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랄친구 중에서 대한민국에서 둘 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의 수족들이 모조리 구속이 된 상태에서 홀로 남아 버티다 결국 구속이 되고 말았다.
박근혜정권의 실세로서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권력을 가졌던 그가 영어의 몸이 되어 구치소에 갇혀 회한과 분노에 몸부림치며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샐 생각을 하니 그 친구의 평소에 하는 짓이 얄밉기도 했지만 부랄친구의 정의로서 어찌 안타깝지 않을 손가.
진정한 친구는 어려울 때 함께 하는 친구라고 했다.
우병우는 최고의 권력자에서 일개 범법자가 되어 1.9평의 독방에 감금돼 있으니 어려운 것이요 나야 원래부터 가난하여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이제야 비로소 병우와 내가 함께 어려운 동지가 된 것 아닌가.
나는 어려움에 이골이 나서 충분히 견딜만 하지만 병우처럼 귀하신 몸이야 어디 나 같은 필부와 비교할 수 있을까.
모르긴 해도 그가 겪고 있는 환란은 나의 그것 보다 몇 배는 더욱 자심하리라.
그런 연고로 내가 병우를 위하여 그 마음을 위로코자 하여 이렇게 편지를 쓰노니 병우는 이 부랄친구의 진심을 가벼이 여기지 말고 앞으로의 수형생활을 견디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으로 삼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
어이 병우,
작년만 혀도 날씨가 겨울답지 않게 포근허등만 자네가 구속이 되야분 뒤로 무장무장 추와지더니 내가 사는 여그 대성리 북한강도 아침저녁으로 살얼음이 솔찬히 넓게 퍼졌다네.
갈수락 나이를 무거감서 몸땡이가 내 맘대로 움직이들 안혀서 이러다 어느 날 갑재기 늙은 영감탱이가 되지 시퍼 아침이면 강가에 나와서 그저 무심히 한 두 시간 걷곤 허는디 아침 햇살을 받아 강물에 반짝이는 물비늘을 보고 또 자네를 생각헝게 참으로 우리네 인생이 봄날의 꿈처럼 무상허다는 생각이 들었네.
이라고 추운 날씨에 자네는 어찌고 지내능가.
밥은 잘 묵고 똥은 잘 눙가?
허기사 자네가 지금 무신 팔자가 늘어졌다고 밥이 목구녁으로 넘어가겠으며 또 넘어 간들 소화가 되건능가.
그려도 이사람아 마음 야무지게 묵고 견뎌야 허네.
건강이 질로 중요헌 거시란 걸 잊으면 안뒤야.
건강을 잃으면 권력이나 재물이 무신 소용이 있건능가.
이건희가 우리나라에서 질로 부자여도 어느 누가 이건희를 부러워 허건능가.
속에서 천불이 나더라도 잘 다스리고 걱서 살아나와야 허덜 안컸서?
안긍가?
이사람 병우,
나가 자네헌티 하나 궁금헌 것이 있는디 그거시 먼중 안가?
자네가 청와대 민정수석에 있으면서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있을 때 마리여 그 권력이 언제까지라도 그라고 튼튼허니 자네를 떠받들거시라고 생각을 혔능가?
박근혜의 임기가 끝나고 자네가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 자네가 안전하리라고 생각을 혔능가마리여.
허긴 자네는 워낙에 용의주도헌 사람이라 철저허니 준비를 혔겄재.
오랜 검사생활의 경험으로 어떤 식으로 수사가 전개될지도 충분히 예측을 혔을테고 잉?
그렁게 문고리 3인방이니 안종범이니 글구 자네으 멘토 김기춘이까지 달려 들어가는디 자네만 끝까정 남지 않았능가.
먼가 책 잡힐 껀수를 남겨놓지 않았다는 자신감이 있응게 청문회에 나와서도 눈 하나 깜짝허덜 않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잡아 뗄 수 있었자네?
