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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삶 이야기

내 안에 있는 기린과 자칼!!

by Ajan Master_Choi 2013. 11. 14.

인도 델리 지역을 통치한 이슬람 왕조의 나시르 우딘 왕은 종교적인 사람이었다.
개인적인 용도로 왕국의 예산을 쓰지 않고 직접 코란 경전을 필사해 팔아서 생활비를 벌었다.
어느 날 이름난 종교학자가 왕궁을 방문했다.
때마침 나시르 우딘은 경전 필사를 하고 있었으며, 학자는 작업을 지켜보았다.
왕이 잠시 펜을 내려놓았을 때 학자가 말했다.

"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 방금 전 경전을 베껴 적을 때 한 단어를 잘못 적었습니다."

나시르 우딘은 학자가 지적한 단어에 동그라미를 친 다음, 그것을 지우고 학자가 제시한 단어를 적어 넣었다.
왕이 자신의 지적을 받아들이자 학자는 무척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학자가 떠나자 왕은 그 단어를 지우고 원래 썼던 단어로 다시 고쳤다.
옆에서 지켜본 대신이 물었다.

"왜 그렇게 하시는 거죠? 처음에 쓴 단어가 맞는 것이었다면 왜 바꾸셨죠?"

왕이 말했다.

"내가 왕일지라도 그는 학자이며, 이 분야에서는 나보다 훨씬 해박하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경우에는 그가 착각을 했다. 하지만 만약 내가 그의 틀렸음을 지적했다면 그는 자존심이 상처 입었을 것이다. 그가 당황하지 않도록 나는 그 틀린 단어를 적어 넣었다. 그러나 잘못된 단어를 그대로 두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하면 이 책을 구입한 사람은 잘못된 경전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왕은 덧붙였다.

"그대가 옳다 해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특히 경전에 대해 배우는 일에 있어서는 나 자신을 낮추는 것이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약 그가 나라를 통치하는 일에 대해 충고했다면 내가 그의 말을 따랐겠는가? 그러나 각자의 분야에 지식을 갖춘 사람에게 존경심을 보이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다."

비폭력 대화를 개발한 심리학자 마셜 로젠버그는 우리 자신 안에 두 마리의 동물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기린이고, 다른 하나는 자칼이다.
툭 트인 초원에 사는 기린은 큰 키와 긴 목으로 멀리까지 내다보며, 특이하게도 소리를 내지 않고 동족끼리 의사소통을 한다.
반면에 이집트에서 죽음의 신으로 불리는 자칼은 다른 동물의 사체를 먹고 살며 날카로운 이빨로 자신을 보호한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대방보다 먼저 공격한다.
육상동물 중에서 가장 큰 심장을 가진(큰 키 곳곳에 혈액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기린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말한다.
상대방을 자극하지도 않으며, 굳이 해결책을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는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난 상대방의 모습과 말뿐 아니라 상대방의 내면에 있는 감정을 이해한다.
자칼은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기준으로 상대방을 판단해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나쁜 사람으로 단정짓는다.
자칼의 언어는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부정적이다.
성급한 충고나 공격적인 주장을 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수치심과 분노, 죄의식을 느끼게 하고 자존감을 떨어뜨려 심리적 저항감을 갖게 만든다.

계속해서 자신의 감정만 드러내기 때문에 자칼식 대화를 주고받고 나면 더 단절되는 느낌이 든다.
어렸을 때부터 자칼의 언어를 배워 온 우리는 평가하고 판단하는 데는 전문가이다.
자신을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두고 대화하는 것에 익숙하다.

반면에 기린은 전체적으로 듣고 이야기한다.
말 너머에 있는 침묵의 언어로 공감 에너지가 전달된다.

사람들이 대화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이유는 기린의 언어가 아닌 자칼의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로젠버그는 말한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자칼식 대화는 '판단 대화'이고, 옳고 그름을 넘어서는 기린식 대화는 '공감 대화'이다.
다른 사람한테서 문제를 발견하는 머리가 있다면 그 사람을 이해하는 가슴도 동시에 있어야 한다.

가슴이 결여된 머리는 에고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유일한 연장이 망치일 때는 모든 대상을 튀어나온 못으로 보게 된다.


미국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열린 음악회에 열 명의 티베트 승려들이 초청받았다.
그들은 전통 악기를 연주하면서 독특한 음색으로 노래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은 그들의 음악보다도 그들이 보인 행동이었다.
연주회장 밖에 기독교 광신도들이 몰려와 불교를 우상숭배라고 비난하면서 손을 맞잡고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다!"라고 외치며 시위를 시작했다.
시끄러운 소리에 연주를 중단하고 나온 티베트 승려들은 화를 내기는커녕 시위대에게 다가가 함께 손을 맞잡고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다!"라고 외쳤다.
그것도 진심에서 우러난 표정으로.
승려들이 아무 저항도 하지 않자 시위대는 당황하며 떠났다.

자기 자신의 심리학자가 되기 위해서 큰 학문을 배워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 안에 있는 기린과 자칼을 알아차리면 된다.
가슴의 언어와
에고의 언어를.
부탁의 언어와
요구의 언어를.
그리고 자칼을 넘어 드넓은 초원으로 가서 기린을 만나는 것이다.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에 들판이 있다.
그곳에서 당신과 만나리라.

영혼이 그 풀밭에 누우면
세상은 너무 충만해 말이 필요없고
생각, 언어, 서로라는 단어조차 그저 무의미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