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백희나 작가의 이름은 생소해도 '구름빵'이라는 동화는 누구나 익숙할 게다.
어린 아이들은 물론이고, 그 책을 읽고 이제 성장한 어른들도, 또 아이에게 그 책을 읽어줬던 부모들도 모두 '구름빵'이라는 작품이 줬던 그 따뜻한 위로를 기억할 테니 말이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2020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탄 작가 백희나.
그가 그 상을 받게 된 건 '구름빵' 덕분이었다.
우리에게는 '삐삐 롱스타킹'의 저자로 유명한 스웨덴의 국민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기념하는 시상식으로 놀라운 건 무려 6억이나 되는 상금이 모두 스웨덴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거였다.
그만큼 스웨덴 국민들이 갖고 있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얘기였지만, 그것이 자국민들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의 아동문학 작가들에게 중요한 '동기부여'를 하게 해준다는 사실은 이들이 갖고 있는 아동문학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또한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출판시장에서 작가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미 '구름빵'의 저작권 분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백희나 작가가 겪은 고통을 생각해보면 우리네 출판시장의 몰상식과 저들과의 극명한 대비를 실감할 수 있다.
첫 작품인 '구름빵'을 계약할 당시 저작권을 모두 넘겨주는 불공정한 계약을 맺어 판매수익은 물론이고 2차 저작권 수익까지 모두 출판사가 챙겨간 '구름빵'에 얽힌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
물론 계약이 그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다고 법은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출판시장에서 이제 갓 데뷔를 하게 되는 신진 작가들의 경우 출판사의 갑질에 의해 무시로 겪는 불공정한 계약은 그리 낯선 일들이 아니다.
백희나 작가가 말했듯 대부분 첫 작품을 내놓을 때 출판사는 으레 "부족하다"는 말을 내놓곤 한다.
실제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계약서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당신은 별거 아니고 당신의 작품도 하찮다"
고.
그래서 살기 위해 그런 계약을 억지로 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서 '구름빵' 정도의 큰 성공을 거뒀다면 적어도 출판이나 작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는 보여줬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저작권 분쟁에서 승소하고 마음껏 작가의 의도를 배제한 채 작품을 난도질해 엉뚱하게 만화로 뮤지컬로 만들어내는 건 상처에 소금 뿌리는 일이 아닌가.
출판사도 회사이니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건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저자를 소외시키면서까지 하는 이런 수익 추구가 과연 용납되어야 하는 일일까.
스웨덴 국민들은 백희나 작가에게 상을 주었다.
하지만 우리의 법은, 우리의 시장은 작가에게 무엇을 줬을까.
백희나 작가는
그래도 인터뷰를 통해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후배작가들에게 미안하죠, 여기까지밖에 못한 것에 대해서 길을 잘 닦아 놨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서 계약서를 쓸 때
다들 부족하다 말하고 당신의 작품은 하찮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그런 소리는 중요하지 않다며
"자기 자신만큼은 자기 작품이 최고란 걸 절대 잊지 말고 남들이 나를 그렇게 대우하지 않더라도 나 자신만큼은 나를 내 작품을 최고로 대우하라"
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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