그려서 사람들이 자네에게 걸맞는 별명을 붙여준 거시 바로 법꾸라지 아닝가.
허나 어디 세상일이 내 뜻대로 되등가?
권력형 비리의 주범인 자네를 구속혀야 쓴다는 국민의 열망이 하도 강헝게 검찰이 용을 써서 자네으 불법을 찝어내고 결국 구속을 시키지 않았냐마리여.
병우,
자네가 꼭 알아두어야 할거시 있네.
자네가 구속된거슨 자네가 운이 없어서가 아니네.
그거슨 자네가 해서는 안 될 짓을 혔기 때문이랑거슬 잊어선 안될거시여.
자네 청문회에 나와서 한 의원이 박근혜대통령을 존경허냐고 헝게 자네는 그렇다고 했재?
그려서 어떤 면을 존경허냐고 물어봉게 언제나 나라를 위해서 일허는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혔네.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저런 개새끼 뻔뻔한 낯짝을 보라”며 욕을 혔지만 나는 그러는 자네를 보고 연민으 정을 느꼈다네.
설마하니 자네가 평균 이하의 상식과 지능을 가진 박근혜를 존경이야 혔겼능가.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조 바보 멍청이로 알고 잘 써먹은거시재.
그려도 존경했닥 혀야 자네의 행위의 정당성을 조금이나마 담보헐 수 있다는 계산 하에 헌 말 아니겄서?
박근혜가 차말로 나라를 위해서 일허등가?
나라를 그토록 위혀서 제갈량을 능가허는 천재적인 참모 최여사를 수렴청정허게 헝거시여?
나라 걱정에 그리도 여념이 없어서 세월호에서 304명의 목숨이 죽어갈 때 어디서 먼 염병지랄을 혔는지 아직까지도 아가리를 닫고 있당가?
우주선과 교신이라도 혔으까?
자네 아직도 박근혜를 존경허고 있능가?
허긴 사람들이 그러드만.
자네가 순장조라고.
즉, 박근혜 디질 때 따라 디질 사람이라고 말이여.
진짜 따라 죽을랑가?
어이 내 친구 병우,
자네가 딴 건 몰라도 공부는 차말로 잘혔어 잉?
생일이 빠르긴 허지만 여섯 살에 학교에 들어가서 고등학교 졸업헐 때까정 줄곧 일등을 놓치덜 안혔자네?
자네 부친이 교직에 계셨는디 당시에 교직에 계셨으면 생활이 넉넉하다고는 헐 수 없고 자식들 교육시길라 묵고 살라 모르긴 혀도 포도시 살았을 거시네.
근디 똘방똘방헌 눈망울으 자네가 그라고 공부를 잘해붕게 자네 부친이 을마나 오졌건능가.
자네는 우씨 집안을 일으켜 세울 희망으 꿈나무였을 거시네.
사실은 말여 나도 초등학교를 일곱 살에 들어갔는디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한글과 구구단까정 마스터혀갖고 울아부지가 나럴 신동으로 아셨다네.
그려서 나헌티 “너는 커서 꼭 서울법대에 가서 법관이 되야헌다 알겄지야?”하곤 허셨다네.
근디 오사할 것 서울대 켕이는 대학도 떨어져 불고 겨우 재수혀서 똥통학교에 들어갔다가 그것도 때려 치와불고 결국은 노래쟁이가 되야서 지금까정 요라고 가난하게 안 상가.
근디 자네는 고교 졸업과 동시에 서울 법대를 우수헌 성적으로 들어갔고 넘들은 십 년 씩 공부를 혀도 붙을똥 말똥 헌 사법고시를 3학년 때 터억 허니 붙어버렸으니 월마나 대단헝가.
자네 같이 뛰어난 사람이 내 부랄친구이니 나는 또 그거시 월마나 자랑스러웠건능가.
게다가 자네는 운도 좋아 군역도 면제를 받았자녀?
