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그리하여 동양문화는 곧 유교문화를 의미할 정도로 유교는 오랜 기간 그 위세를 떨쳤다.
동중서가 주장한 유교사상은
첫째로 통일을 강조하고 군주권 확립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천하통일이란 "하늘과 땅의 리치이며, 고금의 원리"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통일의 대원리를 실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군주를 "나라의 근본"으로 받드는 태도라는 논리를 펼쳤다.
둘째, 유교의 종교성을 부각시켰다.
그는 천인감응론을 하늘을 자연과 인간사회 양자를 주관하는 존재로 파악하여 인간의 일에 대해 감응하는 능력과 의지를 갖춘 인격신으로 설정했다.
따라서 자연과 사회의 모든 변화나 국가의 흥망, 인간의 재앙과 복은 결국 하늘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셋째, 삼강(三綱)과 오상(五常)을 도덕적 규범으로 제시했다.
공자는 "임금은 임금, 신하는 신하, 아버지는 아버지, 아들은 아들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중서는 이러한 인간관계의 차별화를 "임금은 신하의 근본(君爲臣綱), 아버지는 아들의 근본(父爲子綱), 남편은 부인의 근본(夫爲婦綱)"이라는 지배와 종속의 관계 설정으로 발전시켰다.
이것이 바로 삼강이다.
오상은 "어짐" 인(仁), "의로움" 의(義), "바름" 예(禮), "지혜" 지(智), "믿음" 신(信)의 다섯 가지 덕목을 말한다.
동중서는 이러한 덕목을 갖추어야 인간은 서로의 관계를 올바르게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동중서는 재상이 된 후 조정에서 유학자가 아닌 학자들을 모조리 쫓아낼 것을 한무제에게 건의하여 유교가 한나라의 사상적 바탕이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그는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인 태학을 세울 것과 귀족과 지방관들로 하여금 해마다 뛰어난 재능과 훌륭한 품성을 지닌 사람들을 추천하게 하여 관리로 임명하도록 제안했다.
이러한 제도는 비록 출신은 비천하지만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권력과 영향력이 있는 지위를 보장해주는 봉건사회 관리등용제도인 "과거제도"의 토대로 되였다.
한나라가 오경박사를 두게 되고, 국가 문교의 중심이 유가사상에 통일된 것은 동중서의 헌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동중서가 내놓은 이론에 따르면 우주의 기본적인 두 기운인 양과 음은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통치자는 음양의 조화를 유지해야만 하며 백성을 돌보고 계몽시켜 혼란을 막아야 하는데 필요하다면 제도를 개혁할 수는 있지만 하늘의 근본적 도덕원리를 바꾸거나 파괴해서는 안 된다.
동중서의 철학체계에서는 통치자가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것은 분명 한 무제가 유교를 받아들인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동중서의 이론은 계급 모순을 완화시키고 사회생산의 발전을 추진하며 통일된 봉건국가를 공고히 하는데 진보적인 의의를 가지고 있다.
동중서는 유학을 신격화하여 당시 봉건제도에 주요한 이론근거를 제공해 주었다.
동중서는 전한시기, 나아가 중국의 전반 봉건사회에서 중요한 이론가로 이름을 남겼다.
동중서가 남긴 저서에는 "춘추번로", "동자문집", "천인삼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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