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금강산에 들어와 10년을 작정하고 불경을 읽기 시작했다.
문을 닫아걸고 공부에 열중하던 어느 날 창밖을 내다보니 뜰에는 살구꽃과 복숭아꽃이 만발하여 꽃구름을 바라보다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는데 그녀의 이름은 보덕각시였다.
그는 젊은 미인을 만나자 너무 황홀해진 나머지 불교의 계율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말았다.
그녀는 그런 말씀은 하지 말라고 하면서 훗날 만폭동에서 다시 만나자는 말만 남긴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이상한 꿈이기도 하거니와 꿈에서 보았던 그녀의 아리따운 모습이 너무도 선명해 경을 읽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무작정 만폭동을 향해 떠났다.
회정이 내금강 만폭동의 금강문을 지나 개울가로 올라가니 사방의 경치가 점점 더 아름다워졌다.
금강대를 바라보며 얼마간 더 가던 그는, 개울 한복판의 큰 바윗돌(수건바위)에 누군가 수건을 걸어놓은 것을 발견하였다.
‘웬 사람이 여기에 왔을까?’
하면서 개울가를 살펴보니 아래쪽 너럭바위 위에 맑은 물이 고인 돌확(세두분)에서 어떤 여인이 머리를 감고 있었다.
회정이 발길을 멈추고 서서 보니 그녀는 얼마 전 꿈에서 본 보덕각시가 틀림없었다.
때마침 그녀는 머리를 다 감고 얼굴에 약간의 화장을 하고는 수건을 걷어가려고 하였다.
너무 기쁜 나머지 회정은 “보덕각시!” 하고 부르며 달려갔으나 그녀는 본체만체하며 수건을 걷어가지고 개울을 따라 올라갔다.
그는 연신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뒤쫓아 갔으나 한 굽이를 돌자마자 그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저녁 해가 뉘엿뉘엿 지는 줄도 모르고 어느 소(沼: 영아지) 옆에 우두커니 서있는데 여인의 그림자가 물 위에 비친 것을 보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찾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귀신에 홀린 것인가?’
하면서 넋이 나간 사람처럼 집에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잤다.
그날 밤 꿈에 보덕각시가 나타나
“불ㆍ보살들은 여자를 곱다고만 생각해도 죄를 짓는다 하셨는데 하물며 10년을 기약하고 공부하시는 분이 그런 외람된 마음을 가져서야 뜻한 바를 이룰 수 있겠습니까?”
하고 꾸짖었다.
이어서
“스님이 지금까지 공부를 해오셨으니 제가 먼저 드리는 글에 부합하는 글을 지으시면 바라는 바가 이뤄질 것입니다.”
라고 하였다.
이윽고 보덕각시가
“그대를 내가 모시게 되면”
이라는 글을 제시하자
이쯤이야 하면서
“반드시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리라.”
는 글을 써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밖에 나가더니 회초리를 가지고 와서 하는 말이
“이게 어디 공부한 스님의 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드린 글귀에는 ‘10년 공부 허사가 되리라.’는 글귀가 알맞지요. 지금까지 헛공부 하셨네요.”
하고는 회초리로 사정없이 종아리를 쳤다.
스님은 보덕각시에게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고 뉘우치다 깨어났는데 일어나 보니 꿈이었다.
이날 아침 그는 보덕각시의 모습이 비쳤던 소에 가서 그녀를 찾아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별안간 어디선가 파랑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날갯짓을 하다가 골짜기를 따라 오르더니 법기봉 중턱의 절벽에 있는 작은 굴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그는 저 굴에 한번 올라가보자고 결심하고 풀뿌리, 나뭇가지와 돌부리를 붙잡으며 벼랑을 올라갔다.
겨우 굴이 있는 곳까지 닿았는데 굴속을 들여다보니 파랑새는 종적도 없었다.
다만 작은 부처 하나가 앉아있고 그 옆에 쌓여 있는 불경들이 눈에 띄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옛날에 사람들이 올라왔던 자취와 쇠못을 박았던 자리들이 남아 있었다.
그제야 비로소 자신을 이곳으로 인도한 보덕각시가 관음보살임을 깨닫고 그동안 잡념에 사로잡혔던 자신을 크게 뉘우쳤다.
그리고 이곳에 작은 암자 하나를 짓고 살면서 굴속에 있던 불경 공부에만 전념한 결과 당대의 이름 높은 스님이 되었다고 한다.
보덕암(普德庵) 전설
금강산 송라암에서 정진하던 17세기 말의 회정선사는 관세음보살 보기를 소원하였는데, 어느날 꿈에서 양구땅 방산 마을의 몰골옹에게 물어 해명방 어른을 찾으면 관세음보살을 볼 수 있다는 계시를 듣고 여기로 찾아온다.
송라암을 떠나 이 곳으로 온 비구 회정은, 그러니까 아마 아까 걸었던 금강산가는길을 따라 걸어왔겠지, 해명방 어른을 찾아갔는데 오직 관세음보살을 볼 일념으로 어른의 말대로 그 딸 보덕과 결혼해 3년을 숯장수로 살았다.
그럼에도 관세음보살을 못 보자 부녀를 이별하고, 그러니까 버리고, 몰골옹을 찾아갔더니 알고보니 문수보살이었던 몰공옹이 해명방과 보덕이 바로 보현보살과 관세음보살이었다고 알려준다.
아이구우 이런 ... 다시 살던 집으로 찾아갔지만 부녀는 간 데가 없지. 이후 다시 이곳을 찾은 회정이 아까 그 굴에서 정진할 때 굴이 거울로 변하며 보덕과 자신이 비쳐졌는데, 이렇게 나타난 관세음보살을 기려 그 앞에 두타사를 짓게 되었단다.
펀치볼은 양구군 해안면 6개 마을 일대를 부르는 이름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이 타원형처럼 분지를 감싸고 있으며 마을은 분지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정식 지명은 해안분지인데 6·25전쟁을 취재하던 외국 종군기자가 분지의 모양이 큰 화채 그릇을 닮았다고 해서 펀치볼(punch bowl)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이름이 아직까지 불리게 된 것은 전쟁 당시 피의 격전지인 펀치볼 전투 때문이라고 한다.
싸움이 장기화하면서 총알이 떨어지자 남북한 군인들이 맨주먹으로 싸우는 육탄전으로 번졌다.
주먹이 오가는 싸움에서 펀치볼을 연상시킨다 하여 계속 불리던 게 그대로 굳어진 것이다.
차별 침식 혹은 운석 충돌로 생겨난 펀치볼의 독특한 지형을 한눈에 보기 위해서는 해안면 북쪽에 자리한 을지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두타연은 수입천의 지류인 사태천이 산간지방을 굽이쳐 흐르는 과정(감입곡류하는 과정)에서 굽어진 물굽이가 절단(곡류절단)되어 형성된 폭포와 폭호(瀑壺, plunge pool)이다.
폭호는 폭포 밑에 깊게 파인 둥글고 움푹한 물웅덩이를 가리키며 이는 낙하한 물이 자갈 등과 함께 폭포 아래 부분을 갈아내거나(마식작용을 하거나) 수압으로 뜯어내는 작용(굴삭작용)을 함에 따라 형성된다.
두타연이라는 지명은 부근에 두타사라는 사찰이 있었다는 것에서 유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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