면제 사유가 심신장애 또는 질병이라는디 겉으로 보믄 멀쩡허등만 어디가 이상이 있어서 면제를 받았능가?
혹시 자네 장인이 돈 써서 면제 시게중것 아니여?
히힛, 농담이여 농담.
아니것재 설마허니 자네가 당시에 그라고 째째허진 않았을거시라고 믿네.
자네가 법대로 진로를 정하고 사시를 준비헐적에 자네가 “나는 검사가 되어서 그 권력을 이용하여 돈을 허벌나게 벌어불거이다” 이라고 맘을 묵덜 않았을거시네.
자네으 부친이나 자네 학교으 선생들이 설마 그러라고 갈치기야 혔건능가.
자네도 필시 검사가 되어서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훌륭헌 일꾼이 되어야 쓰겄다고 결심을 혔겄재.
그라고 실지로도 자네는 초임검사 시절에 일 잘허기로 관가에 소문이 파다혔자네?
최연소 사시 합격에 군대까정 면제를 받으니 자네가 검사가 되얐을 적에는 자네가 막둥이였을 거시네.
그러니 그 젊은 마음에 정의감은 얼마나 충만혔건능가.
그런 정의감으로 좌고우면 허덜 않고 열심히 헝게 수사 하나는 똑 떨어지게 잘헌다고 인정도 받게 되고 말이여.
그라고 앞만 보고 열심히 일하던, 92년 대구지검 경주지청에서 근무헐 적에 그 지역 토호기업 총수 황 머시기를 수사하다가 마무리를 짓덜 못허고 밀양으로 전보 발령 났던거 기억하지맹?
그때만 혀도 자네는 완죤 꼿꼿 장수였재.
“지까짓 거시 그룹 총수면 총수재 법을 어겼으면 벌을 받아야재 별수 있간디?”
허면서 사정 없이 수사를 혔자능가 마리여.
그 황 머시기란 자가 당시 김영삼이허고 아조 가찹다는 말이 있었자네?
하로강아지 범 무서운 중 모르고 달겨들다가 권력이랑 거시 이런 거시구나 허고 자네가 많은 거슬 느꼈을 거시네.
대한민국 검찰이 어떤 곳인가.
촘촘한 그물망 같이 잘 짜여진 철저한 권력공동체 아니덩가.
옛날로 말 헐작시면 장원급제를 헌 수재들이 권력의 칼자루를 쥐고서 철저한 상명하복의 엄한 규율로 내부결속을 다지고 어느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할 자기들만의 왕국을 이룩한 곳 아닌가 말이네.
위에서 끄러주고 밑에서는 충성하고 험서 강고한 카르텔을 유지허는 곳이니 거그서 눈 밖에 났다가는 평생 한직으로나 돌아야 하는거 아니겄서?
대통령같은 국가최고의 권력에게도 알아서 기는 듯 하다가도 힘이 빠지면 언제든 물어뜯어 작살을 낼 준비를 철저히 허는 것도 자기네들만의 영원한 권력유지를 위하는 전략 아니건능가.
자네가 그러한 검찰의 속성에 자연스럽게 젖어드는 거시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겄재.
게다가 자네는 가난한 교사으 아들에서 검사가 되얐을 뿐 아니라 재벌의 사위까정 되야서 권력과 부를 동시에 거머쥐게 되지 않았겄서?
자네 빙장 이상달이 어떤 인물인가.
사채업으로 기반을 잡은 뒤 정강건설과 정강중기를 일으킨 사람 아녀?
일반적인 상식으로 볼 때 사채업을 허고 건설업을 혀서 돈을 벌었다면 그거시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고 세금 꼬박꼬박 내서 허는 사업이냐 말일세.
자네가 나헌티“니가 우리 장인어른이 어찌고 돈을 벌었능가 두 눈으로 봤냐?”고 묻는다면 나넌 헐 말이 없긴 허네.
난 그저 일반적인 야그를 허는 거싱께 너무 역정 내지 마소 잉?
