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이고 배려 없는 행동… 전두엽 손상된 환자와 흡사 과제 해결 시간 더 짧게 봐 "일 빨리 못한다" 부하 질책
시청자들은 20일 종영한 인기 드라마 '미생(未生)'에서 부하 직원에게 폭언을 일삼는 마 부장이나 박 과장 같은 상사를 보고 함께 분노했다.
직장인들은 "현실에는 드라마보다 몇십, 몇백 곱절은 더 폭압적인 상사가 있다"고 말한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도 그런 사례다.
왜 윗자리에만 올라가면 부하 직원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뇌에서 원인을 찾았다.
권력을 가지면 뇌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심지어 마약중독과 같은 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아프냐, 나는 모른다"
한때 TV 드라마 '다모(茶母)'에 나왔던 대사 "아프냐, 나도 아프다"란 말이 인기를 끌었다.
내가 아끼는 사람이 아프면 나 역시 아픔을 느끼는 감정이입(empathy)을 나타낸 말이다.
폭압적인 상사의 뇌는 이 같은 감정이입 능력이 매우 줄어든다는 사실을 캐나다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캐나다 윌프리드 로리어대와 토론토대 공동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남에게 의존했거나 반대로 다른 사람을 압도했던 경험을 글로 쓰게 했다.
자신을 미약한 존재이거나 반대로 상사처럼 힘을 가진 존재로 잠시 생각하게 한 것이다.
이 상태에서 누군가 손으로 고무공을 쥐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뇌 활동을 측정했다.
사람의 뇌(腦)에는 다른 사람의 몸짓을 보거나 말을 들으면 그 사람과 같은 느낌을 받게 하는 신경세포가 있다. 바로 '거울 뉴런(mirror neu ron)'이다.
1990년대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한 현상으로, 상대가 공을 쥐는 모습을 바라보면 내 뇌에서도 공을 쥐는 것과 관련된 신경이 작동하는 식이다.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 모두가 거울 뉴런을 갖고 있어 동료의 고통을 제 것인 양 느낄 수 있다.
실험 결과 권력을 가졌던 기억을 떠올린 사람은 거울 뉴런이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반면 힘이 약한 존재라는 생각을 한 사람은 거울 뉴런이 활발하게 작동했다.
결국 폭압적인 상사는 부하 직원이 느끼는 고통을 보고도 "아프냐, 나는 모른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
연구 결과는 올 4월 '실험 심리학 저널'에 실렸다.
◇권력 도취는 마약중독 상태와 비슷
뇌는 권력이 주는 달콤함에서 헤어나기도 어렵다.
마약중독과 같은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의 이언 로버트슨 교수는 2013년 발표한 책 '승자의 뇌(The Win ner Effect)'에서 "권력을 쥔 사람들은 남녀 구분없이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테스토스테론은 뇌에 만족감을 주는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마약인 코카인에 중독돼도 도파민 분비가 늘어난다.
뇌는 권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점점 악질이 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1971년 미국 스탠퍼드대 필립 짐바르도 교수의 '교도소 실험'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짐바르도 교수는 대학생 2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죄수, 다른 쪽은 간수 역할을 시켰다.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간수 역할을 한 학생들은 아무런 지시를 받지 않았는데도 죄수 역할의 학생들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학대 행위는 갈수록 더 악랄해졌다.
미국 UC버클리의 대처 켈트너 교수는 심지어 권력에 빠진 사람은 뇌의 '안와 전두엽(眼窩 前頭葉)'이 손상된 환자처럼 행동한다고 주장했다.
안구가 있는 곳 바로 뒤의 이곳이 손상되면 충동적이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을 한다.
켈트너 교수는 "권력의 경험은 누군가 두개골을 열고 감정이입을 하는 뇌 영역을 끄집어내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심지어 시간 개념도 달라진다.
UC버클리 세리나 첸 교수팀은 올 7월 '실험 사회 심리학 저널'에 "상사는 같은 시간이라도 부하보다 더 길게 느낀다"고 밝혔다.
반대로 직원들이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더 짧게 본다.
결국 상사는 "시간이 그리 많은 데도 일을 빨리 못 한다"고 부하 직원에게 고함을 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켈트너 교수는 "다행인 점은 뇌는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이라며 "중국 도교(道敎)에서 '사람을 이끌려면 그들 뒤에서 걸어가라(欲先民 必以身後之)'고 한 말은 과학적으로도 올바른 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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