보통 사채업이다 건설업이다 허는 사람들 봉께 주로 조직폭력배들을 시다바리로 두고 일을 허등만.
윗선에는 권력에다가 돈을 대고 아래로는 깡패들을 동원허드란 마리시.
근디 그런 업자들이 언제까지나 주먹에 의지혀서 사업을 허건능가.
가능한 한 합법적으로 할락 허겄재.
그런 상황에서 내 사위가 검사다 허면 그야말로 호랭이가 날개를 단 격 아니겄서?
어이 병우,
한마디로 자네는 자네 빙장헌티 스카웃 됭거시여.
돈은 아쉬울 것 없이 있는디 일마동 때마동 끗발 있는 놈들 비위 맞추는 거시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던 차에 자네를 사위로 맞이 혔으니 얼마나 좋았건능가.
자네는 권력에다가 돈까지 아쉬울 거시 없응게 누가 자네에게 뇌물을 준닥혀도 웬만 허면 거들떠 보기나 허겄서?
그러다가 시나브로 자네가 검사 초임시절 가슴에 품었던, 법과 질서를 바로 잡아 사회정의를 이루겠다는 청운의 꿈은 변색이 되얐겄재?
전형적인 대한민국 검찰 일반의 모습이 되야가는 거시재.
자네는 그야말로 승승장구 거칠 것이 없었네.
2005년 참여정부시절 자네가 대구지검 특수부 부장으로 있을 때 당시 열린우리당 배기선의원 일 억원 수뢰사건을 검사헐 때 자네는 불구속수사를 혔네 기억헝가?
그에 앞서 같은 혐의로 연루된 전 한나라당 모 의원은 구속수사를 혔재.
그 후 자네는 법무부 산하 법조인력 정책과장으로 영전을 혔네.
당시 관가에 떠도는 말에 “대형비리사건을 맡는 특수부 검사가 인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기술점수(실력)와 예술점수(처세)가 모두 좋아야 한다”는 거시 있었재.
자네는 워낙에 똑똑헌 사람이니 묻지 않아도 알아서 잘 했으리라 믿네.
어디에서든 두각을 나타내고야 마는 자네으 기질이 어디 가건능가.
2008년 노건평 구속 후 대검 중수부는 자네를 대검 중수 1 과장으로 앉히네.
그리고 이듬 해 4월 30일에 자네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게 되네.
그 때 자네가 노무현에게 했다던 유명한 말이 있재.
“노무현씨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도 아니고 사법연수원 선배도 아니고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는 피의자일 뿐입니다”.
자네 말 틀린 것 하나도 없네.
초임 검사 시절부터 자네가 지켜온 신조가 피의자와는 인간적이나 개인적인 대화를 결코 하지 않는다는 것 아닝가.
사적인 감정에 이끌려 조사를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겄재.
노무현은 5월 23일에 투신을 혔네.
자네는 그 소식을 듣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그저 멍 했닥 혔재.
심적인 충격이 컸다는 말이었겄재.
왜 안그랬겠능가.
내가 노무현을 죽인 게 아닌가 하는 회한이 왜 들지 않았겄서.
하지만 이사람아 그 일로 너무 자책허지 말게나.
자네는 자네가 해야 헐 일을 혔을 뿐잉게.
문제는 그토록 공과 사를 엄격허니 구분혔던 자네가 그 기조가 후에 흐트러졌던 것이었네.
자네는 그 후 이명박정권 하에서 승승장구하여 대검 범죄정보기획관과 수사기획관에 잇따라 임명되얐지맹?
그러다가 2013년 박근혜정권 초기에 감사장 승진에 연거푸 실패허자 4월에 사표를 쓰고 검사복을 벗었재.
자네 같이 유능헌 사람이 왜 검사장이 못 되얐능가는 지금도 의문이 가시덜 않네만 자네가 1 년 후에 화려하게 정가에 복귀한 거슬 보면 누군가의 복심이 있었던갑서 안긍가?
혹시 자네 장모가 최순실이헌티 부탁혀서 순실이가 자네를 데꼬갔으까?
순시리사 맘만 묵었으면 그까짓거 무슨 어려운 일이건능가 안그려?
그라고 자네 빙장이나 장모가 사업이 바쁘고 처리혀야 할 일도 많은디 자네허고는 한마디 상의도 안허덩가?
최순실이가 박근혜를 꼭두각시처럼 뒤에서 조정허면서 국정을 농단헝거슬 김기춘이도 알고 안종범이도 알고 문고리 3인방도 알고 경호실장도 아는디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자네가 순실이를 전혀 모른다는 말을 어버인연합 늙은이들허고 엄마부대 여편네들허고 자유한국당 버러지들 빼놓고 대한민국에서 누가 믿어주건능가 잉?
글구 자네 빙장이 최순실이 아부지 최태민허고 호형호제 허는 사이람서?
글고 자네 빙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기흥 컨트리클럽 골프장에서 자네 장모허고 순실이허고 굴프를 자주 쳤다는디 자네가 순실이를 모릉가?
최태민이는 자네 결혼식에도 왔단디 자넨 자네 식구 외에는 장인이 누구를 만낭가 장모가 누구를 만낭가 아무런 관심이 없는 모양이재?
청와대에서도 자네는 불법사찰이나 허고 세월호 조사 제대로 못허게 전화나 헐 줄 알재 대통령이 누구를 만나능가는 아무런 관심이 없능가?
순실이가 국정을 농단허든 말든 자네는 자네 잇속만 챙겼능가?
자네 후배 진경준이란 놈이 흠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장에 승진헌 거시 자네가 눈감지 않으면 불가능헌 일 아니었어?
자네가 자네 빙장으로부터 상속 받은 강남의 부동산에 대한 상속세 때문에 곤란해 헝게 진경준이란 놈하고 잘 아는 넥슨의 김정주가 그것을 1300억 원이나 주고 매입 혀서 몇 년 뒤 손해를 받고 판 이유가 머실까?
그 일 땀시 자네가 조선일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혔고 자네와 조선일보가 치고받고 쌈질을 허다가 최순실이가 걸렸으니 내 평생에 조선일보에게 박수를 친 거시 이번이 처음이라네.
이사람 병우,
아무리 결정적인 물증이 없고 자네가 사실이 아니라고 잡아떼도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구천을 헤매는 억울한 혼령들이 알고 민심이 안다네.
자네는 부끄럽지도 않응가.
검찰이 삼수 끝에 자네를 구속허기는 혔지만 최순실이와 관련된 거슨 혐의를 씌울 만한 증거가 없고 다만 권력을 남용하여 불법 사찰을 지시한 것으로만 자네를 구속혔지만 자네가 스스로 진실을 숨기고 있단 거슬 온 천하가 알고 있다네.
자네가 네 번째 검찰에 소환되던 날 자네가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얘기혔재.
“이것이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 생각합니다.”
그 말은 범죄자의 말이 아닌 독립투사가 독립운동 허다가 일경에게 붙들려서 허는 말 같았네.
말인 즉슨 자네는 아무런 잘못도 없으니 이 역경을 헤쳐나가겠다는 뜻 아닌가.
희대의 악마 김기춘이가 감옥에 갇힌 지금까지도 자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리틀 김기춘인 자네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능가?
아직도 박근혜는 나라걱정만 하는 훌륭한 분이고 자네 또한 그런 훌륭한 대통령을 잘 보위허다 억울허게 달려 들어갔다고 생각허는가?
이보게 병우,
사람이 금수와 다른 점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네.
자네가 거짓을 말하면서도 스스로 자기최면을 걸어 내 말은 곧 진실이라고 굳게 믿으며 아무도 모를 거라며 버티면 버틸수록 자네는 더욱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뿐이네.
이사람아 이 꼴이 도대체 뭔가.
감방에 갇혀보니 무엇이 간절하던가.
마음대로 거리를 활보하며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먹고 싶은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먹으며 편한 침대에서 자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던가?
두 평도 안되는 방에서 갇혀 지내보니 인생 참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던가?
언젠가 자네 입으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네.
“사람이 돈과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는데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
나는 당시에 그 말이 무슨 말인 줄 몰랐었네.
근디 시방 옥에 갇힌 자네를 봉게 어렴풋이 그 의미를 알 것 같네.
자네는 돈과 권력은 가졌지만 명예는 가지지 못했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모두가 그러했네.
사람들은 흔히 돈과 권력을 가진 후에 명예를 가질 생각은 하지 않고 단순히 더욱 막강한 권력을 추구하곤 하재.
끝 없는 돈 욕심, 끝 없는 권력욕 그 다음엔 명예가 와야 하는데 사람들은 명예를 추구한다면서 정작으로는 더 많은 권력과 돈을 가지려고만 한다는 것이재.
나는 자네가 말 한 명예를 가지려는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혔는지 모르고 그냥 혔는지 헷갈리긴 허네만 영특한 자네는 어렴풋이나마 알았으리라고 생각허네.
돈과 권력으로는 결코 명예를 살 수 없다네.
명예란, 정말 값진 명예란 돈과 권력을 놓아버려야 따라오는 것이라네.
누가 부자를, 권력자를 존경하는가.
부러워하고 두려워할지언정 결코 존경하지는 않는다네.
20세기의 위인 중에 월남의 호치민을 생각해보게.
그는 미제국주의와 맞서 싸우며 베트남 최고의 권력을 가졌으나 자기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가지지 않고 베트남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헌신했기에 전 베트남 인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네.
그가 죽었을 때 베트남 인민들은 사흘 동안 자발적으로 모든 유흥업소가 문을 단고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네.
그에게 권력이나 돈은 오로지 베트남을 위하여만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일 뿐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런 의미 없는 것으로 여기고 살았재.
그래서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는 말은 유효하네.
세계 최고의 미모와 재력을 겸비한 여배우 오드리 헵번이 존경 받는 이유는 예뻐서도 아니고 부자여서도 아니고 여생을 아프리카의 불우한 어린이와 함께 보냈기 때문이라네.
병우,
자네 나이 이제 갓 50 아닌가.
옥에 갇힌 시간이 자네가 진정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많이 생각허고 또 고민허기 바라네.
이건희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병상에 몇 년 째 누워있으면 한 낱 고기덩이 아닌가.
박근혜와 최순실의 권력이 얼마나 무상헌지 자네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나.
천석꾼은 천 가지 근심이 있고 만석꾼은 만 가지 근심이 있다는 옛 말이 있재.
자네 재산이 4백억이 넘는담서?
내 재산의 만 배가 넘는구만.
그만 하면 평생 묵고 사는디 먼 걱정이 있겄능가.
권력도 누릴 만큼 누려 봤고.
이제는 명예로운 삶을 남은 생애 동안 살아야 하지 않겠능가?
자네가 지금 껏 몸 바쳐 일해온 거슨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의 행복과는 무관허고 오로지 1%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악한 짓이었다는 거슬 깨닫고 형기가 끝날 때 쯤엔 새로 태어난 우병우로 멋진 삶을 살기를 바라네.
내가 전에는 부랄친구들 헌티 편지 말미에 항상 이런 저런 부탁을 혔었는디 자네헌티는 안헐라네.
부디 몸이나 건강허니 챙기다 나오소.
자네 나오면 내가 순대국에 소주 한 잔은 받아줌세.
세상에서 질로 맛난 순대국과 질로 단 술을 말이여.
생각만 혀도 군침이 돌지 않응가?
병우 이사람아,
모쪼록 건강하고 선한 눈빛으로 다시 만나세 병우우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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